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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허물고 ‘상상력+과학적 합리성’으로 사회문제 해결
경계 허물고 ‘상상력+과학적 합리성’으로 사회문제 해결
  • 김봉억
  • 승인 2022.02.23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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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융합연구의 미래 ① 인문사회 과학기술 만나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교수신문 공동기획

융합(Convergence)의 시대다. 장벽과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지식을 합쳐 새로운 유형의 지식을 창출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문사회가 뒷받침되지 않는 첨단 과학기술은 맹목적이고, 과학기술과 분리된 인문사회는 공허하다. 그렇다면 국내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의 융합연구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총 10회에 걸쳐 국내 융합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K-융합연구의 미래를 진단한다.

① 인문사회 과학기술 만나다
② 융합이 치유하다_사회문화 통합전염병
③ 융합이 만든 안식처_스마트쉘터
④ 융합이 쓰는 미래_新기후 시나리오
⑤ 융합이 만난 언어뿌리_문화+마이닝
⑥ 융합의 새로운 통찰_웰다잉
⑦ 융합의 빅데이터 분석_한국사 권력 메커니즘
⑧ 융합의 색다른 발상_환자 회복 패러다임
⑨ 융합의 연결고리_다문화 의사소통 앱
⑩ 인문사회가 묻고 융합이 답을 하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2011년 3월, 아이패드 신제품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스크린에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교차로 표지판 영상을 띄웠다. 표지판에 각각 적힌 단어는 ‘Liberal Art(인문학)’와 ‘Technology(기술)’였다. 스티브 잡스는 영상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애플이 항상 인문학과 기술의 갈림길에서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한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였다. 하지만 방향은 달라도 각자의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차로를 지나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류의 삶은 눈부신 속도로 변화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환경 변화로 사회경제적 문제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우리 사회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인문사회 기반의 융합연구가 강조되는 이유다. 

국내 인문사회 기반 융합연구 태동과 성과

이처럼 융합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내에서도 2007년 국가융합기술발전 기본 방침이 확정되고 본격적으로 융합연구에 대한 지원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한국연구재단은 인문사회-과학기술 융합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2009년 처음으로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을 마련하고, 2019년부터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으로 통합,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문사회 기반 융합연구의 효율적인 추진과 관리를 위해 2011년 융합연구총괄센터가 발족해 융합연구 활성화와 네트워킹, 성과 공유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지원한 인문사회 기반 융합연구 과제는 465개에 달한다. 2014년 이후 지원 사업 수가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9년부터 학제간융합연구사업이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으로 통합되면서 과제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인문사회 기반 융합연구 예산은 2016년 총 67억 4천900만 원(과제 수 35개)에서 2021년에는 총 100억 5천만 원(과제 수 59개)으로 48.9%나 늘었다. 최근 6년 사이 가장 적었던 2018년(24개 과제 47억 1천900만 원)과 비교하면 무려 113%의 증가율을 보였다.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09년부터 2021년까지 논문발표 건수는 총 1천136회이며, 이 가운데 35.5%(403회)는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발표가 이루어졌다. 전문학술지 논문게재 실적은 총 973건으로 이 가운데 SCI급 전문학술지 논문 게재는 158건으로 전체의 16.2%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등록 7건, 출원 47건의 지식재산권 실적을 올렸다. 

사회 문제와 직접 연관된 뜻깊은 연구 성과도 속속 도출되고 있다. 메르스(MERS) 사태의 사회적 영향을 파악하고 이것을 K-팝 등 문화적 측면에서 전염 현상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독창적인 융합연구를 수행했으며, 기술과 현실의 삶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스마트 공간이 나아갈 방향을 공학, 철학, 건축, 예술 이론의 관점에서 제시하기도 했다. 인문사회 영역과 보건의료 영역을 융합해 인간의 ‘죽음’에 대한 새로운 학제적 접근을 시도했다. 또 다른 연구팀은 학문적·기술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의료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했다.  

출처 :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인간의 삶을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대부분의 융합연구가 이·공학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고 인문사회 분야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과의 융합연구는 부분적이거나 수동적 참여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을 깨고 기술에 의존해서 인간의 삶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위해 기술을 정의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인문사회 기반 융합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미혜 한국연구재단 문화융복합단장(충북대 컴퓨터공학과)은 “이·공계와 비교해 전반적인 지원 규모가 저조하고 민간투자 역시 미미한 만큼 중장기적인 인문사회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효과적인 지원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노영희 한국연구재단 융합연구총괄센터장(건국대 문헌정보학과)도 “융합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융합교육 강국들은 다양한 영역과 과목을 접목시킨 교육으로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라며 체계적인 융합교육과 법적·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동기획팀 editor@kyosu.net
김미혜 한국연구재단 문화융복합단장, 김봉억 교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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