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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하는 낀 세대, 추한 욕심으로 남에게 해 끼치진 말자!
‘존버’하는 낀 세대, 추한 욕심으로 남에게 해 끼치진 말자!
  • 김재호
  • 승인 2022.02.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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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낀 세대 생존법』 서서히·변한다 지음 | 헤이북스 | 276쪽

이 책의 부제는 ‘40대 여성 직장인의 솔직 담백한 인생 이야기’다. 한국사회에서 40대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한다는 건 롤모델이 없거나 동료들의 부족해서 버티기가 어렵다. 기자 역시 40대 직장인이다. 성별만 다를 뿐. 40대를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나침반 없이 항해해온 이들이 바로 두 저자다. 이들은 본인들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20∼30대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낀 세대 생존법』에 따르면, 40대 중후반에 놓인 우리들은 ‘낀 세대’들이다. 낀 세대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민주화를 이룬 기성 세대들 역시 멀리 있다. 끼었다는 걸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는 바로 커피 심부름이다. 10년 이상 회사 막내로서 커피를 타온 저자 ‘서서히’는 밀레니얼 세대에겐 커피 심부름을 시키기 어렵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직장 상사 커피를 타주려고 하겠는가. 

과연 누가 밀레니얼 세대이고, 낀 세대이고, 기성 세대인가? 그런 구분은 옳은가 혹은 필요한가? 이 책은 그런 섯긋기가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는 언제나 나인데,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나로 ‘되는 것(being)’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being made)’을 주의해야 한다. 나이가 젊다고 어린 취급을 받는 것도, 나이가 많다고 우대를 원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낀 세대의 역할은 있다. 저자 ‘변한다’는 네덜란드의 벤치스 컬렉티브(Benches Collective)가 지향하는 벤치와 커뮤니티 형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 낀 세대가 그러한 벤치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이 기존 세대와 우리 세대, 또 밀레니얼 세대의 교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꼰대가 되지 않는 건 피해 안 주는 것

『낀 세대 생존법』에 담긴 직장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니, 기자가 겪었던 회사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한국 직장사회는 사내 정치로 점철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 계발을 하며 성장해나가는 직장 생활이 아니라, 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게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삶이다. 40대로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유도 사실 잘 버티기 위해서다. 그 가운데 제대로 나잇값 한다는 것에 대해 저자 ‘서서히’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사회 수많은 꼰대들이여!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낀 세대 생존법』는 퇴사라는 극단적인 실험보단 좀 더 버티면서 작은 재미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사진=픽사베이

갈수록 40대 중반 남성들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다. 아무래도 직장과 가정에는 불안감이 엄습해오지 않을까.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들도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버텨야 할까? 저자 ‘변한다’는 “40대 중반을 향하는 지금은 마음 단단히 먹고 하는 퇴사 등의 극단적인 실험보단,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은 재미부터 찾아보려고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확행을 찾는 게 회사든 집이든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낀 세대 생존법』에선 행복에 대한 구절이 나온다. 그리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말했다고 한다. 바로 행복은 모든 불행을 견디는 것. 그렇다! ‘존버’하는 게 행복이다. 존버하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다. 저자 ‘변한다’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정말 창피해야 할 건 개의 늘어진 혀처럼 길게 내빼진 추하고 어리석은 욕심을 남에게 드러내 보이고 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기자도 오늘 하루 열심히 버텨야겠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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