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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연, 원장 임기 둘러싼 논란…“위상 재정립 기회로”
정문연, 원장 임기 둘러싼 논란…“위상 재정립 기회로”
  • 이옥진 기자
  • 승인 2000.1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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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3 14:50:10

“개혁을 추진하려는데, 내부에 저항세력이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원장 한상진, 이하 정문연) 소속의 한 초빙연구원은 증폭되는 원장과 원로교수들 사이 갈등의 원인을 이렇게 밝혔다.

지난 1998년부터 한상진 서울대 교수(사회학과)가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정문연 내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정문연 사태는 지난 4일, 한 원장의 임기연장에 반대하는 원로교수들이 교육부·국회 교육위원회 등에 제출한 소청서가 김정숙 한나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로 제시되면서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한 원장이 정문연 원장 임기규정 3년을 채우기 위해 서울대 휴직기간을 연장 신청한 것과 관련, 원로교수들은 “정문연 원장임기규정(3년)과 관계없이 교육부로부터 2년 임기를 부여받았으므로 임기가 끝나는 오는 12월 25일 원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원로교수들에 따르면 “한 원장은 원장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결여하였고, 교육부에 임기연장 신청을 할 때 정문연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는 등 절차상의 하자를 초래했기 때문에, 1년 잔여임기연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원로교수 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문연 소속 전체 56명의 교수 중 20명이 한 원장의 임기연장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 원장은 임기연장이 합법적이라는 변호사의 견해를 교수회에서 설명했으며,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며 조사 자체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련의 사태를 정문연 내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로 보는 견해도 있다. 최근 정문연에서는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4명의 교수가 징계됐고, 2명은 교육부 재심청구위원회에서 복직처리 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 원장에 대한 불만은 높아졌으며 “정문연을 대학원 중심 연구기관으로 재편하려는 개혁이 좌절되면서 빚어진 정책상의 혼란은 안정적인 강의개설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 초빙연구원은 전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러한 전반적 위기를 오히려 정문연의 위상재정립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원장 개인에서 정문연 전체로 문제를 확대한다면, 개혁의 과정에서 생긴 잡음의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의 두뇌역할을 위해 기능해왔던 역사를 끊고, ‘심층적인 국학연구와 한국학의 세계화’라는 학문적 지향점에 걸맞는 정문연의 학적 위상이 그 내실을 찾을 시기라는 조심스런 진단도 가능할 것이다.
이옥진 기자 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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