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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미데스
카르미데스
  • 최승우
  • 승인 2022.01.18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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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지음 | 유혁 옮김 | 아카넷 | 468쪽

‘절제’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30인 과두정의 당사자들과 소크라테스가 나누는 극적인 아이러니의 대화편

『카르미데스』는 포테이다이아 전투(기원전 432~429년)에서 돌아온 소크라테스가 크리티아스와 카르미데스를 상대로 ‘절제’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을 핵심 주제로 나누는 대화편이다. 이 작품은 소크라테스와 긴밀하게 연상되어 회자되는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그 유명한 말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또 애초에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가능한지, 또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흥미롭고 중요한 문제를, 대화편이라는 극적 장치를 활용해서, 네 가지 주요 덕 중의 하나인 절제와 연결지어서 다룬다. 또 덕을 추구하는 훌륭하고 좋은 삶이란 어떠한 것이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러한 삶을 살아가게 될 수 있는가 하는 좀더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윤리적 문제의 맥락 속에서 ‘자신을 안다’는 일과 그것을 삶에서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의 의미와 중요성을 관련된 논쟁점들과 함께 다룬다.
이 대화편이 다루는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의 하나이자 전통적으로 ‘절제’와 ‘겸양’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된 ‘소프로쉬네’를 플라톤은 ‘자기 자신을 안다’는 개념으로 재해석한다. 곧 절제는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자각하는 일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은 단순하게 인식론의 문제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앎의 가능성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루는 당사자의 태도와 인격, 사람됨을 포함하는 도덕과 윤리의 문제까지를 포괄하며, 바로 여기에 이 개념의 독특하고도 고유한 특성이 있다고 옮긴이는 강조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덕윤리라는 논의의 지평에서 ‘실천적 지혜’를 다룬 내용의 기반과 출발점을 플라톤이 제공했다고 평가한다.

소크라테스의 지혜는 무엇을 기반으로 하는가?
덕을 실현하는 훌륭하고 좋은 삶의 출발점은 어디에 있는가?
플라톤이 이 작품을 저술한 시점을 고려한다면, 작품 속 소크라테스는 30인 참주의 과두정을 주도하고 이에 가담한 크리티아스와 카르미데스를 과거의 어느 시점에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셈이며, 이러한 설정은 과두정의 폭정을 경험한 당대의 아테네 독자들의 관점에서 대단히 역설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최소한의 상식과 양식을 지닌 작품 속 청년 카르미데스는 왜 소크라테스가 보여준 삶의 방식을 택하지 못하고 현실에서 30인 참주의 행동대원으로 머물렀을까?
옮긴이는 이러한 플라톤의 작품 설정이 절제를 비롯한 덕을 실현하고 발휘하는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깨지기 쉬운(fragile)가 하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함께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처한 실존적이고 실천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함께 품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젊고 아름답고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던 카르미데스가 선택의 기로에 서서 한쪽으로 기울어가기 시작하는 시점이 작품에 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 알고 공동체라는 삶의 맥락 속에서 그것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일은 훌륭하고 좋은 삶의 출발점이다. 작품 속 소크라테스가 카르미데스와 크리티아스에게 확인하고자 했던 것은 이러한 자각과 실천의 중요성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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