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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사적 전환’에 살아남기…학습 근육을 키워라
‘문명사적 전환’에 살아남기…학습 근육을 키워라
  • 김선진
  • 승인 2022.02.03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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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재미_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헨리 뢰디거·마크 맥대니얼·피터 브라운 지음 | 김아영 옮김 | 와이즈베리 | 356쪽

지식을 반추·인출해 내재화하며 활용가능하도록 거듭나기
지식의 반감기가 빨라지는 시대에 홀로 학습 능력은 필수

2천년이 20년하고도 2년이 지나고 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으레 하게 되는 새해 결심들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전염병 앞에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처럼 인식되게 됐지만 여전히 인간은 살아남는 것을 뛰어넘는 꿈과 희망을 놓지 못한다. 코로나는 분명 머지않아 종식되겠지만 그렇더라도 코로나 이후는 이전과 다른 삶의 기준과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가 초래한 비대면 방식의 세상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어떤 면에서 그것이 더 편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달라져야 할 인간의 핵심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코로나가 우리 삶의 지향점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코로나는 앞만 보고 달리던 자본주의의 확장적 세계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세계인들에게 확인시켜줬다. 세계화와 도시화를 앞세워 ‘Winner takes it all’, ‘All or Nothing’식의 승자독식의 무한 경쟁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던 결과는 자연파괴와 지구온난화,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창궐이라는 재앙으로 나타났다.

18세기 산업혁명이후 겨우 2백년 사이에 인간의 물질문명은 이전과 비교해 백배의 물질적 풍요를 일궈냈지만 그것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양날의 칼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인류의 보편적 지향점은 분명해졌다. 결코 충족될 수 없는 물질적 욕망을 내려놓고 경제적 성공과 성취보다 정신적, 정서적 안정과 개인의 성장을 더 중시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류의 문명사적 전환점을 목전에 두고 새해 결심을 해야 한다면 어떤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자신을 예리하게 벼리는 ‘학습 능력’의 단련이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이에 미쳤을 때 추천할만한 책이 바로 세 명의 인지심리학 분야 전문가들이 장기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로 저술한『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책이다. 이 책은 2002년 제임스 S. 맥도널 재단이 자금을 지원한 ‘교육 현장 개선을 위한 인지심리학의 응용’ 연구에 기초하여 학습과 기억 연구에 매진해온 저명한 인지과학자 헨리 뢰디거와 마크 맥대니얼, 그리고 작가인 피터 브라운이 한 팀이 되어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연구사례들을 분석,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학습이나 공부와 관련된 자기계발서들의 공통된 오류인 학습천재들의 주관적 경험을 일반화하지 않고, 인지과학에 기초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실질적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풍부한 사례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 소개된 사례를 예로 들면 말리스라는 학생이 영국 대학입학시험에 응용한 ‘기억의 궁전’ 기법은 수험생이나 의대생처럼 방대한 지식을 단기간에 암기해야 하는 사람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주도·반복학습은 잘못된 방법

책은 크게 보면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학습법으로 잘못 알고 있는 편견과 오해들을 교정하는 내용들이고, 하나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학습법들을 제시하는 내용들이다. 저자들이 대표적으로 잘못된 학습방법으로 들고 있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학습과 반복 학습이다. 이와 더불어 재미있고 쉬운 학습방법으로 제시되는 에듀테인먼트 학습법도 저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들 중 하나다. 저자들에 따르면 제대로 배우는 길은 오히려 반대로 객관적 피드백을 받고, 서로 다른 내용을 섞어 교차 학습하고, 직접 어려움을 해결해가며 어렵게 습득한 지식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저자들의 최적화된 학습 전략을 압축하면 ‘반추(rumination)’와 ‘인출(retrieval)’로 요약된다. 이 전략들은 단순히 뇌과학적으로 기억력을 강화하는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새롭게 학습한 내용이 기존의 지식체계와 연결되고 내재화되는 과정을 통해 활용가능한 지식으로 거듭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유용하다. 책에는 이런 학습 방법이 실제 학습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례들을 통해 제시돼 있어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미래학자 버크민스터 풀러의 ‘지식 배증 곡선(Knowledge Doubling Curve)’에 따르면, 인류의 지식총량이 2배 증가하는데 100년이 소요됐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는 25년, 2018년에는 1년, 2030년이 되면 3일이 소요될 뿐이라고 한다. 지식의 반감기가 극단적으로 빨라지는 시대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혼자 힘으로 새로운 것을 습득할 줄 아는 ‘학습 능력’이다. 올 한해 코로나가 강제한 느려진 삶의 속도를 학습 근육을 키우는 시간으로 활용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김선진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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