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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빵, 좋은 글쓰기 연료
커피와 빵, 좋은 글쓰기 연료
  • 유무수
  • 승인 2022.02.18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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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탄탄한 글쓰기 공부』 곽수범 지음 | 행성B | 376쪽

글쓰기는 언제나 두렵고 어려운 일
퇴고야말로 좋은 글쓰기로 가는 길

이 책은 곽수범 국민대 교수(교양대학)가 글쓰기를 전공하고 지도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조언을 담았다. 저자는 글쓰기를 두려워했고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가 존 스타인백은 “첫 문장 쓰는 일은 언제 두려웠다”라고 고백했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이며 “글쓰기란 타자기 앞에서 피를 흘리는 것”이라고 했다. 대작가도 글쓰기가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어떤 학생에게 A4 5매 내지 7매의 독서보고서가 만만할까. 한 학기 동안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하고 추천 도서를 읽었건만 기말페이퍼를 위한 단 한 줄의 첫 문장 앞에는 대개 큰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1939년 12월 아이다호 주 선밸리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 중인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사진=위키백과

저자가 대학원 과정에서 지도교수와 같이 책을 쓸 때 지도교수가 실수로 초고를 보내준 적이 있었다. 문법적 오류가 아주 많았다. 그러나 퇴고한 글은 문장표현이 매우 매끄럽게 수정되어 있었다. 하버드대에서 20여 년간 글쓰기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낸시 소머스 교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일수록 고쳐 쓰기 과정에서 더하고 빼는 표현과 어휘가 많은 현상을 발견”했다. 여러 권의 학술서와 대중서로 알려진 하버드대 심리학자 스티븐 핑거는 보통 원고를 대여섯 번은 앞뒤로 종횡무진하며 고친다고 했다. 텍사스대의 페이글리와 위트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글을 잘 쓰는 필자는 퇴고할 때 초고의 방향, 구조, 의미를 과감히 바꾸기도 한다. 

간식은 글쓰기에 유용한 연료일 수 있다. 영미권의 많은 글쓰기 모임에서 커피는 ‘글쓰기 연료’로 비유된다. 글이 완성되기까지 저자의 글쓰기와 조합을 이룬 음식은 피자였다. 에밀리 디킨슨은 시를 쓰는 중간에 빵을 구웠다. 헤밍웨이는 땅콩버터와 양파를 넣은 샌드위치를 즐겼다. 글쓰기의 상상력과 추진력을 보다 원활하게 해주는 장소도 탐색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교하게 다듬어진 최종본을 완성하려면 한심하고 엉성한 수준일지언정 일단 무조건 초고를 만들어야 한다. “엉망진창에 결점투성이”에 불과한 그 초고 뭉치는 고군분투의 의지로 몰입할 때 나올 수 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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