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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저자:『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 刊, 2005) 낸 최경봉 원광대 교수
화제의 저자:『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 刊, 2005) 낸 최경봉 원광대 교수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10.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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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탄생에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그동안 국어사 연구에서 ‘사전편찬’ 그 자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최근 ‘우리말 사전’이 만들어진 과정을 제대로 면밀하게 규명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국어발전 단계에서 사전은 큰 의미를 갖는데도 불구하고 연구대상으로선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는데, 최경봉 원광대 교수(국어학)가 최근 펴낸 ‘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 刊)은 사전편찬 작업의 과정들을 세세히 파헤칠 뿐만 아니라, 그 당시 사회상까지도 드러낸 점이 흥미롭다.

최 교수가 사전에 학문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사전편찬실에 근무하면서부터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전집필에 관한 책을 내야겠다고 맘먹고 있던 차에 ‘사전편찬 50년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게 됐다.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일제 식민지시기, 우리민족 혼을 지키려는 의지는 언어민족주의라는 이념으로, 즉 우리말 사전의 편찬사업으로 이어졌다. 해방이후까지 이어져 탄생된 ‘조선말 큰 사전’은 그야말로 ‘우리말의 제2탄생’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탄생과정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즉 우리말 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50년사를 정리한 것으로, 1907년 국문연구소 설립에서부터 1957년 조선어학회의 후신인 한글학회의 ‘큰 사전’이 발간되기까지의 과정들이 밝혀져 있다.  

“글쓰기 지도자나 전공 교수들조차 사전의 중요성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 교수는 지난 2년간 꼬박 이 책 집필에 힘을 쏟았다. 이 책은 전공대학원생들 뿐만 아니라 일반대중이 접하기에도 쉽고도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는데, 최 교수는 “많은 국어사 자료들이 국어학자들 사이에서만 통할 뿐 대중들에게는 거의 공유되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책을 집필하게 됐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사전편찬자들의 삶까지도 담아내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렇다면 풍부한 자료들이 가장 큰 뒷받침이 됐을 듯한데, 어디서 구했을까. 최 교수는 자료수집에 있어 지도교수인 김민수 교수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김민수 교수는 국어학사 전공자로 1백여 권 분량의 ‘한국역대문법대계’(탑출판사 刊, 1978)를 공동연구로 출간한 바 있다. 여기에 학술적인 자료에서부터 개인적인 이야기들까지 풍부한 사료들이 담겨 있었던 것. 더불어 김민수 교수의 주시경 연구서에서도 큰 도움을 얻었다. 그 외에 신문자료들과 이병기 선생의 ‘가람일기’(신구문화사 刊, 1974) 등이 이 책의 밑거름이 됐다. 

이 책은 말하자면, 여러 곳에 방대하게 흩어져있던 자료들을 모아 사전편찬의 역사를 새롭게 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과정 중 최 교수가 안타까워했던 점은 이들 자료들이 국어학 연구자들에 의해서조차 활발히 재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 교수는 “이번 기회에 이들 자료를 들춰내고 재평가해보고자 한 의도도 있었다”라고 밝힌다. 아쉽게도 손에 넣지 못한 자료들도 한둘이 아니다. 최 교수가 짐작하기로는 분명 국어사전 편찬과 관련해 국어학자들이 남긴 기록물들이 있을 법도 한데, ‘가람일기’를 제외하곤 생동감 있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자료들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나름대로 사전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곳이 몇몇 있다. 가장 대규모 작업으로는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지난 1999년 약 50만 단어분량 정도를 포함한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한 바 있다. 또 대학에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중·대규모의 사전편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에선 이미 5만 단어의 소사전을 냈고, 현재는 중·대사전편찬을 준비중이다.  

최 교수의 향후 연구계획은 이들 대사전의 편찬을 바탕으로 하는 것들이다. “가령 초등학생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참고할 쉬운 사전부터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사전들을 펴낼 것이다”라는 게 최 교수의 포부. 기존에 출간했던 ‘관용어 사전’도 좀더 보강해 출간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학계의 대사전 편찬작업과 개인적 차원의 다양한 사전작업 외에 우리 학계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로 ‘겨레말 큰사전’ 작업을 꼽는다. 최 교수는 “지금 진행중인 대사전들은 모두 남한에서만 사용되는 단어들인데, 통일시대를 대비해서 남북한 언어를 모두 담은 사전이 나와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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