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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럴리스트 페이퍼’, 자유와 민주주의 리더십의 교과서
‘페더럴리스트 페이퍼’, 자유와 민주주의 리더십의 교과서
  • 서영식
  • 승인 2022.04.15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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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⑥_서영식 충남대 교수·리더십철학
『페더럴리스트 페이퍼』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저자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제1대 재무장관, 제임스 매디슨 미국 제4대 대통령, 존 제이 미국 제1대 대법원장, 『페더럴리스트 페이퍼』 표지. 사진=백악관, 워싱턴 국립 미술관, 미국 의회도서관.
『페더럴리스트 페이퍼』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저자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제1대 재무장관, 제임스 매디슨 미국 제4대 대통령, 존 제이 미국 제1대 대법원장, 『페더럴리스트 페이퍼』 표지. 사진=백악관, 워싱턴 국립 미술관, 미국 의회도서관.

기원전 5세기경 플라톤은 마지막 대작 『법률』에서, 시민의 기본자격은 단적으로 자신의 내면에 지배와 피지배의 능력을 온전히 함께 갖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수제자이며 학문적 경쟁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정치학』에서, 한 나라의 ‘정체’(政體 politeia)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나랏일에 참여해 봉사하려는 자세(지배)와 서로 간에 양보하고 타협하려는 마음가짐(복종)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위대한 서양 고대 철학자들의 정치적 소망은 그들의 사후 이천년이 훨씬 지난 후에야 비로소 실현된다. 바로 18세기 ‘미국혁명’(American revolution)을 통해서다. 우리는 국으로부터의 식민지 해방과정을 흔히 ‘미국 독립전쟁’으로 명명하곤 하지만, ‘정치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 과정은 진정한 ‘혁명’이었다. 근대 객관주의 역사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랑케(Ranke, 1795~1886)가 적절히 언급했듯이, 미합중국의 건국 과정은 세계 정치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그동안 정치철학자의 머릿속에만 존재했던 ‘주권재민’ 이념이 현실에서 구현됐으며, 세습이 아닌 선출직으로 최고 국무위원을 뽑은 역사상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념비적인 사건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치며 완성된 것일까? 이 당시 『페더럴리스트 페이퍼(The Federalist Papers)』는 혁명의 사상적 배경이자 병풍이 되었다. 건국 당시의 대표적인 연방주의자들인 매디슨, 해밀턴, 제이는 1787년 가을부터 약 10개월간 반연방주의자들을 겨냥해 신문 논설 기사를 꾸준히 게재했다. 『페더럴리스트 페이퍼』는 그 기사들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이다.

이 저술을 읽다 보면, 미국의 선거철이 도래할 때마다 떠오르는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발견하게 된다. 예컨대, “왜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는 건국 이후 현재까지도 주(state)별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이며 이른바 ‘승자독식제’가 유지되고 있는가?”, “왜 어떤 주는 생명의 기원과 관련해서 진화론만 가르치는데 어떤 주는 창조론도 가르치는가?”, “왜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일반 경찰은 주 경계를 넘은 범죄자의 추격을 포기하는데, FBI는 계속 추격하는가?” 등이 있다.

이 작품의 표면상 주제는 ‘연맹규약’(1781)에 의거한 느슨한 연맹 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방공화국(federal republic)’의 구성 방안이었다. 그렇지만 저자들이 지녔던 심층적인 문제의식은 다음 두 질문에 내포되어 있다. 본성상 욕망덩어리인 인간 각자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면서도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충돌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공동체의 건설은 어떻게 가능한가?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가?

당시 신대륙 최고의 지식인 그룹에 속했던 저자들은 구대륙 유럽에서 수천 년에 걸쳐 숙성된 정치사상을 시대와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그들은 근대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정치이념에 주목했다. 그리고 국가 수립과 정부 체제 구성의 핵심축을 사상적 차원에서 규명하는 작업에 성공하는데, 대략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성악설을 토대로 한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즉 이성보다는 감정과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삼권분립 및 견제와 균형으로 대변되는 권력분립과 신대륙 상황에 부합하는 혼합 정체론이다. 세 번째는 유럽 군주의 자의적인 통치와는 명백히 구별되는바, 대화와 협력을 모델로 하는 새로운 국가형태, 즉 공화정에 대한 이해다.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의 중간 부분(51편)에는, “정의는 정부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민사회의 목적이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저술 당시나 지금이나, 한 국가나 사회의 존재 이유를 이처럼 간명하게 표현한 경우는 찾기 쉽지 않다. 그리고 이 말에 책임지기 위해 정치지도자 그룹이 계파를 초월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성공한 예는 더욱 찾기 어렵다.

해방 이후 좌우의 극심한 정치적 대립 속에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신생국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으로 받아들였다.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에 내재된 정치철학적 사유는 이 이념의 사상적 뿌리에 해당하며, 이제는 이 저작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는 70여 년 전 자유민주주의를 정치체제의 근본이념으로 받아들였으면서도, 이 이념의 본래 모습과 내재적 가치를 서구사상사의 스펙트럼 속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단편적인 해석으로 일관해 왔다. 또한 자유민주주의는 일부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자의적으로 왜곡되고 정권 유지의 이념적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아직도 일반인의 의식 속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을 이제는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서영식 충남대 교수·리더십철학

스위스 루체른대에서 서양고전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충남대 리더스피릿연구소장과 출판문화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동서철학회 편집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공공성과 리더스피릿』(공저, 2022), 『고전의 창으로 본 리더스피릿』(공저, 2021), 『플라톤철학의 실천이성담론』(2017), 『청춘의 철학』(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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