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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52.8% “교수 미래 어두워”…조교수는 ‘신분 불안’ 이직 고민
교수 52.8% “교수 미래 어두워”…조교수는 ‘신분 불안’ 이직 고민
  • 윤정민
  • 승인 2022.04.20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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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0주년 특집 설문조사
교수 517명이 말하는 ‘교수 정체성’

교수신문은 창간호에 ‘전국교수 의식성향 조사’ 기사를 실었다. 이중 핵심은 ‘교수직 만족도 조사’였다. 당시 ‘전국사립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와의 공동 기획으로 전국 대학교수 340명을 설문한 결과, 만족한다(‘매우 만족’ 포함)고 답한 비율은 78.7%였다. 만족하지 않다(‘매우 불만’ 포함)는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학자들은 대체로 교수직에 만족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교수직 만족감은 1992년과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 전국 대학교수 517명 설문조사 결과(2022). 맨 오른쪽 도표는 1992년 <교수신문> 창간호 당시 실시·게재했던 교수직 만족도 조사 결과.

교수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교수신문>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517명에게 ‘다시 직업을 선택해도 교수가 되겠는가’라는 질문에 ‘되겠다’라는 응답률이 56.7%에 불과했다. 2015년(74.9%)보다 18.2%p 줄은 수치다. 이는 부교수와 조교수, 전문대의 영향이 컸다. 다시 교수를 하지 않겠다는 부교수와 조교수 응답률은 27.1%, 28.6%였다. 전문대 교수 중 31.7%도 다시 교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교수를 왜 다시 하지 않으려는 걸까. ‘직업인’으로서 교수의 현재가 암울해서일까. 교수의 직업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8.1%가 교수 생활과 삶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23.3%), 2015년(26.5%)보다 늘어난 수치다.

응답률에 영향을 준 교수 집단은 부교수와 조교수, 5~10년차 교수, 전문대, 사립, 비수도권이었다. 정교수의 부정 응답 비율이 23.6%인데, 부교수와 조교수는 각각 41.7%, 34.7%로 나타났다. 5~10년차 교수의 부정 응답 비율은 39.3%로, 16~20년차 교수(21.7%)와 약 15%p 차이를 보였다. 전문대 교수(40.0%)는 일반대(26.8%)보다, 사립대 교수(30.9%)는 국공립대(20.3%)보다, 비수도권 대학 교수(32.7%)도 수도권 대학(22.1%)보다 불만이 더 많았다.

 

교수 10명 중 4명, 연구 환경 만족 못 해

세부적으로 어떤 부분이 이들의 마음에 들지 못했던 걸까. <교수신문>은 교수 직무 만족도를 △급여 수준 △교육 환경 △연구 환경 △업무 부담 △학문 자율성 등 5가지로 나눠 교수들에게 물었다. 이중 교수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나타낸 부분은 연구 환경(43.5%)이었다. 젊은 교수일수록, 연차와 직위가 낮을수록, 비수도권 대학(50.5%)과 사립대(45.7%), 전문대(65.0%)에 재직 중인 교수들이 연구 환경에 더 불만이 많았다. 연령대별로 비교했을 때, 불만율(‘매우 불만족’ 포함)은 60대 36.3%에서 50대 46.3%, 30·40대 55.1%까지 치솟았다. 15년차 이하 교수의 불만율(54.3%)은 16년차 이상(38.0%)보다 16.3%p 높았으며, 부교수와 조교수의 불만율(57.2%)도 정교수(39.1%)보다 높았다.

‘연구 환경’ 다음으로 불만율이 높았던 항목은 ‘교육 환경’과 ‘업무 부담’(36.9%)이었다. 교육 환경 부문에는 사립대(39.6%)가 국공립대(29.7%)보다, 비수도권 대학(39.5%)이 수도권 대학(33.6%)보다 불만율이 높게 나타났다. 업무 부담 부문에는 연령대 중 40대(49.3%), 직위 중 부교수(49.0%), 유형 중 전문대(60.0%)의 불만율이 가장 높았다.

급여 수준의 불만율은 34.4%로 직위·연령대·전공 세부 분석에서도 평균과 비슷한 수치를 보인 가운데 5~10년차 교수의 불만율(60.7%)이 두드러졌다. ‘학문 자율성’ 부문은 가장 낮은 불만율(23.6%)이자 가장 높은 만족율(43.9%)을 보였다.

