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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정책연구원’ 설립을 제안한다
‘인문정책연구원’ 설립을 제안한다
  • 이중원
  • 승인 2022.03.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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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중원 논설위원 /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이중원 논설위원

우리나라에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같이,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원이 있다.

STEPI의 경우, “과학기술 및 관련 혁신에 대한 제반 문제를 연구·분석함으로써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경제·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KISTEP은 과학기술 정책연구 강화로 국가 연구개발 투자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미래 이슈의 선제 발굴로 혁신성장동력의 창출에 기여함을 주요 임무로 설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 혁신정책의 주요 요소들, 곧 과학기술의 미래 예측, 연구개발 예산의 배분·조정, 관련 법·제도, 인프라 및 인력정책, 미래 사회 전망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이에 바탕하여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을 기획·수립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각자의 세부 영역별(생명공학, 나노기술, 정보통신기술 등등)로 해당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을 기획·수립하는 다양한 정책센터들이 존재한다. 가령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의 경우 나노기술 정보의 수집·분석과 더불어 국가의 나노 정책 및 전략의 수립을 지원하는데, 실제로 5년 단위의 나노기술 종합발전계획의 수립과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수립 과정을 보면 단순히 몇몇 전문가들이 모여 하향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나노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연구자를 대상으로 주제별 전문 위원회를 구성하여 상향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기획하고 수립하고 있다.

2021년 12월에 「인문학 및 인문 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2차 인문학 및 인문 정신문화 진흥 기본계획’(2022~2026)이 수립·발표되었다. 우리 사회가 인문학을 바탕으로 인문 정신과 인문 문화를 확립하고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국가의 인문 정책 및 관련 사업의 핵심 내용과 방향이 담겨 있다.

그런데 기본계획 등 인문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을 보면, 국가적 차원의 인문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책과제 형태로 공모를 내고 심사를 거쳐 선정된 소수의 연구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정책을 수립하는, 하향적 방식의 불완전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국가의 인문 정책을 연구하고 기획·수립하는 전문적인 정책기구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정책과제 공모방식으로는 다양한 의견수렴 장치를 보완하더라도 막중한 국가의 인문 정책 수립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앞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살펴본 STEPI와 KISTEP처럼, 국가 차원의 ‘인문정책연구원’의 설립을 제안한다. 인문학 및 인문 정신문화의 수요 예측, 재정 확충 및 조정, 법·제도, 인프라 및 인력정책, 우리 사회의 미래 전망 등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연구원처럼 인문 정책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연구와 기획·수립이 필요하다. 

별도의 독립기관으로서 연구원의 설립이 당장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차선책을 제시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한국의 인문학 분야 학술단체들의 연합체인 한국인문학총연합회(혹은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 학술단체들의 연합체인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산하에,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처럼 국가가 지원하는 ‘인문정책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주축으로 상향적인 방식의 인문 정책과 사업을 기획·수립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본부 산하에 인문 정책의 기획 및 수립을 지원하는 전담부서로 ‘인문정책연구팀’을 설치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점점 더 갈등과 분열, 혐오와 차별로 점철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를 해소하고 치유할 수 있는 길은 인문학에 바탕한 인문 정신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국가 인문정책의 체계적인 수립이 더없이 필요한 때다.

이중원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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