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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는 과연 ‘교수·비교수’로만 구분되나
연구자는 과연 ‘교수·비교수’로만 구분되나
  • 김수아
  • 승인 2022.03.11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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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틀어보기_『연구자의 탄생: 포스트-포스트 시대의 지식 생산과 글쓰기』 김성익 외 9인 지음 | 돌베개 | 291쪽

지식 생산 시장에 맨몸으로 던져진 연구자들
인문사회 연구자 탄생과 독립성은 사회적 주제

질적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연구 논문과 연구 출판물을 읽을 때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연구 방법론에 대한 서술이다. 어떻게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연구자가 무엇을 고민했는가라는 점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연구 참여자를 만나는 과정과, 거기서 발생한 윤리적, 철학적 고민들이 공유될 때 연구 공동체와 함께 토론하고 길을 찾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연구 공동체가 경험하는 공통의 감각에 대해 이제까지 자주 주목되지 않았던 하나의 경험을 더 더한다. 학문후속세대라고 명명되어 연구재단의 1년 계획표에 따라 일상을 조정해야 하는 경험들, 그리고 연구 주제와 연구 대상, 연구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낯선 사람이라는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이 주제에 친숙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그 설명의 결과에 따라 한 해 연구 작업의 양과 내용이 결정되는 일을 매년 해나가는 경험들, 그리고 이렇게 ‘연구재단’ 한정적인 학술 경험 외부로부터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들과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연구자로 정체화하는 과정에 대한 진지한 설명이 담겨 있다.  

여러 연구자들이 자신이 연구자라고 정체화했을 때, 언제부터, 왜, 그리고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다양한 필체와 방식으로 전개해나가고 있어 이 책을 하나의 틀 안에 정리할 수는 없다. 참여한 연구자들의 위치 또한 다양하고, 연구자로서의 자신에 대한 이야기 역시 개인의 내면에서부터 한국 사회 지식 생산의 구조까지 폭넓은 주제들을 각각 다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들은 현재 상황에서, 지식을 생산한다는 연구자의 위치와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답을 힘 있게 기술하고 있다. 

 

양적 기준에 얽매인 지식 생산 구조

연구자들이 글 속에 남긴 현재의 지식 생산 구조 문제에 대한 언급을 보면, 지난달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형, B형) 지원을 위해 특정한 포맷의 글을 작성하여 이를 심사받아야만 연구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수많은 인문사회연구자들이 밤을 지새우던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연구를 할 수 있는 비용 문제는 연구 수행에 드는 비용에서부터 학술지 게재료까지 이르는 연구 그 자체에 관한 것, 그리고 프리랜서로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것으로 펼쳐지는 현실적 문제이다. 

게다가 현재의 지식 생산 구조는 저자 천주희의 지적처럼 능력주의적, 자기계발적 담론에 의해 지지되는 체계로 여러 번의 개혁 논의에도 불구하고 연구업적 편수로 설정된 양적 기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연구자의 정체화 경험은 종종 ‘지식 시장에 맨몸으로 던져진’(오혜진) 경험에 가깝게 된다.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진리를 생산하는 작업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만나는 고민 역시 밀도있게 전달해준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에 대해 연구하고, 이 연구가 혹 극단적 극우주의 공동체를 정당화한다는 우려를 염두에 두면서도 그 공동체의 이해가 민주주의의 실현과 다양성 구현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연구하기(양명지), 자신을 지식 생산자로 있게 하는 조건에 대한 반성 능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안은별), 사회에 대해 말하라는 요구에 저항하면서 나를 보면서 이를 통해 사회를 보는 시도(김정환) 등, 이 책에서 10명의 연구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말하는 연구하기는 다른 분야의 연구자 역시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고, 또 생각해보아야 할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인문·사회과학 교수와 연구자들이 발표한 ‘연구자 권리선언’에서는 연구자를 특정 직위가 아닌 말 그대로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로 정의했다. 어떻게 연구를 직업으로 하는 자들을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결국 교수와 그 외로 구분되는 학술 공동체내 위계질서와 이에 따른 자원 배분을 문제제기하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의 ‘탄생’과 ‘독립연구자’라는 주제는 단지 개인의 것이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주제이다. 인문사회과학이란 게 점차로 무의미한 것처럼 이야기되는 현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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