 

이직 고민은 ‘연구 환경’ 때문, 신분 불안 이유 1위 ‘학생 수 감소’

교수들의 연구 환경 불만은 다른 대학 이직 욕구로도 이어졌다. ‘최근 2년간 다른 대학으로 이직을 고민’한 교수는 41.8%다. 이중 23.2%는 그 이유로 ‘더 나은 연구 환경’을 1순위로 꼽았다. 2순위를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도 45.4%(복수응답)로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많았던 이직 고민 이유는 ‘신분 불안 해소’(22.2%), 3위는 ‘좋은 급여 조건’(19.9%)이었다. ‘신분 불안 해소’는 여성(27.8%), 30·40대(29.6%)와 50대(24.1%), 인문(29.8%)과 사회계열(23.8%), 비수도권 대학 교수(23.4%)의 이직 고민 이유 1위였다.

우선순위로 꼽진 않았지만, 교수직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교수는 얼마나 될까. ‘최근 2년 동안 교수 신분이 불안’했는지에 대해 36.4%가 있었다고 답했다. 남교수(34.8%)보다는 여교수(42.2%)의 비율이 더 높았고, 젊을수록(30·40대, 55.1%), 조교수(69.4%), 전문대(55%), 사립(42.2%), 비수도권(39.5%) 대학에 있는 교수들일수록 ‘있다’라고 응답한 수가 더 많았다.

신분 불안 이유는 ‘학생 수 감소’(61.7%)가 가장 많았는데, 2013년(38.2%)과 2015년(40.1%)보다 크게 늘었다. 불안 이유 2위인 ‘고용 조건’(19.7%)도 2013년(17.2%), 2015년(19.9%)과 비슷했다. 결국, 교수들의 이직 의지는 그들이 재직 중인 대학의 자부심에도 영향을 끼쳤다. 교수들에게 재직 중인 대학에 자부심을 느끼는지 물었더니 긍정 답변율이 42.8%로, 2013년(51.6%), 2015년(47.2%)보다 줄었다. 직위별로 비교했을 때, 부교수의 긍정 답변율이 38.5%로 가장 낮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비교했을 때, 수도권 대학 교수의 긍정 답변율(48.2%)이 비수도권 교수(38.5%)보다 9.7%p 더 높았다.

 

30·40대 교수 3명 중 1명, “교수한 거 후회해”

교수라는 직업의 어두운 미래도 ‘다시 교수라는 직업을 택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교수라는 직업의 미래가 밝은지 물었더니 응답자 2명 중 1명(52.8%)이 어둡다고 답했다.

이중 조교수(49.0%)에서 정교수(56.7%)로 직위 등급이 올라갈수록 부정 답변 비율이 증가하는 양상이 눈에 띈다. 이는 대학과 교수의 현 상황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걸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로 풀이된다. 재직연도를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도 5~10년차(48.2%)에서 16~20년차(57.6%)로 갈수록 부정 답변 비율이 높았다.

이에 교수 5명 중 1명 이상(23.0%)이 교수직을 후회하기도 했다. 특히 교수직을 후회한 30·40대 응답자는 38.5%였다. 전문대 교수 중 38.3%도 교수직을 후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수들이 다른 직무로 바꿀지 고민하는 데까지 영향을 끼쳤다. 교수 4명 중 1명(25.9%)은 지난 2년 동안 다른 직무로 바꾸려는 생각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0년차 이하 교수와 전문대 교수 절반 가까이가 직무 변경을 고민했다는 게 특징이다. 각각 45.6%, 46.7%의 응답률을 보였다. 교수직 처우를 개선해 교수들의 자긍심을 높여야 할 때다.

교수 5명 중 4명 이상(86.3%)이 자신의 전공에 자부심이 있다고 말한 점은 다행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이 전공의 미래가 밝은지 묻는 문항에는 74.9%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학과 통폐합 주 대상인 인문·사회계열 등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인문계열 교수 159명 중 27명(17.0%)이 인문학과의 미래가 어둡다고 답했다. 사회계열 168명의 부정 응답 비율(6.0%)은 평균보다 높지 않았지만, 긍정 답변 비율(78.0%)이 자연(89.5%), 공학(84.2%)보다 낮았다.

 


① [교수들이 말하는 ‘대학의 미래’] ‘학생 성장’이 우선이다

[교수들이 뽑은 혁신대학·차기 정부 고등교육 과제] 미네르바 스쿨보다 ‘평생교육’을 혁신모델로 꼽아

③ [교수들이 뽑은 향후 10년간 지배할 한국 사회 키워드] 저출산고령화·사회통합·4차산업혁명의 시대

[교수들이 뽑은 대통령의 덕목]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 ‘공정성·소통·정직·통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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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이 말하는 ‘교수 정체성’] 교수 52.8% “교수 미래 어두워”…조교수는 ‘신분 불안’ 이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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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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