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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는 왜 아버지 손잡고 신랑에게 인계되는 것일까
신부는 왜 아버지 손잡고 신랑에게 인계되는 것일까
  • 유무수
  • 승인 2022.02.0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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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 전통과 현대의 이중주』 주영하 외 5인 지음 |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 280쪽

전통·현대와 자녀·부모 세대 간 결혼관이 충돌
작은 결혼식 하려면 부모 세대의 위임이 필요

이 책은 민속학·인류학·사회학 전공자 6인이 2010년대 한국 결혼식의 실제를 살핀다. 한국에서 ‘정통’이 된 관행은 결혼예식장에서 서양식 예복을 입은 신랑신부가 주례자 앞에서 본식을 치른 후 온돌방에서 한복을 입고 폐백을 드리는 형태이다. ‘전통식’과 ‘현대식’이 결합된 방식은 일제 강점기에 시작됐다. 조선시대 사대부 문중의 혼례는 신부의 집에서 거행됐으며 혼례 후 일정 기간 신부 집에서 신방을 차리고 살았다. 

 

1931년 <동아일보> 연재칼럼에서 고영환 기자는 당시 구식 혼례식에서 신부가 네 번 절하고 신랑은 두 번 절하는 것은 남녀평등 사상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예복에서도 서양식 양복과 면사포는 옳지 않다고 보았다. 혼례복으로 그가 제안한 조선의 ‘백의(白衣)’는 상복의 의미가 강해서 채택될 수 없었다. 

제주도에서 셀프 웨딩을 올린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강원도의 한 민박집에서 결혼식을 올린 배우 원빈·이나영 부부의 사례는 시대의 유행에 불과한 정통의 틀에서 벗어난 ‘작은 결혼식’이었다. 아직 부모세대가 “너네 결혼식이니 너네 마음대로 해”하며 동의하는 경우는 흔치않다. 가급적이면 친인척과 사회의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동원하고자 하는 것이 부모 세대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자녀세대가 정통의 틀에서 벗어나 ‘작은 결혼식’을 추진하려 할 때 부모세대가 “그래도 할 건 해야 한다”라고 강요한다면 큰 틀은 부모 뜻대로 하면서 개성을 가미하는 타협을 해야 한다. 이 책은 앞으로 혼례문화는 획일적인 틀을 벗어나려는 젊은 세대와 전통을 중시하는 어른들의 결혼관이 충돌하는 과정을 겪으며 다양한 형식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통 결혼식에서 하이라이트는 신부 입장의 장면이다. 대기실에서 바비 인형처럼 앉아 있던 신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행진한 후 신랑에게 인계된다. 서구전통에서 따온 격식이다. 자녀 세대의 창의적인 ‘작은 결혼식’에서 가부장 문화의 불편한 격식은 답습되지 않는다. 대신 다 같이 즐거운 축제나 파티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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