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인년 한국의 화두가 대선 후보 간의 역대급 비호감 경쟁이라면, 중동에서는 전통의 패자 미국과 신흥 강자 중국이 비호감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미군의 아프간 철수는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보인 미국의 무책임과 무력함에 쐐기를 박았다. 대조적으로 러시아는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에서도 신속히 파병하고 확실히 소요를 진압했다. 경제협력에서도 미국은 노동 인권과 같이 껄끄러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화웨이 장비의 배제 요구나 신 항만 건설에 중국 참여 반대 등 준내정간섭 행위로 걸프국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란 핵 협상과정에서도 미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며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금 걸프국가들은 적어도 미국의 ‘대체제’는 아니더라도 ‘헷지’는 필요로 하고 있다.
중국 역시 매년 역대 최고 수준의 비호감도를 갱신하고 있다.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국 부국장은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제기한 중동 국가가 터키와 카타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방송과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진 중국 내 무슬림들의 인권문제는 걸프국가 대중 다수의 반중 정서를 키우고 있다. 중국은 시리아 내전에서 사우디와 카타르가 반대하는 아사드 정부를 지원했고, 걸프국가들이 결사적으로 지지하는 대이란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아 큰 불만을 샀다. 또한, 코로나 사태 초반에는 전염병 확산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최악의 혐중 정서를 마주했다.

이제 미국과 중국은 부족한 와중에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비호감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내버려 둔 미국 관련 베트남인들이 대숙청을 당하면서 곤란을 겪은 이후, 아프간에서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협력자들을 챙겼다. 바이든 정부는 팔레스타인에 영사관 재개설을 공표하며 GCC의 바닥 민심을 다독이고 있다. 한편, 중국은 강력한 방역 조치로 조기에 국내 코로나 확산을 통제하고, 재빨리 걸프 지역의 백신 보급에 앞장섰다. 특히 GCC 지도자들이 중국산 백신을 접종하는 장면이 중계되고, 걸프와 중국의 백신 공동개발을 비롯한 ‘헬스 실크로드’가 알려지며 신뢰감과 책임감을 회복하고 있다.
바야흐로 중동 외교의 성패에 비호감도 극복이 관건이 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정진한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
요르단대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명교류사와 중동학을 전공했고 한국이슬람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이슬람 세계관 속 신라의 역사: 알 마스우디의 창세기부터 각 민족의 기원을 중심으로」 등 논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