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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과서를 말하다
교사, 교과서를 말하다
  • 최승우
  • 승인 2022.04.1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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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외 4인 지음|288쪽|학지사

교육의 발판인 교과서,
어쩌다 애증의 대상이 되었을까?
교육이란 본래 미래지향적인 가치 추구 활동이다.

교육은 학생과 교사가 더 나중의 좋은 결실을 향한 희망을 싹틔우며 현재를 밝혀 나갈 때 가능하다. 그러나 2020년 초부터 들이닥친 코로나19 사태로 교육 현장에서는 가까운 미래조차 예견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중등학교 교사들은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과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의 상황을 겪으며 그에 따른 학습격차의 심화, 신체와 정서 및 사회성 발달 기회의 제약 등 풀기 어려운 문제들로 고군분투 중이다.

감염병 대재난은 근본적으로 자연과 생명의 섭리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오만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삶과 교육에 편재한 경쟁적·도구적 양식의 ‘비정상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한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으로의 복귀를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의 ‘뉴노멀’을 마음에 그리며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 근원적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선 실제 수업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 미디어로 활용되는 ‘교과서’와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는 ‘교사’에 관심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 교과서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교육적 가치들을 가장 집약적·체계적으로 담아 전수하는 수단이요, 교육 활동의 기초 자료이자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교과서적’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이중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즉, ‘해당 분야에서 모범이 되는 그런 것’과 함께 ‘판에 박혀서 현실적이지 않은 그런 것’을 뜻한다. 현장 교사와 학생들에게도 교과서는 애증의 대상이 되곤 한다. 교과서는 교육 활동에 질서와 방향을 안내하는 길잡이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가르침과 배움을 삶의 경험과 동떨어진 것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교사들은 ‘표준화된 국가 교과서’ 개념의 가능성과 한계를 통찰하고, 학생들과 함께 삶을 가꾸는 교실 실천을 위해 창의적 상상력을 기울이며 애쓴다.

하지만 교사에게 정해진 교과서의 단순한 전달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기와 함께 교과서 너머를 교육적으로 가치 있게 만들어 가기란 간단치 않다. 교과서와 교사에 관한 교육학과 교과교육학 분야의 이론적·실제적 연구성과들과 연계하여 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캐묻는 교육철학적 탐색이 요청된다. 한국의 교과서 변천사에 나타난 개념 변화, 국정·검정·인정으로 분류되는 교과서 종류, 디지털교과서의 도입과 감각 소재의 다양화, 교과서 자유발행제도에 대한 관심 등을 통해 교과서에 대한 정책적 관점을 살펴보면, 국가적인 획일적 통제의 관리에서 벗어나 점차 교사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변형 및 재구성을 지원하는 방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교과서와 교사에 관한 교육철학적 탐구와 논의를 통해 우리는 기존의 교과서 개념에 어떤 한계와 문제가 있는지, 교사의 교과서 만들기는 어떤 교육적 의미를 지니는지, 자율적 전문가로서 교사의 교과서 관점과 수업 재구성의 의미는 무엇인지, 교육철학의 제반 사상과 이념은 교과서와 교과교육과정 속에 어떻게 재현·구현되어 있는지, 교과서의 텍스트와 그림 구성은 학생들의 감각과 정서에 어떤 교육적 영향을 미치는지 등 오랜 기간 다각도에서 풀어야 할 탐구에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한국교육철학학회는 2020년 7월 11일 광주 교육대학교에서 ‘교과서·교사·교육철학’이라는 주제로 광주광역시교육청 공동주관 온라인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책은 학술대회를 통해 교과서와 교사 전문성의 관련에 대하여 실천적·학술적·정책적 논의 주제들을 함께 천착해 보았던 공동작업의 결실이다. 이 책이 널리 공유되어 초·중등학교 교사들, 교육학 전공 학생과 연구자들, 교육정책 입안자들에게 교과서의 의미와 교사의 과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발견하는 자원이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여기에 마련된 교육 실제에 관한 철학적 탐구가 더욱 성숙되어 교육 현실의 근본적 이해와 개선을 위한 교육철학의 소임을 확장하는 발판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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