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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 최승우
  • 승인 2022.04.27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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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지음 | 새빛 | 208쪽

자본주의 ‘그레이트 리셋’, 따뜻한 자본주의 시대가 열린다!
공존과 상생의 포용적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 활성화
‘ESG 경영’ 시대의 개막,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도 부상

양극화 심화,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 왜곡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온 현행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기업이 고객과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경영을 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핵심 축으로 하는 ESG도 2021년 기업 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자본시장 투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재무적 성과만을 중시해온 기업 경영도 이젠 환경과 사회적 책임 등 비재무적 요소를 핵심 요소로 고려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경제전문가인 최남수 서정대학교 교수(전 YTN 대표이사)가 최근 국내외에서 핫 경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심층 진단한 신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부제: 자본주의 ‘그레이트 리셋’, 이젠‘ESG 경영’시대! )’를 펴냈다. 이 책에서 최남수 교수는 팬데믹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가져올 ‘자본주의 그레이트 리셋(대개조)’의 대표적인 움직임 중 하나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2019년 8월,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일이 일어났다. 미국 재계의 대표기관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주주자본주의의 종언을 선언하고, 새로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깃발을 올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BRT는 성명에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겠다. 근로자에게 투자하겠다. 거래기업을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겠다. 지역사회를 지원하겠다. 주주를 위해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겠다.’ 이 다섯 가지를 약속했다.

이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는 활성화되고 있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자본주의 체제의 개편과 혁신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대선 기간 중 트럼프가 증시에만 신경 쓴다고 비판하며 주주자본주의를 끝낼 때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에게만 책임진다는 생각이다. 기업은 근로자, 지역 사회, 국가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역설해왔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은 자본주의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기업이 실제로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하는지를 측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세계경제포럼과 글로벌 공시표준 기관, 그리고 회계법인들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실천을 위한 통합 공시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 기준이 마련되고 시행되면 이해관계자 중심의 장기적 가치 창출이 중시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동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개혁 논의는 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회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상태이다. 법률과 제도는 물론 기업 경영, 회계 및 공시,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본주의의 대전환을 가시화하는 방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번 책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도 소개하고 있다. 먼저, 가장 적극적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최근 기업의 목적이 ‘돈을 버는 것’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서 공감 능력이 없었다면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기업의 미래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경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KT 등 기업도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며 이를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경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의 주주 중심의 재무제표를 이해관계자 중심의 통합재무제표로 바꾸는 방안이 학계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최 남수 교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한 마디로 주주에게만 집중되던 기업 성장의 과실을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복원하자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신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경제 이슈는 기업 경영과 자본시장 투자에 있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이다. ESG는 큰 틀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맥락을 같이 하는 개념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구체적인 경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 경영은 재무적 성과만을 중시해왔으나 ESG는 환경 등 비재무적 요소도 중시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ESG 중 E(환경)의 평가 요소는 기후변화 정책, 공기 및 수질 오염, 재생에너지 사용 등이다. S(사회)는 인권, 제품 안전, 고객 관계,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G(지배구조)는 이사회 구조, 투명성, 청렴성, 주주 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ESG는 올해부터 기업 경영과 자본시장 투자에 있어 중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SG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도입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투자자들도 ESG 친화적인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기업들도 잇따라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있어 환경 이슈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요 기관투자가들도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ESG 준수 여부를 핵심적 기준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ESG를 중시하는 기업의 경영 실적이 좋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리스크가 큰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도 ‘ESG 경영’을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SK그룹과 현대자동차, 포스코, 네이버, 카카오,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이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ESG는 이제 규제 회피 차원을 넘어 신사업이나 기존 사업 확장을 통해 ‘돈벌이’도 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돼있다. 제1장은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많은 문제점과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다. 제2장은 미국 재계와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언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내용, 그리고 여기까지 오기까지 어떤 논의 과정이 있었는지를 짚고 있다. 제3장에서는 경영혁신을 통해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을 하는 국내외 기업을 소개하고, 중요한 어젠다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측정을 위한 SCM(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측정지표)을 정리해놓고 있다. 제4장은 법과 제도의 개선 등 자본주의 혁신을 위한 실행 과제와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빅테크의 독과점 문제를, 그리고 제5장에서는 팬데믹 국면에서 더욱 부각된 재택근무의 양극화 등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관련 이슈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우리는 팬데믹을 계기로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고 있다. 매킨지는 이를 ‘넥스트 노멀(Next Normal)’로 부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WEF은 세계가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 즉 대개조의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경제의 본질적 구조가 지각변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남수 교수는 신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 자본주의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 현재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려 온 신자유주의는 양극화 심화 등 많은 상처를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실상 사라진 상태이다. 베이징 컨센서스로 불리는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수치적 성과는 뛰어나지만, 민주, 자유, 신뢰 등 소프트 파워의 결여로 대안이 될 수 없는 체제이다. 한 때 ‘유러피안 드림’으로 불리던 유럽식 자본주의는 재정 위기를 거치며 힘이 빠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핵심 가치는 기업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반에 흘러내리는 ‘낙수효과’를 복원해 골고루 잘 살고 환경 등 공존의 가치를 지켜 나가는 건 강한 사회와 경제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라고 최 교수는 진단한다. 세계적인 전략경영 전문가인 마이클 포터가 얘기한 것처럼 기업은 이미지 개선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책임 활동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가치 사슬 전반에 있어 고객, 근로자, 거래 기업,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그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공유가치 창출’의 요구에 직면해있고 이에 대한 해답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인 것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는 올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 경영’의 활성화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SG는 15년 전인 지난 2006년에 UN이 제정한 ‘책임투자 원칙(PRI)에서 처음 나온 개념이다. PRI는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ESG를 중시하도록 기준을 제시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2,300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이 이 원칙에 서명했다. 이들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은 80조 달러를 웃돌고 있다. ESG는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WEF)은 ‘다보스 선언 2020’에서 기업의 성과는 주주에 대한 수익뿐만 아니라 ESG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측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설팅기업인 매킨지도 올해 본격화될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추세 중 하나로 ESG를 들면서 녹색 기술 기업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미국 나스닥은 2021년 증시 전망을 내놓으면서 5가지의 큰 흐름을 제시했는데 ESG 투자의 가속화를 그중 두 번째로 꼽았다. 이렇듯 ESG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최 남수 교수는 두 가지를 들고 있다. 먼저 팬데믹과 기후 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주주 이익만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가 되고 있다.

