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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행복한 죽음의 사회적 수용을 위한 통찰 ‘웰 다잉’
100세 시대, 행복한 죽음의 사회적 수용을 위한 통찰 ‘웰 다잉’
  • 김봉억
  • 승인 2022.03.29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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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융합연구의 미래 ⑥ 융합의 새로운 통찰-웰다잉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교수신문 공동기획

융합(Convergence)의 시대다. 장벽과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지식을 합쳐 새로운 유형의 지식을 창출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문사회가 뒷받침되지 않는 첨단 과학기술은 맹목적이고, 과학기술과 분리된 인문사회는 공허하다. 그렇다면 국내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의 융합연구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총 10회에 걸쳐 국내 융합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K-융합연구의 미래를 진단한다.

① 인문사회 과학기술 만나다
② 융합이 치유하다_사회문화 통합전염병
③ 융합이 만든 안식처_스마트쉘터
④ 융합이 쓰는 미래_新기후 시나리오
⑤ 융합이 만난 언어뿌리_문화+마이닝
⑥ 융합의 새로운 통찰_웰다잉
⑦ 융합의 빅데이터 분석_한국사 권력 메커니즘
⑧ 융합의 색다른 발상_환자 회복 패러다임
⑨ 융합의 연결고리_다문화 의사소통 앱
⑩ 인문사회가 묻고 융합이 답을 하다

2025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100세 시대가 현실로 도래하며 건강한 노화와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건양대 웰다잉융합연구소(연구책임자 김광환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잘 죽는 법이 아닌 잘사는 법을 찾기 위한 ‘웰다잉(well-dying)’을 목표로 한국연구재단 학제간융합연구사업에 도전했다. 죽음을 개인의 생물학적·의료적 사망뿐 아니라 한 인격과 개성의 소멸과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라는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은 호스피스·종교·통계·문학·철학 등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행복한 죽음의 사회적 수용’이란 명제를 제시했다. 

개인의 ‘죽음’을 사회적·학술적 담론의 장으로 ‘웰다잉’ 가치 확산

연구팀은 ‘한국인의 사회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인문학 기반 완성적 죽음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2014년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에 착수했다. 연구팀이 ‘웰다잉’ 연구에 매진해온 5년 동안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장수와 행복한 죽음에 대한 담론이 싹트기 시작했다.

2015년 한국은 노인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빈곤과 범죄율 등의 지표에서도 노인의 삶의 질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100세 시대, 노화와 죽음이 전 국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지역과 대학의 테두리를 벗어나 ‘죽음’과 ‘웰다잉’을 국가 수준에서 조사하고 현장 교육을 통해 사회적 대안을 제안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1단계 사업(2014.9∼2017.8)에서는 죽음과 웰다잉을 중심으로 인문·사회 영역과 보건·의료 시각을 결합한 융합연구의 토대를 구축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이 각기 다른 일반인·의료인·대학생·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죽음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4권의 ‘죽음교육교재’ 개발은 대표적 성과이다.

연구팀은 국내·외 관련 문헌고찰, 기존 죽음교육 프로그램의 분석과 설문조사, 교육 대상별 죽음교육의 필요성 및 교육의 타당성 조사를 바탕으로 죽음교육프로그램을 완성했다. 더불어 건양사이버대와 건양대 교양과목, 복지관, 노인대학 등을 통한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여 병원, 학교, 공공기관 등에서 필요로 하는 죽음 관련 전문가 양성에도 일조했다. 

특히 2014년 설립한 ‘웰다잉 융합연구 교육센터’는 인문학, 사회학, 보건의료 각 영역별로 자문단 활동을 벌이며 국내·외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구심점이 됐다. 연구팀은 학술대회를 개최해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언론 기고, 교육, 홈페이지 제작 등 다각적인 홍보 전략으로 웰다잉 교육의 확산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이바지했다. 

“죽음 연구는 삶의 질과 직결된 인간에 관한 연구 주제이자 현대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사회문제이다” 사진=펙셀

웰다잉 지도 작성…교육체계 확산 
한국형 ‘웰다잉’ 모형·정책 제안

연구팀은 2단계 사업(2017.9∼2019.8)을 통해 죽음과 웰다잉에 대한 교육 목표를 국가 단위로 확장했다. 당시 해결하고자 했던 최우선 과제는 ‘한국인의 삶의 질 향상’이었다.

