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線의 원형과 생명력의 근원을 찾는 작업”
그의 작품들의 외형은 토속적이다. 전각가인 그는 우선 흙판에 칼의 맛을 살려 이미지를 새긴다. 이를 도판으로 구우면 새김의 칼맛에 불의 우연성까지 곁들여진다. 다시 이것을 아주 오래된 조선시대 한지를 이용해 탁출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비로소 그 여백에 시들을 모필로 적어 마무리 한다.
이런 작업은 질박한 형상과 나이브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주제의식도 소박하지만 재료의 사용과 기법에서 오는 토속성이 강한데, 말하자면 한국인의 흥겨움이 화면 여기저기 배어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평범한 땅을 통해 전통을 신비롭게 투시하게 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갑골문과 같은 고문자나 조선시대 분청사기에 보이는 인화문을 깔고 그것들을 토채로 엷게 지워나가는 작업이다. 그 위에는 옥수수 지푸라기를 이리저리 흩뿌려 놓았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원형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정병모 경주대 교수는 김양동의 근작들을 두고 “線의 원형, 생명력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기 시작한 작품들”이라고 평한다. 오늘날과 같이 과도한 기교와 감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그의 미적 탐색은 우리에게 원초적인 조형에 대한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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