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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소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도덕과 자본
‘시선·소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도덕과 자본
  • 김은성
  • 승인 2022.04.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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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다_『감각과 사물: 한국사회를 읽는 새로운 코드』 김은성 지음 | 갈무리 | 352쪽

코로나 감시·아파트 층간소음 등 감각풍경과 물질문화 통찰
마스크 착용은 도덕의 문제뿐만 아니라 감각 자본도 만들어

코로나 위기에서 한국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유는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거리를 행보할 때 바이러스 전염의 위험이 높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도덕적 비난을 받는다. 마스크의 시각성이 사람들의 도덕을 만들었고, 마스크는 공동체를 위한 도덕적 인간의 필수품이 되었다. 여기서 도덕은 인간 정신 속의 형이상학적 산물이 아니라 인간과 사물 간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마스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도덕뿐만 아니라 자본도 만든다. 이 시선 때문에 마스크의 수요가 증가된다. 감각이 상품의 경제적 가치에 기여할 때 ‘감각 자본’이 만들어진다. 감각 자본은 재화가치로서 감각뿐만 아니라 마스크의 시선처럼 마스크의 본래 재화가치와 무관한 감각이 상품에 미치는 경제적 가치이다. 이렇게 감각, 도덕, 자본이 서로 연관된다. 흥미롭게도 미세먼지사태 때에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그때의 마스크는 개인의 안전만을 위한 것이며 사람들의 눈치와 무관했다. 그래서 미세먼지 마스크는 코로나 위기 때와 달리 공동체를 위한 ‘도덕’과 사람들의 시선에 의한 ‘감각 자본’을 생산하지 않는다. 

 

전통사회과학과 감각학·물질문화연구를 연결하는 시도

이 책은 ‘감각’과 ‘사물’이라는 새로운 코드로 한국 사회를 해석한다. 정치사회학, 경제사회학, 보건사회학, 환경사회학 등 전통 사회과학과 감각학 및 물질문화연구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도덕, 시민권, 권력, 정치, 경제의 개념을 감각 또는 사물로 새롭게 구성한다. 도덕과 인격의 물질성, 장소 도덕, 소리 시민권, 감각 권력, 공간 권력, 물질정치, 감각 자본 등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독자들은 기존의 사회과학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감각과 사물이 사회과학의 핵심적인 개념들 속으로 묻어 들어가는 것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1966)을 오마주한 것이다. 미셸 푸코의 이론과 사상은 이 책의 도처에 등장한다. 하지만 푸코는 파놉티콘 감옥을 통해 시각 권력의 통치성을 연구했으나, 감각의 변화에 따른 권력 방식의 차이에 주목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 책은 시위통제에 사용되는 채증(증거 수집용)카메라와 소음측정기의 비교를 통해 시각과 청각의 차이에 따른 권력 작동방식의 변화를 고찰하고 이를 ‘감각 권력’이라 부른다. 

 

전통적 시민권과 차별되는 감각 시민권

또한 이 책은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 사례를 통하여 층간소음관련 소리지식에 의해 구성되는 ‘소리 시민권’을 이야기 한다. 감각에 의해 구성된 ‘감각 시민권’은 민주주의 이론에 의거한 전통적인 시민권의 개념과 차별화된다. 또한, 농산물 거래의 사례를 통해 연구한 ‘감각 자본’의 개념은 재화가치로서의 농산물의 감각성뿐만 아니라 시장거래의 감각적 상호작용 즉, 감각적 회집체(sensory assemblage)가 상품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의 개념과 구별된다. 다만 이 책은 사회과학 이론서가 아니라 한국의 주요 사회적 의제에 대한 현장 연구의 기록이다. 우리나라 사회과학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이론의 세련됨보다 경험연구의 충실성이다.

이 책에서 나는 사회과학의 감각적, 물질적 전환을 모색하지만 전통 사회과학을 대체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양한 사회과학 이론들이 공존하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읽을 수 있길 바란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더 다양한 관점으로 이 사회를 관찰할 수 있다면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더 객관적일 수 있다.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믿는 모든 종류의 도그마에 대한 성찰이다. 이 책을 통해 감각학과 물질문화연구가 전통 사회과학과 함께 서로 성찰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학문적 전통이 되기를 바란다. 

 

 

김은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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