연구팀은 가장 먼저 한국의 웰다잉 지도를 작성했다. 국가 단위의 죽음과 웰다잉 인식 조사 및 웰다잉 사례 연구를 통해 지역별 웰다잉 현황과 취약 부분, 특징 및 우수사례를 추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 방안도 제안했다. 이는 모든 국민이 접근 가능하고 저마다의 필요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웰다잉 교육 체계 확산의 토대가 됐다. 

또한 웰다잉 정책과 문화에 대한 해외 사례와 연구를 통해 한국형 웰다잉 모형과 정책을 제안했다. 국가별로 역사·문화적 배경과 가치관에 따라 죽음과 웰다잉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크다. 일례로 서유럽 선진국들은 웰빙과 웰다잉을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제도화한 반면, 동남아 국가들은 아직은 사회 시스템보다는 전통이나 관례를 통해 웰다잉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개인의 영역에 머물던 죽음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데도 일조했다. 2015년 대상별 죽음교육프로그램 교육서를 출간한데 이어 2018년에는 『국민 웰다잉 인식구조 검사도구 개발 및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는 전국 시도에 복지와 행복을 위한 정책 자료로 활용됐다. 

2019년 발행한 웰다잉 사례 연구집이다.

또한 죽음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웰빙’과 ‘웰다잉’에 대한 연구진들의 생각과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자유롭게 풀어낸 『내 인생 저만치에 죽음이』와 청소년 대상의 죽음교육 활성화와 웰다잉 인식 제고를 위한 학습 만화책을 2017년 출간했다. 2019년에는 한국인의 보편적 삶과 죽음을 통해 보는 웰다잉 사례 연구집 『무엇이 웰다잉의 삶인가』를 펴냈다. 같은 해 장례문화로 알아보는 세계인의 삶과 죽음에 관한 책 『세계의 장례와 문화』도 출판해 삶과 문화, 종교를 통해 국민들의 죽음을 수용하는 자세와 태도 변화를 이끌었다. 

연구책임자인 김광환 건양대 교수는 “죽음 연구는 삶의 질과 직결된 인간에 관한 연구 주제이자 현대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사회문제이다”라며 “이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죽음과 웰다잉 교육에 대한 우리의 현실과 문화를 반영한 ‘한국형 웰다잉 시스템’을 만들고 웰에이징을 통해 이를 발전시키고자 했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성공적인 노화 준비·복지 산업 창출 위해 웰다잉에서 웰에이징으로

5년간의 학제간융합연구사업을 마친 연구팀은 2020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의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며 한국형 웰에이징(Well-aging) 모델 개발 및 사회 확산을 위한 융합연구에 나섰다.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수요 대비와 복지 산업 창출이 목표이다.

웰에이징을 위한 노력은 생의 어느 한 시점이 아닌 전 생애에 걸쳐 필요하다. 특히 삶을 통합하는 인생 후반기에 더욱 중요해진다. 인간의 정신적 측면과 신체적 측면을 동시에 다루는 만큼 보건의료 전공과 인문사회 전공의 결합이 웰에이징 연구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노년기뿐만 아니라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을 포함하여 각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대비하고자 한다. 연구를 통해 한국형 웰에이징을 위한 긍정적인 사회적 인식변화를 돕고, 웰에이징 관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여 노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이다. 

이를 위해 연구책임자 김광환 교수를 비롯해 건양대학교병원 김용하 행정원장, 인문사회철학 분야의 김문준·박아르마·송현동 교수, 보건의료 분야 김설희·황혜정·임효남 교수, 미생물 강경희 교수, 경영 김용하 교수, 통계 이종형 교수, 사회복지 조지용 교수와 내외부 공동연구원이 웰에이징 문화 조성과 교육, 산업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공동기획팀 editor@kyosu.net
김미혜 한국연구재단 문화융복합단장, 김봉억 교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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