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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소설학회 추계학술대회
한국고소설학회 추계학술대회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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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론과 내재론 연구를 넘어··· 동북아공동문화권 연구로

지난 10월 29일 한국고소설학회(회장 장효현 고려대)와 한국중국고소설학회(회장 조관희 상명대)의 공동 추계학술대회가 상명대 밀레니엄관에서 열렸다.

두 학회의 만남은 국내 처음으로 개최돼 한국과 중국의 고소설 연구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상호 커뮤니티를 통해 점검하는데 의의가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중 고전소설 비교연구’라는 주제로 기조발표 두 편을 포함해 학회별 분과와 연합분과로 나눠 총 15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첫 기조발표로 나선 정규복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소설의 비교문학 연구사를 10년 단위로 개괄하면서 “비교문학이 비교문화로 지향하는 이 때, 한중소설에 머물지 말고, 시·희곡·산문 등으로 확대·연계해 거시적으로 동아시아 문화까지 의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등연 전남대 교수는 ‘중국소설 연구자가 본 한·중 소설 비교연구상의 교류 문제’에서 기존의 연구사에서 벗어나 한·중고소설 연구자들의 상호 시각차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50~60년대 이식론에서 1970년대의 내재적 발전론으로의 극단적인 변화가 연구자의 세계관과 당대 조류에 편성된 일종의 왜곡”이라며 공동문명권문학사로서 국가별 특수성과 당대 일반성의 상호관련 연구로 극복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본격적인 소설의 효시를 두고 김시습의 ‘금오신화’라는 관점과 이후 ‘최치원’과 조신‘등의 傳奇로 나말여초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관점 사이의 논쟁에 대해, 본질적 문제는 '설화’와 ‘소설’이라는 장르에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에 이 교수는 양국의 유사한 고소설 연구에 있어, 국가와 한정된 장르를 넘어 교차적으로 분석·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고소설학회와 중국고소설학회가 합동으로 진행한 3분과의 논문발표에서 정길수 서울대 강사는 17세기 한국의 ‘九雲夢’과 중국의 ‘肉蒲團’, 일본의 ‘好色一代男’로 대표하는 고소설로 남성 1인에 다수 여성의 관계를 다루는 편력구조와 함께 각 소설이 지닌 성·문예·유산 등의 편력과정상 차이를 당대의 신분이나 문예 등 사회문화적 토대 위에 꼼꼼하게 분석·비교했다.

 
정 박사는 이 세 고소설을 16·17세기 유럽에서 성행했던 ‘피카레스크’형식과 비슷하지만 더욱 복잡한 구성을 이룬다고 분석하고, 그중에서 전반부의 순차적 시간의 흐름이 중반부에 이르러 여러 갈래의 독립서사로 나란히 전개되는 ‘구운몽’은 가장 복잡한 구성을 지닌 발전적인 형태의 고소설로 파악한다. “개별서사끼리 간섭하면서 연쇄적인 진행”을 이루기 때문. 또한 정 교수는 일본의 독특한 유곽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호색일대남’을 제외한 애정중심관의 明代조류(육포단)와 상층 예법의 범위 내에서 향락을 취하는 방식의 두 소설 편력구조가 종결하는 지점에서 깨달음의 구도로 환원되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보고, 이는 깨달음을 강조하기 위한 과정으로써의 편력보다는 당대의 파격적 표현을 상쇄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열국제재를 다룬 한국고소설을 중국고소설과의 구체적 비교를 통해 상호관계를 검토하는 연구도 흥미롭다. 이은영 우송대 강사는 “1920년대의 ‘열국지전’ 계열의 소설과 관련하여 ‘오?셔실긔’(伍子胥)등의 고소설 작품연구가 내용에만 치우쳤을 뿐 중국소설을 저본으로 삼은 번역작품이거나 ‘공부?동?문답’등은 중국 작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 박사는 열국지계열의 한국작품들이 역자에 따라 저본의 기본 줄거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변화시키거나 생략했다고 보고, ‘오?셔실긔’의 경우 민간전설을 첨가시키고 필사본과 활자본에 따라 저본과 독자의 바램 사이에서 주인공이 죽거나 사라지는 결말의 차이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박사는 당시 ‘열국지전’이나 ‘전칠국지’ 등 완역된 작품이 있음에도 특정 인물 중심의 일대기가 유행한 것은 “내용이 길어 판각이 힘들고, 상업성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번역의 대상과 번역자의 신분과 심미관, 그리고 유통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고소설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장효현 고려대 교수는 “한국고소설이 중국의 영향을 받고 나름의 발전한 측면이 있어, 한·중소설 비교가 꾸준히 이어져왔는데, 앞으로 양 학회가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비교연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밝혔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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