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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폭력·죽음’까지 불러오는 인포데믹... 질병 대응 위협한다
‘우울증·폭력·죽음’까지 불러오는 인포데믹... 질병 대응 위협한다
  • 김재호
  • 승인 2022.03.14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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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SF ⑪] 인포데믹 확산

‘SF’는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을 뜻한다. 이전까지 허구와 상상력은 소설이나 영화뿐 아니라 과학에서도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여기서 쓰려는 ‘SF’는 과학 따라잡기 혹은 과학과 친구맺기라는 의미의 ‘Science Follow’를 뜻한다.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모두에게 과학적 사고와 과학적 사실들이 좀 더 확장되길 바란다.

 

정보 전염병 확산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과 위협
글로벌 정치 영역으로 확장되는 다면적 문제로 인식

코로나19로 확산된 건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는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여전히 팬데믹을 잠재우지 못하는 건 바로 인포데믹 때문이 아닐까.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확산되는 인포데믹은 집단 히스테리와 폭력, 죽음마저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3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사의 AZD1222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이 장면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간호사가 잠시 파티션 뒤로 들어갔다 나왔을 때, 화이자 백신으로 바꿔치기 했다고 음모론을 펼쳤다. 백신 부작용을 정부에서 감추려했다는 허위 글을 인터넷에 올려 경찰 조사가 진행됐다. 물론 그 글은 가짜였다. 

현재 코로나19가 퍼뜨린 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가짜뉴스(인포데믹)도 있다. 코로나19 기원의 문제부터 숙주, 처방법, 백신의 효과 등에 대한 허위정보는 위험할 정도다. 최근 들어 각종 미디어에서 팩트체크를 앞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포데믹으로 인해 질병연구와 대응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ndemic)이 합쳐진 말로 가짜뉴스나 허위정보가 바이러스처럼 마구잡이로 확산되는 걸 뜻한다. 

인포데믹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을 겪을 때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방문교수인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워싱턴포스트>에서 처음 명명했다. 그는 「소문이 뒤에서 공격할 때(When the Buzz bite back)」라는 글을 통해 인포데믹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두려움, 추측, 소문이 섞인 몇 가지 사실들이 현대 정보기술에 의해 재빨리 증폭되고 중계돼 진짜 현실과 완전히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국내·국제 경제, 정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로스코프는 “인포데믹은 질병과 모든 면에서 똑같이 행동한다”라며 “인포데믹은 식별가능한 증상, 잘 알려진 보균자, 심지어 간단한 치료법까지 비슷하다”라고 적었다. 마찬가지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포데믹을 “질병 발생 시 디지털과 물리적 환경에서 발생하는, 거짓 혹은 오도하는 정보를 포함하는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라고 규정했다. 

“마늘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 “알코올이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다.” 등과 같은 속설은 예방과 치료에 걸림돌이 된다. 「코로나19 허위정보 및 그 법적 대응 방안에 관하여: 중국 사례를 중심으로」(중국법연구 제47집, 박문령·주민, 2021)에 따르면, 병원이나 의료진 이름을 도용해 공포를 조장하는 인포데믹이 확산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인포데믹을 퍼뜨려 백신무용론이 늘어났다. 

 

표현의 자유 대 인포데믹 부작용

지난달 국제저명 학술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실린 「코로나19 인포데믹: 메커니즘, 영향과 대응책」(이하 논문)은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와 인포데믹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 32개 논문을 메타분석했다. 

표현의 자유는 분명 인권이지만 스트레스, 기만, 폭력, 해를 입힌다. 그래서 과학에 기반 한 신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인포데믹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SARS, 신종플루(H1N1), 중동호흡기 증후권(MERS) 때도 등장했다. 대규모 감염병 발생 시 예방, 치료, 위험인자, 전염방식, 합병증,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 확산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인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신뢰 구축과 유지 방안으로 사전-즉각-사후 조치(표)를 제시했다. 이중 눈여겨볼 것은 불확실성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데 유용한 도구들이다. 가령 팩트 체크, 보건 리터러시 방침, 미신 파괴, 체크리스트와 인공지능 활용 등이 있다. 

 

논문에 따르면, 인포데믹은 신체적 폭력, 가정과 노인 학대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포데믹은 전염병에 대한 디지털 반응에서 기존의 차별과 불평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정확한 사실 검증 없는, 거의 자동적인 의사결정으로 말이다. 예를 들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기원에 대한 인종적 편견은 과학 연구 차원의 협력을 방해했다. 인포데믹은 아시아 등 특정 지역사회에 대한 차별, 낙인화, 외국인 혐오를 촉발했다. 

특히 인포데믹은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심리적 문제와 정신 건강은 광범위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정보는 공포·공황으로 이어졌다. 오도된 정보는 우울증과 피로마저 야기했다. 그 결과, 인포데믹은 사회의 여러 계층에서 집단 히스테리로 이어진다.  

아울러, 논문은 인포데믹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과학과 정치의 분리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게임 체인저’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항말라리아제)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라고 반복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사망자는 더 늘었다. 임상 시험, 학술 연구, 과학적 분석이 이를 입증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결국,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코로나19에 효과가 없다고 발표했다. 

 

허위정보 확산되는 사이클 끊어야

또 다른 흥미로운 논문 「팬데믹 기간 동안 트위터에 올라온 코로나19에 대한 보건 관련 정보의 정확성」(와일리, 2021년 4월 23일)을 보면, 총 25.4%의 트윗은 부정확했다. 특정 시점 3일 동안 트위터에 올라온 코로나19 관련 정보 358개를 분석한 결과다. 키워드는 코로나19, 치료, 응급 혹은 응급실, 치료 또는 예방, 비타민 혹은 보충제를 활용했다. 정부, 병원, 의사들이 작성한 트윗은 권위가 있고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의 정확성은 리트윗·좋아요 수나 트윗 순위하고는 상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범아메리칸 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는 「코로나19에 대항한 싸움에서 인포데믹과 허위정보를 이해하기」(이하 자료집)라는 자료를 발간했다. 코로나19 초기 당시, 30일 동안 3억6천1백만 개 유튜브 동영상과 1만9천2백 개 기사·논문, 5억5천만 개 트윗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혹은 팬데믹 관련 콘텐츠들이었다. 자료집은 "인포데믹이 허위정보로 확산되는 사이클을 부숴야 한다"라며 "잘못된 정보는 콘텐츠 제작 및 배포 경로가 성장하는 것과 같은 속도로 확장한다"라고 지적했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는 “팩트체커들이 이제껏 마주한 사안들 중 코로나19가 가장 큰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만큼 전 세계적 유행병은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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