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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체제 성격 논쟁 중…비판적 중국연구의 딜레마
중국체제 성격 논쟁 중…비판적 중국연구의 딜레마
  • 하남석
  • 승인 2022.03.16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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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연구자대회 ① 다시, 오늘 우리에게 중국이란?

 

<교수신문> 창간 30주년 특별기획 ‘천하제일연구자대회’는 30~40대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과 연구 관심,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사회와 학계의 모습에 대해 듣는 자리다. 새로운 시야와 도전적인 문제의식으로 기성의 인문·사회과학 장을 바꾸고 있는 연구자들과 이전에 없던 문제와 소재로써 아예 새 분야를 개척하는 이들을 만난다. 어려운 상황에서 분투하고 있는 젊고 진실한 연구자들을 ‘천하제일’로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연구자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민교협 2.0’과 함께한다.[편집자] 

 

 

“중국의 체제 성격을 놓고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쟁점은 현재 중국을 진보적인 변화의 주축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저항과 비판의 대상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도 중국과 중화권의 (비정규)노동, 젠더, 청년, 생태 등 
국민국가에 쉽게 포섭되지 않는 지역과 경계의 가능성과 의미를 묻는 연구들이 시작되었다.”

바야흐로 반중의 시절이다.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세계적 차원에서 반중 정서는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기에 서구에서는 21세기 버전의 황화론(黃禍論)이 등장했고 중국에서 처음 발견되어 글로벌 팬데믹으로 번져버린 코로나19는 거세지는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한국에서는 2016년 사드배치를 기점으로 그 이전의 한중수교 이후 이보다 좋을 수 없던 한중관계는 점차 악화하기 시작했고 특히 젊은 MZ세대에서는 반중 정서를 넘어 중국 혐오 정서까지 퍼지는 중이다. 

'중국 전문가 10만 양성'을 보고 시작했지만

심지어 대선에 나선 정치인들조차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그 반중 정서라는 쇼비니즘에 올라탈 정도가 되었다. 한동안 취업에 유리하다는 실용적인 이유로 대학에서 인기 있던 중국 관련 전공 학과도 이제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학 연구자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걸까?      

최근 몇 년 간 한국의 반중 정서는 필자가 중국을 전공하기 시작한 20여 년 전과는 무척 다르다. 당시 막 출범한 참여정부는 동북아시아 외교를 강조했고 점점 커지고 있던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 전문가 10만 양성’ 계획을 표명했다. 내심 장학금과 이후 일자리까지 기대한 것이 필자의 대학원 진학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대학원 과정 내내 구체적인 국가의 지원계획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며 이 ‘10만 양성’이 관군이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잘 크라는 의병 양성 계획임을 깨닫게 되었지만 말이다.(그 뒤로도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앞의 수식어만 바뀐 여러 차례의 10만 양성론이라는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을 반복적으로 보고 있다.). 예상했던 지원은 빈약했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수요는 여러 영역에서 늘어났고 한국의 중국연구도 그에 따라 성장해왔다.  

2010년대 들어 시진핑 체제가 등장하고 기층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전략경쟁까지 이어지면서 현재 중국의 체제 성격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논쟁이 시작됐다. 사진은 2012년 미국 국무부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모습이다. 뒤에 보이는 이들은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부통령. 사진=미국 국무부

제국·제3세계 특징 겹치는 중국, 다양한 연구 시도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성장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개방의 폭도 넓어짐에 따라 중국과 한국 지식인들 사이의 교류와 상호 유학이 확대됐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끈 신좌파와 자유주의 지식인들 사이의 논쟁을 포함한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들의 작업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빨리 한국에 번역 소개되었다. 이런 교류와 소개 작업들을 통해 기존 반공주의와 시장주의에 입각한 중국 이해의 방식을 넘어서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중국 연구가 시도되었고 그 내용도 구체적이고 두터워졌다. 

