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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전공 이기주의 넘어 인성교육을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전공 이기주의 넘어 인성교육을
  • 정세근
  • 승인 2022.03.0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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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마침내 윤리교육계, 철학계, 종교계가 만나는 연합학술대회가 지난 17일 이루어졌다. ‘심성 함양과 도덕 교육’을 주제로 온라인에서 개최된 이번 연합학술대회는 국민이 바라고, 학회가 바라고, 미래의 한국이 바라는 만남이었다. 

기술문명은 발달할 수밖에 없고, 인문 정신도 발맞춰 그 형식에 너그러워야 한다. 물은 바뀌지 않더라도 담는 그릇은 바뀔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 국민이 바라는 교육이다. 정부가 강제하는 계몽적 교육도 아니며, 기업에 맞추는 경제적 교육도 아니며, 하다못해 대학이 고집하는 고식적 교육도 아니다. 

대학 밖에서는 교수라는 기득권으로 조롱당하고, 대학 안에서는 어정쩡한 철학자로 욕먹는 나다. 그러나 어쩌랴. 철학이란 자신을 비판하면서 시작하는 것을, 철학만이 유일하게 철학의 존재 이유를 회의하는 것을. 

필자는 대학에서 자신의 학문을 부정하는 교수를 보지 못했다. 이러다 보면 대학은 ‘학문 이기주의의 집하장’으로 전락한다. 국어 전공 교수는 국어를, 생물 전공 교수는 생물을, 지리 전공 교수는 지리를 지상 과제로 내세운다. 그러다 보니 ‘대학’은 사라지고 ‘과’만 남는다. 

 

갈수록 인성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게 무슨 꼴인가. 국민에게, 학생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전공은 갈래갈래 찢어져서 보편 대학은 보이지도 않는다. 세계적 명문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과감한 교양 교육(코어 과목) 중심의 학부 과정은 한국의 대학에서는 요원하다. 현재의 체제가 대학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런 선택은 교수의 이기주의나 학교의 편의주의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대학이 이러는 동안 놓친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중등교육이다. 개별대학의 이기주의도 한몫했지만 자기 전공만 생각하는 독선도 큰 몫을 했다. 그러다 보니 중등교육 과정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있게 고려하지 않고, 대학에서 배워도 될 것을 중고등학생에게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많은 사람이 인정하듯 고등학교 과목이 쓸데없이 어렵지 않은가. 대학 줄 세우기(서열화)를 위해 어려워졌던, 자기 학문의 전도를 위해 어려워졌던 왜 우리는 정작 가르칠 것은 가르치지 않고 3, 4학년 전공이나 대학원에서 배워도 될 것을 스무 살도 안 된 앳된 학생에게 배우게 하는가. 그러니 입시 지옥을 넘어 교육 지옥이 되고 만다.

어린 학생이 누려야 할 ‘발랄함’과 그때 꼭 배워야 할 ‘사람됨’은 어디로 갔는가. 생기 넘치는 인격 교육은 이제 정녕 사라져도 된다는 말인가. 독일의 중등과정을 ‘체육관(김나지움)’으로 부르는 것을 보자. 체육 활동으로 배우는 준비와 연습, 규칙과 존중은 대한민국 교육 어디에 있는가. 무(武)가 있으면 문(文)도 있다. 도덕교육으로 얻어야 할 가치의 소중함, 타인에 대한 배려, 정의의 자각, 민주시민으로서의 태도는 대체 어디서 배우는가. 

그래서 우리가 나섰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결과는 현재보다 강화되어야 할 교육으로 ‘인성 교육’이 가장 많이 뽑혔다. 10만 1천 명이 참가한 국가교육회의의 설문조사에서 1순위로 뽑힌 교육은 ‘인성 교육’(36.3%)과 ‘글쓰기, 독서, 철학 등 인문학적 소양 교육’(20.3%)이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 고교교육은 중대한 전환을 맞는다. 이런 정세에 인성 교육의 주체인 윤리, 철학, 종교의 전문가가 처음으로 연합학술대회를 통해 한곳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앞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전공과목 이기주의를 넘어 국민의 뜻에 맞는 2022년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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