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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협력단 재평가·역할 확대 필요하다”
“산학협력단 재평가·역할 확대 필요하다”
  • 송병찬
  • 승인 2022.02.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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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R&D 지원 체계를 위한 제안_ 송병찬 한국연구재단 연구위원

올해 국가연구개발 예산은 전년 대비 2조4천억 원이 증가한 29조 8천억 원이다. 전체 예산의 4.9%이자 GDP 대비 세계 1위의 막대한 투자 규모로서,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9조5천 억원에 비해 가파르게 증가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예산이 크게 늘어난 것을 통해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응하면서도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정부의 고심이 엿보인다. 

반면, R&D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부처가 26개나 되고, 1천100여개의 사업을 통해 지원되는 연구개발 과제 수가 수만 개에 이르는 등 늘어난 예산만큼 복잡해진 지원 체계는 당면한 문제가 되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의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등장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 과학기술을 둘러싼 시대적 환경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원 체계를 모색할 때다. 다만, 30년 이상 마중물 역할을 해온 정부 지원으로 그동안 축적된 인력, 데이터, 조직 등을 인프라로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며 그러한 예로써 대학 산학협력단을 들 수 있다.

2003년 제정된 산학협력법에 따라서 대학은 산업교육기관으로 정의되어, 정부 연구과제 등의 계약을 대신 체결할 수 있는 산학협력단을 설치하게 되었다. 한국연구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413개 대학 가운데 358개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있다. 초창기에는 과제 협약체결과 연구비 관리에 업무가 집중되고 직원 대부분이 계약직 신분으로 인해 전문성과 성과가 미흡하다고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의 최신 연구개발 정보와 시설 장비, 연구 및 전문 인력이 대내외적으로 교류 확산되는 창구의 역할을 하면서, 대학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대표하는 혁신과 변화의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적으로 대학은 매년 7조 원이 넘는 연구비를 산학협력단을 통해 집행하고 있으며 이 중 60% 정도가 정부 연구비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2020년 기준 약 10만 건의 특허(해외특허 약 1만 건 포함)를 보유·관리하고 있으며, 대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전에 있어서도 5천258건의 기술이전을 통해 약 1천5억 원의 기술료 수익을 올려 산학협력단이 처음 설립된 2003년 210건, 19억7천만 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10년 전인 2009년 1천291건, 299억 원에 비해서도 그 발전 추세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같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 정부의 투자대비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경제규모를 차치하고라도 과거에 비해서 국내 대학이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활동을 세부적으로 보더라도, 연구 및 산학협력 교육 기획, 간접비 운용을 통한 특화된 연구지원 사업 개발, 연구물품의 중앙관리, 연구인력과 교내연구소 관리, 발명신고제 운영 등 질적인 지식재산 관리, 기술지주회사 및 자회사의 설립을 통한 수익창출, 교원 및 학생의 창업 지원, 가족기업 발굴 및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대학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이 대내외적으로 소통과 협력하는데 있어서 말 그대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기관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미 대학 산학협력단이 국가 R&D 지원 체계의 상당 부분을 양적, 질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국에 편재해 있으면서 그 인력들이 분야별로 네트워크화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가치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연구자 못지않게 연구기관의 자율성도 보장돼야한다. 그래야 경쟁하듯 우수한 연구지원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고, 정부부처나 산하 전문기관에 지나치게 집중된 업무로 인한 행정 비효율도 개선될 수 있다.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가 R&D 지원 체계를 위해서 대학 산학협력단에 대한 재평가와 적극적인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  

송병찬 한국연구재단 연구위원
현재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기초연구지원실 집단연구지원팀에 있다. 연세대에서 과학기술정책학 박사학위 과정에 있으며, 한국연구재단에 2006년 입사 이후 BK21, 산학협력, 원천연구, 기초연구, 성과관리 등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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