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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지 않는 선진국 국민
책 읽지 않는 선진국 국민
  • 안상준
  • 승인 2022.02.09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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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안상준 논설위원 /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안상준 논설위원

한동안 10월 초만 되면 언론에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에 관한 기사가 떴다. 한국 작가가 지명자명단에 올랐다는 발표가 나면, 한국 작가 최초의 수상 여부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곤 했었다. 그러나 해마다 예측이 빗나가더니 몇 년 전부터 그런 기사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렇다면 향후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은? 단언컨대 ‘없다!’ 너무 단정적이고 자국 문화에 대한 비하가 심하다고 항의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의 판단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했다.

‘2021년 국민 독서실태’를 살펴보면, 1년(2020년 9월~2021년 8월)간 우리나라 성인은 평균 4.5권을 읽었다. 지난 조사(2019년)보다 3권 줄었고, UN 연간 평균 독서량 조사(2015년)보다 5권 줄었다. 그런데 2015년 조사 당시 미국은 연간 평균 독서량이 79.2권, 프랑스는 70.8권,  일본은 73.2권이었다. 선진국과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게 보인다.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드러났다.

또한 연간 종합 독서율(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47.5%였다. 다시 말해서 일 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절반을 넘는다는 뜻이다. 올해의 지표는 그 자체로 창피한 수준인데, 지난 조사와 비교하면 더욱 절망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2013년 71.4%, 2015년 65.3%, 2017년 55.9%, 2019년 55.7%).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국민은 책을 ‘매우 적게’ 읽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독서량이 더 줄어든다. 낮은 독서량과 독서율은 출판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문학지들이 거의 사라졌고, 유명 시집 시리즈는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회과학 출판시장이 죽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독자를 잃은 작가, 연구집단이 사라진 사회. 그곳이 타칭 선진국 한국이다. 

필자는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에 관심이 없다. 다만 대한민국이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이 사는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따름이다. 왜 한국인은 책을 읽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독서문화 정착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캐나다는 쓰기교육을 중시한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주장의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고 선생은 글의 짜임과 맥락을 중심으로 지도한다. 네덜란드는 문제기반학습을 중시한다. 선생의 문제제시와 학생의 조사와 정리 그리고 책을 읽고 스스로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식이다. 핀란드는 가정 내 독서토론으로 독서의 동기를 부여한다. 미국은 말하기와 쓰기를 강조한다. 책을 읽고 토론을 통해 내용을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세이를 작성해야 한다. 종합하면 인간의 언어능력과 인지발달 과정을 반영한 독서교육이다. 인간은 태생부터 부모에게 들으며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말하며 인지능력이 생기고, 읽고 쓰면서 사유하고 소통하고 기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의 국어교육은 본원적 과제를 무시한다. 학생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주장하고 토론하는 과정보다, 문제를 풀기 위해 책을 읽는다. 수능 국어문제는 지문 읽기와 정답 고르기를 통해 학생의 우열을 가리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 외면 현상은 왜곡된 국어교육에서 비롯한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국어교육이 없는 한 한국인의 독서문화는 영원히 정착되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풀이식 국어교육을 개선하고, 망국적 수능 평가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는 명언처럼 독서를 통해 사람은 인간의 지혜를 터득한다. 독서량의 부족은 지혜의 부족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혜가 부족한 국민이 어찌 선진국으로 인류의 미래를 주도할 수 있겠는가. 새해에는 ‘책 읽는 국민, 지혜로운 국민’을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하면 어떨까?

안상준 논설위원
국립안동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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