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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새 정부 학교교육에서 국악교육이 사라진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새 정부 학교교육에서 국악교육이 사라진다”
  • 윤정민
  • 승인 2022.04.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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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졸속 개발 규탄 성명

새 정부의 학교교육에 국악교육이 사라진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는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이 협의회는 교육부가 진행하고 있는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연구책임자의 편향적 시각과 파행적 운영을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

협의회 측은 국악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발 기획과 관리 소홀 책임 및 관련자 문책 △민족문화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지닌 교육과정 개발 연구책임자 퇴출 및 연구책임자 교수직 사퇴 △불투명하게 추진 중인 음악과 교육과정 개정 작업 즉각 중단 및 내용 전면 재검토 △교육과정 개발을 졸속으로 진행한 점에 대한 교육부 감사 실시 등을 주장했다.

협의회 측은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국악 용어와 활동을 직접적, 명시적으로 제시한 이유가 최소한의 국악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었다며 ”하지만 현재 개정 중인 음악과 교육과정(시안)에서는 국악교육의 정상화, 질적 제고를 위한 그간의 노력이 전면 부정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음악과 교육과정 시기별 국악 내용 비교(2015, 2022 개정). 출처=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현행 2015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 따르면, 국악 내용을 총 6개(초·중학교 총합) 성취 기준으로 개발해 최소한의 국악교육 근거를 문서상에 드러냈다. 하지만 2022 시안 개발 연구에는 국악 내용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성취 기준이 단 하나도 없고 참고·선택 사항인 성취 기준 해설에 끼워 넣기식으로 제시했다고 협의회는 주장했다.

국악 요소와 개념이 삭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안 개발 연구에는 2015 개정에 제시되었던 ‘음악 요소와 개념 체계표’가 삭제됐는데, 이 체계표는 교사들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한눈에 파악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협의회 측은 ”하지만, 이를 삭제하는 대신, 수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성취 기준 해설’에 나열식으로 제시할 계획“이라며 ”이로써 고유한 국악 요소와 개념 체계가 무너지고, 학교 국악교육이 전면 축소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음악과 교육과정 시기별 국악 내용 비교(2015, 2022 개정). 출처=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음악과 교육과정 시기별 국악 내용 비교(2015, 2022 개정). 출처=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편향적인 시각을 지닌 연구책임자가 연구를 파행적으로 운영했다“

협의회 측은 시안 개발 연구 문제는 이미 교육과정 개발 기초연구인 「포스트코로나 대비 미래지향적 체육·예술 교과군 교육과정 구성 방안 연구」(이하 기초연구)에서 이미 예견됐다고 말했다. 이 기초연구를 수행한 총 2명의 연구진은 서양음악을 전공했는데, 이들이 시안 개발 연구의 연구책임자와 연구진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기초연구 당시 국악에 부정적인 인식에 기초해 연구 쟁점을 추출했으며, 2015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에 대해 편향적이며 부정적인 의견을 중점적으로 냈다고 협의회 측은 주장했다. 협의회 측은 설문조사 결과 역시 국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견해로 해석한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 측은 시안 개발 연구 구성도 문제라고 전했다.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교수진은 서양음악 전공 4명, 국악 전공 1명으로, 협의진도 대부분 서양음악 전공으로 구성됐다. 연구책임자도 교육과정 시안 개발 과정의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비공개로 처리했으며 국악 분야 전문가협의회에서도 내용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책임자는 교육학적 맥락의 검증을 위해 음악교육 전문가 협의회에 더 많은 내용을 공개하며 형평성 논란을 낳았다는 게 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협의회 측은 ”이처럼 연구책임자는 시안 개발 과정에서 전공 분야에 따라 연구 내용 공개에 차별을 두었을 뿐 아니라, 국악교육에 필수적인 요소와 개념 체계에 대한 확인, 검토,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를 매우 형식적으로, 불투명하게 운영했다“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의 모든 원인은 교육부에“

협의회 측은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로 교육부의 부실한 기획·운영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4월, 체육·음악·미술 3개 교과를 묶어 교육과정 기초연구를 용역 방식으로 실행했다. 협의회 측은 이 연구가 서로 공통점이 없는 체육, 음악, 미술 교과를 하나의 연구로 통합해 4천만 원의 적은 용역비로 고작 6개월 동안 수행된, 졸속 연구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에 걸쳐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를 위한 입찰공고를 냈으며, 최종적으로 문제의 기초연구 수행한 교수 연구자가 연구책임자로 선정됐다. 협의회 측은 교육과정 시안 개발 과정에서 연구책임자가 갖은 핑계를 대며 불투명하게 전문가협의회를 추진하고, 의견 수렴 과정이 적절치 않았음에도 교육부는 이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책임자의 불투명성, 절차의 부적절성 등에 문제가 야기되었음에도 교육부는 이에 대해 적절한 방안 또는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악교육 및 국악학계는 부실한 기초연구와 시안 개발 과정의 문제점이 우려되어 지난해 11월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시안 개발이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국악교육 및 국악학계가 떠들썩하다는 것만 지적하는 등 수수방관했다고 협의회 측은 말했다.

협의회 측은 ”국악교육 및 국악학계에서 제기한 주장은 국악만을 가르쳐야 한다는 ‘아전인수’ 격의 논쟁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시안 개발 연구 제안요청서에 기술한 “한국인으로서 우리 음악(국악)의 본질을 이해하고, 민족적 정서의 공유 및 국악의 세계화 기반 마련을 위한 교육과정 설계”를 위한 가장 최소한의 요구였다는 뜻이다. 협의회 측은 “만약 교육부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학교 국악교육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직시하고,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외에 전국교육대학교 국악전공 교수협의회 등 국악학 관련 교수단체와 대학 내 국악 관련 학과, 한국국악학회, 국악방송,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등 94개 단체가 참여했다. 협의회는 “우리의 주장은 특정 분야의 집단이기주의가 아닌, 민족문화 말살을 저지하는 것이며 민족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우리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국악교육계, 국악계, 국학계 종사자들과 힘을 합쳐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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