최남수 교수는 올해는 ESG 중 특히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장 큰 전환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ESG에 대한 기업 입장도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종전에는 규제 회피 중심의 소극적 자세였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적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팬데믹 국면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그린 뉴딜 정책에 나서면서 자금이 녹색 산업에 몰리고 있는 데다 자본시장에서 ESG 성과가 부진한 기업을 기피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제는 재생에너지나 친환경 제품 등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저탄소 기술 도입 등으로 기존 사업을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ESG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ESG가 돈만 쓰는 대상이 아니라 돈벌이도 되는 비즈니스로 전략적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ESG를 중시하는 경영을 하는 기업은 성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에 나온 MSCI 보고서는 ESG 관리 수준이 높은 기업은 위험도도 낮고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ESG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새로운 기업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매킨지는 진단하고 있다고 최 교수는 소개하고 있다. 먼저 ESG는 기업의 신뢰도를 높여 추가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롱비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수한 지속가능경영을 한 민간 기업을 참여시켰다.

ESG가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확대한 예도 있다. 유니레버는 물을 훨씬 덜 쓰는 식기 세척 세제인 ‘선라이트’를 시판한 이후 기업 이미지가 좋아져 다른 제품까지 매출이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비용을 크게 줄인 기업도 있다. 3M은 제조공정 개선과 폐기물 재사용 등 방식을 써서 22억 달러를 절감했고, 3만 5,000대의 수송 차량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페덱스는 지금까지 20%의 차량을 교체해 연료 소비를 19억 리터 가까이 줄였다.

ESG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업 성과를 개선하기도 한다. 실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거나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진이 포천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5년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주가 수익률은 다른 기업에 비해 2.3~3.8% 높게 나타났다.

국내 기업은 최근 ESG에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 기업에 비해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법인 908개를 대상으로 평가한 2020년 ESG 등급을 보면 가장 높은 S는 한 개 기업도 없고, A+는 16개사, A는 95개사로 우수기업이 12.2%에 그치고 있다.

B+를 받은 기업이 146개사, B가 318개사, C 306개사이고 D등급 기업도 27개이다. 아직 ESG가 기업 경영의 핵심축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한국 경제가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이 ESG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실가스와 폐기물 배출량, 에너지 소비량 등 환경 측면에서 개선할 요소가 많다.

이번 신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ESG를 심층적으로 다룬 도서로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이슈에 대해 ‘교과서’와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판단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자본주의 개혁과 ESG 경영의 방향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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