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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끼다시 많이 먹으면 회 맛이 없다 
스끼다시 많이 먹으면 회 맛이 없다 
  • 김병희
  • 승인 2022.02.2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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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 교육으로 학생들을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로 양성하겠다는 것이 대학에서 표방하는 최근의 교육 목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에 바탕을 둔 미래 산업의 인재를 육성하려면 대학 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다. 어설픈 융합 교육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한 분야를 확실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것저것 찔끔찔끔 건드리는 것이 얼마나 빈약한 사상누각 교육인지도 알게 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대학의 비교과 프로그램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비교과 프로그램이란 학점을 인정하지 않고 교과목 이외에 별도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세상 모든 것은 나름의 가치가 있으니, 이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됐겠지만 가짓수가 너무 많다. 각 대학에서는 적으면 100개에서 많으면 2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 프로그램의 운영 실적을 대학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각 대학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토록 많은 가짓수를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 교육에서는 의사소통 역량, 리더십 역량, 자기관리 역량, 문제해결 역량, 글로컬 역량, 현장실무 역량 같은 6가지 역량을 함양하는 목표를 지향한다. 교육부는 이 프로그램이 학생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대학 평가에 반영해왔는데, 과연 그럴까?

관련 연구 하나를 살펴보자. 신혜성(2017)의 「L대학 비교과 프로그램에 대한 재학생 인식 분석」(『교양교육연구』, 11권 6호, 303-332쪽)의 연구 결과는 이렇다. 이 프로그램 중에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참여율은 저조했고, 파견형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선호해도 실제로는 운영되지 않아 학생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대학에서 추구하는 핵심역량과 골고루 연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특정 영역에만 집중돼 있다고 했다. 이 연구에서는 비교과 프로그램의 부실한 운영 현실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역량 강화에 약간은 도움이 되겠지만, 미래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도 미미한 실정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기에,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의 실적을 마일리지로 적립해 장학금을 주는 경우도 있겠는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팀을 선정해 상을 주기도 한다. 무슨 카드회사도 아니고 각종 포인트 쌓기를 권고해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어떤 대학에서는 프로그램의 오리엔테이션, 활동 이수, 만족도 조사, 간담회 등에 모두 참여해야 비교과 포인트와 활동 지원비를 지급하기도 한다.

비교과 프로그램을 너무 강조하면 전공과목의 심화 교육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일식집의 요리에 비유하면, 이 프로그램은 주 메뉴인 회가 나오기 전에 가볍게 먹도록 내어놓는 ‘스끼다시(突き出し)’와 마찬가지다. 모두가 경험했듯이 스끼다시를 많이 먹으면 정작 본 요리인 회를 맛있게 먹을 수 없다. 스끼다시 많이 나오는 일식집치고 회가 맛있는 경우는 드물다.

스끼다시라는 일본어에 쓰인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프로그램은 전공과목과 교양과목 사이에서 돌출(突出)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많이 이수했다고 해서 의사소통 역량을 비롯한 6가지 핵심 역량이 강화됐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계발되지도 않고, 오히려 전공과목의 심화 학습만 약해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이제, 비교과 프로그램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분야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것저것 찔끔찔끔 건드리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하거나 대학 평가에서 아예 제외하기를 교육부에 권고한다.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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