무엇보다 중국 연구의 영역과 방법이 다양해진 것은 중국이라는 그 연구대상 자체가 개혁개방 이후 많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근대적인 변혁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교차하고 도시와 농촌이 공간적으로 뒤섞이는 동시에 제국의 양태와 제3세계적 특징이 겹쳐지는 극단적인 경관과 제도를 가진 나라가 바로 현재의 중국이다. 중국 연구자들에게는 이런 중국을 어떻게 분석하고 설명할지가 난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기존의 인문학 영역에서는 포스트사회주의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문화연구의 방법들이 도입되었고 분석하는 텍스트도 기존의 문학 작품을 넘어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심지어 온라인과 SNS의 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워졌다. 고전에 대한 연구도 정전의 정확한 번역이나 해석 문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고전으로부터 이어진 담론과 수사가 현재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 적극적인 재해석이 시도되었다. 당대 지식인과 대중들 사이의 논쟁과 담론 지형도 공산당 중심으로 생성되는 관변 이데올로기에 대한 해석을 넘어 여러 각도에서 분석되기 시작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기존의 정보 분석에 가까웠던 정치 엘리트 연구와 국제관계에 대한 논의들에 보다 이론지향적인 연구방법들이 도입되었다. 현지 조사가 일반화됨에 따라 연구의 내용이 중앙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방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도 시도되었다. 경제 현장에 대한 실용적이고 정책적인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산업과 기업 영역의 연구도 확대되었으며, 중국 기층 사회의 역동성과 그에 대응하는 당국의 거버넌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도 이뤄졌다. 

중국 정체성 질문 이어지는 시진핑 체제

한편,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서구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이 확대되면서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베이징 컨센서스와 중국모델론이 중국 안팎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주로 중국의 정치경제를 연구하는 영역에서 그동안 서구의 비교정치학과 주류 경제이론에 입각한 분석들이 그간 중국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들이 이어졌으며, 민주화와 시장화라는 근대화론에 입각한 체제이행론을 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중국의 역사적, 문화적 전통과 장기시간대를 고려한 중국연구가 필요하다는 논의들로 이어졌고 실제 중국 내부에서는 전통의 재해석에 입각해 현재 체제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의 장기지속과 제도와 문화 기저의 전통을 고려한 연구들은 그동안 서구의 방법을 통해서 잘 해석되지 않던 중국의 특수성들을 잘 드러내기도 했으나 이 연구들이 현재 공산당 일당 통치체제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강해지자 많은 논쟁들이 이어졌다. 

사진은 최근 열린 중국 전인대 개막식에 입장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2010년대 들어 시진핑 체제가 등장하고 기층의 사회운동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무역 분쟁을 넘어 체제 경쟁과 전략경쟁까지 이어지면서 비판적 중국연구 분야에서 현재 중국의 체제 성격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와 관련해 논쟁이 시작되었다. 비판적 중국연구의 전통은 주로 냉전시기 반공주의에 입각한 주류적인 연구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지양하고, 중국의 대안적 근대성 추구의 사상과 실천을 발굴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동안 비판적 중국연구는 주로 내재적 접근에 입각해 중국에 대한 외재적 시각의 오류나 선입견을 교정하는 데에 주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가 그 체제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와 농민의 민주적 운동을 거세게 탄압하는 모순적이고 환멸적인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자 중국의 국가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 중이다. 

향후 비판적 중국연구의 과제

실제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진보적 중국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의 체제 성격을 놓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쟁점은 현재 중국이 미국이라는 제국주의 국가와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에 맞서고 있으므로 진보적인 변화의 주축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신자유주의적 세계 체계에 완전히 동화되었고 아류 제국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저항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여부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비판적 중국연구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전자는 후자의 중국 비판이 세계적으로 거세지고 있는 반중정서를 가속화하고 결국 반공 보수 세력의 중국위협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후자는 전자가 중국의 사회주의적 과거에 집착해 현재 중국 안팎의 모순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향후 비판적 중국연구의 과제는 이 양자 사이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다. 장기시간대를 고려한 내재적인 중국 연구는 지속되어야 하지만 그 방향이 비판의 성격을 상실하고 현재 모순적인 중국 체제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지정학, 지경학적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는 중국의 패권적 의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논의가 확대되어야 하며, 내부적으로 점차 억압받고 있는 사회주의 민주의 역사적 경험을 중국의 뜻있는 이들과 연대하여 더 적극적으로 살려낼 필요성이 있다. 이런 방향에서의 접근이 이뤄져야 친중 대 반중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서 본연적인 ‘비판’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비록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도 중국과 중화권의 (비정규)노동, 젠더, 청년, 생태 등 국민국가에 쉽게 포섭되지 않는 지역과 경계의 가능성과 의미를 묻는 연구들이 시작되었다. 그 영역에서의 마주침들을 포착하고 함께 잇는 작업들을 통해 중국을 향한 혐오의 정동에서 벗어나 연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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