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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발견되는 신데렐라 서사, 그 이유는?
어디서나 발견되는 신데렐라 서사, 그 이유는?
  • 유무수
  • 승인 2022.03.1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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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신데렐라 내러티브』 하마모토 다카시 지음 | 박정연 옮김 | 효형출판 | 300쪽

유럽에만 신데렐라 서사 500개 이상 존재
식량 부족했던 역경 극복하려는 꿈과 희망

민속학자 안나 비르기타 루트는 유럽에만 신데렐라 서사가 500개 이상 존재하는 현상을 ‘신데렐라 사이클’이라고 이름 지었다. 최초의 신데렐라 서사가 중심이 되어 전 세계에 파동이 퍼지는 것처럼 전파되었다는 의미다. 한국의 『콩쥐 팥쥐』, 일본의 『누카후쿠와 고메후쿠』도 신데렐라 이야기와 닮았다. 

 

‘신데렐라 사이클’의 파동은 그림 형제의 『재투성이』에서 시작됐을까? 『재투성이』는 1812년 초판부터 1857년 완결판까지 끊임없이 개편되면서 ‘계모의 학대, 주인공의 시련, 조력자 등장, 비현실적인 무도회, 신부시험, 결혼, 해피엔딩’의 줄거리로 다듬어졌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간사이 대학에서 이집트 문화연구에 참여했던 하마모토 다카시 저자는 유럽의 신데렐라보다 훨씬 오래 전인 기원전 5세기 경 이집트의 『로도피스의 신발』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 신데렐라 서사를 지녔다는 사실을 접하고 신데렐라를 추적했다. 주인공 로도피스는 가족 여행 도중 해적에게 유괴되고 노예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산다. 어느 날 정원에서 목욕하기 위해 벗어 놓은 신발 한 짝을 독수리가 채갔고, 독수리는 왕의 무릎 위에 신발을 떨어뜨린다. 신발이 중요 계기가 되어 로도피스는 왕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이 쓴 것도 아닌데 신데렐라 서사의 플롯은 왜 닮았을까? 레비 스트로스, 미르체아 엘리아데, 칼 융 등은 신화, 민화, 꿈의 기제 등에 나타나는 동일성을 이유로 고대인과 현대인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의식구조를 지녔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저자는 인류의 관점에서 볼 때 신데렐라 서사구조는 식량이 부족했던 아프리카에서 나와 세계 각지로 대이동을 할 때 역경을 극복하고 꿈과 희망과 행복을 추구했던 고대인들의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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