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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로스쿨설치법에 국제법 교육 부분 강화돼야"
기고: "로스쿨설치법에 국제법 교육 부분 강화돼야"
  • 류병운 영산대
  • 승인 2005.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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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병운 /영산대· 국제법


1883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학교로 원산 개항장에 설립되었던 원산학사는 산수, 격치(물리), 농업, 지리, 일본어, 법리(법률), 만민공법(국제법) 등을 가르쳤다. 법리 교과서가 1권뿐인데 비해 만민공법 교과서는 6권에 달하는 것을 보면 국제법이 중요한 과목으로 심도 있게 교육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국제법 중시’는 당시 선각자들의 뜻이 주변 열강, 즉 외세로부터 한반도와 민족생존을 수호하기 위한 대외역량강화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집권세력은 국제정세는 외면한 채 방어적으로 ‘왕조’의 전통 복원에 급급한 나머지 이른 바 ‘19세기의 실패’를 자초하고 말았다.


국제법 교육은 해방 후에도 법과대학 과목으로는 계속 그 명맥만은 이어왔다. 그런데 5·16이후 국제법은 사법시험 2차과목에서 제외되어 비인기과목으로 전락한다. 당시 국제법을 사법시험과목에서 제외한 이유는 "보릿고개를 간신히 넘긴 국가에서 국제법은 필수 법학과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군 출신 주무장관이 국제법을 마치 ‘외제품’ 정도로 생각한 것 같다. 비인기과목이다 보니 법과대학에서도 제대로 된 국제법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웠고 지식인들조차도 ‘그로티우스(Grotius)가 국제법의 아버지’라는 정도의 단편적인 국제법 지식을 갖고 있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런데 정작 국제법의 창시자는 ‘바이토리아(Vitoria)’이고 보면 거의 국제법은 거의 무지의 영역이 아닌가.

 

구체적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브레튼우드 체제의 가장 큰 수혜국이면서도 1997말 외환위기까지 일반 국민에게 IMF라는 국제기구의 명칭은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이러한 토양에서 배출된 법조인들이 어떻게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국제법지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겠는가. 이것은 현재까지 우리기업들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국회 교육위에 상정되어 심의되고 있는 '로스쿨법안'에서는 이에 당연히 포함되었을 법한 ‘법조인의 국제역량 강화’나 국제법 교육 관련 내용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전통적인 국제법학은 물론, 오늘날 매우 중요한 국제통상이나 비즈니스 실무는 외면한 채 시험법학에만 갇혀있던 우리 법학교육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나 할까. 이와 같은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2008년 로스쿨이 도입되어도 제대로 된 국제법 교육이 힘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계화 시대에 국제법의 중요성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특히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는 현재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통합과 국제법의 발전상황이다. 특히 국제경제법, 인권법, 환경법 등의 급속한 발전, 실효적 규범력을 갖는 초국가적 기구들, 예컨대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형사법원(ICC) 등의 증가와 역할 강화, 수다한 지역무역협정(RTA와 FTA 등)들과 EU와 같은 초국가적 지역정부의 등장 등이 그 예다.


둘째는 심각하게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의존도이다. 대외의존도는 곧 “국제법의 경제적 비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70.3 %인 반면 미국은 19.5 %이고, 일본은 21.8 %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사실은  대외관계 즉, 국제관계에 적용되는 국제법 등이 현재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며 국제법교육도 미국이나 일본보다 강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마지막은 현재 우리는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분단국가라는 점이다. 휴전협정에서 향후 남북한 평화협정, 북한 핵문제, 이웃국가와의 방위협력체제의 유지 및 강화 등의 수많은 통일관련 국제법적 과제도 안고 있는 것이다.

국제법교육의 암울한 미래는 곧 우리의 암울한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 법안 심의과정에서 국회는 법조인의 국제적 소양 및 국제법교육의 강화를 새로 도입되는 로스쿨의 ‘교육이념’에 포함되도록 하여 세계화 시대의 우리의 대외적 역량을 키우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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