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8-17 17:37 (수)
‘사소한 휴지통 디자인’ 세계적 명성을 얻다
‘사소한 휴지통 디자인’ 세계적 명성을 얻다
  • 이승건
  • 승인 2022.02.25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책을 말하다_『나를 디자인 하라』 카림 라시드 지음 | 이종인 옮김 | 미메시스 | 2015 | 312쪽

1996년,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그레타 가르보(1950~1990)와 가비지(gabage) 단어를 조합한 가르보(Garbo)라는 휴지통이 선 보였다. 혹자는 ‘캔디 색깔 같은 가벼운 디자인’이라고 혹평하기도 했지만, 이 제품은 유연한 형태와 인상적인 색채 그리고 한 번에 사출이 가능한 재료(플라스틱)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 약 700만개 이상 팔리며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안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제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된 디자인 제품이기도 한 〈가르보〉의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Karim Rishid, 1960~ )는 이 제품에 대해 디자인만큼이나 이름이 중요했다고 역설하면서, 디자인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여느 디자인 서적과는 성격을 달리 하는 삶을 위한 디자인 책(Design Your Self: Rethinking the Way You Live, Love, Work, and Play, Harper Collins, 2006 / 이종인 옮김, 『나를 디자인 하라』, 미메시스, 2008(초판), 2015(재판))을 내 놓았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디자인 개념을 등장시키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라 함은 ‘설계하다’, ‘안(案)을 세우다’, ‘계획하다’, ‘밑그림을 그리다’ 등을 뜻한다. 더욱이 디자인 행위개념 외에 스케치나, 시안, 계획, 모형 등 디자인 과정의 결과를 가리키기도 하고, 디자인의 도움으로 생산된 제품의 전체 모양이나 형태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품 디자인 면에서 볼 때, 디자인 행위에 의한 물품의 형상, 모양, 색채 또는 이것들을 결합한 것으로써 시각을 통한 미감(美感)의 촉발체를 뜻하기도 하는데, 애초의 용법은 오늘날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예술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서였다. 예를 들어,  친쿼첸토(Cinquecento) 시기에 활동한 르네상스식 만능인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가 자신의 『르네상스 미술가평전』(1550)에서 건축ㆍ회화ㆍ조각의 분야를 하나로 묶어 3종의 자매예술, 즉 디세뇨 예술(arti del disegno)이라고 칭하면서 이 용어는 널리 사용되었다. 다시 말해, 디자인의 어원이 된 이 당시의 디세뇨는 오늘날의 디자인 개념보다는 훨씬 넓은 의미로 조형예술 일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와 같은 디자인 개념의 풍요로운 의미 지대를 알아차려서 일까, 카림 라시드는 『나를 디자인 하라』에서 디자인에 한정하지 않고 기존의 디자인 영역을 넘어선 확장된 디자인론을 펼치고 있다고 여겨진다.    

 

 

카림 라시드, 디자인 개념을 통해 삶의 디자인을 주장하다

카림 라시드가 〈가르보〉를 성공적으로 디자인했듯이, 〈가르보〉처럼, 우리의 평범한 인생도 잘 디자인된 멋진 삶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책을 시작하면서 곧바로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날 당신에게〉라고 말한다! 생활(Live), 사랑(love), 일(work), 휴식(play) 등 4개의 주제에 대해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할 전문가적 조언을 제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몸과 마음에서부터 집, 패션, 일, 여행 및 쇼핑 등 휴식에 이르기까지, 삶의 중요 부분에 대해 일상적인 생각을 다시 하게(rethinking) 만드는 질문들로 그득하다.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세 토막의 글(정기적으로 할 일, 인생주기에 맞춰 할 일, 새로운 디자인의 당신)에서는 생후 1개월부터 안티 에이징 100세에 이르기까지 인생 주기에 맞춰 체크할 내용들을 목록화 하여 제시하고 있다.

디자인 개념에 바탕을 둔 마치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자기 계발 서적인 듯한 이 느낌에 갈증이 있으시다면, 서문에 해당하는 세 토막의 글(이미 와 있는 미래, 나의 디자인론, 카림이 누구야?)을 통해 〈디자인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라는 전문 디자이너로서의 저자의 신념과 그가 평생 신봉해 오고 있다는 〈디자인 민주주의〉(Designocracy)와 만나보시길 권한다. 

 

 

이승건
서울예술대 교수ㆍ미학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