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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로스쿨, 최소한으로”
“국립대 로스쿨, 최소한으로”
  • 류병운 영산대
  • 승인 2005.10.1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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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병운(영산대·법학과)

2008년부터 미국식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제도가 도입 시행된다. 현재 많은 대학들이 로스쿨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고 과연 어느 대학이 로스쿨 인가를 받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이 문제는 로스쿨의 총입학정원과 교원, 시설, 재정의 확충기준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채택 예정인 입법예고안을 보면 교육부장관이 법원행정처장, 법무장관, 변협회장, 법학교수회장 등과 협의를 거쳐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정하도록 되어있고, 역시 교육부장관이 법학교수, 판·검사, 변호사,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법학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로스쿨을 인가하도록 하고 있다.

교원, 시설, 재정확충에 관한 최소 요건은 현재 유치경쟁에 뛰어든 대부분의 대학들이 인가신청 전에 어느 정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로스쿨의 총입학정원, 인가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외에 고려될 수 있는 사항들, 그리고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을 어떻게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할 것인가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살펴보면, 로스쿨의 총입학정원에 관하여 변협 등 법조인 그룹은 1천2백명선을 주장하고, 법학교수들은 3천명 이상을 주장하거나, 총입학정원을 정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면서 기준을 통과하는 모든 대학이 인가를 받는 ‘준칙주의’를 주장한다. 준칙주의가 헌법상 ‘직업의 자유’와 시장논리에 보다 부합한다는 점은 접어두더라도, 1천2백명 선 주장은 국민들이 법률서비스를 보다 쉽고 싸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변호사 수의 확대가 법률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 이라는 논리도 미국이 변호사간·로펌간의 경쟁을 통하여 법률서비스의 명실상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설득력이 없다. 목전으로 법률서비스시장의 개방화 상황에서 국내변호사 수의 엄격한 제한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점과, 환경, 지적재산권 등 법률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 영역도 고려해야 한다.

교원, 시설, 재정의 확충 외에 로스쿨 인가에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먼저 국립대에 로스쿨 인가는 최소한의 경우로 그쳐야 한다.  국립대들은 과거 기초학문을 육성하고 우수 인재들이 저렴한 학비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데 기여해 왔다. 최근 서울대 교수들이 ‘학부와 로스쿨의 병존’의 주장 즉, 순수·기초법학을 위한 학부의 존속에 집착하는 것도 기존의 ‘국립대의 존재의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사립대들이 경쟁적으로 로스쿨을 유치하려는 현 상황에서, 법률서비스시장을 전제로 한 직업교육을 하는 로스쿨을 굳이 국립대 방식으로 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현재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한 특징이 공적영역의 사유화인데 굳이 사적영역이 담당할 수 있는 법학교육을 국가가 공급할 필요는 없다(공적법률서비스를 담당할 판·검사도 변호사 그룹에서 선발하면 되고 그러한 개혁이 현재 ‘법조일원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향후 국립대 법인화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국립 로스쿨이 지금 같이 사립대에 비해 저렴한 등록금체제로 간다면 이는 대학의 서열화를 국민의 세금으로 다시 가중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고, 반대로 국립 로스쿨에 대하여 현재와 같은 국가의 지원을 폐지한다면 공적영역의 상대적 비효율성으로 말미암아 점차 시설의 낙후 등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국립대는 직업교육 보다는 기초과학의 교육과 연구에 초점이 맞추어 져야 하고 이 분야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국가 균형 발전의 과제를 고려할 때 로스쿨은 낙후된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당할 필요가 있다. 교통과 통신 및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 로스쿨은 어느 지역에 설치되어도 상관 없다. 로스쿨이 지방에 많이 설치되면 현재 위기에 직면한 지방대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대통령과 여당이 교육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볼 때 로스쿨 역시 서울에 집중되어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지방대에 가급적 많은 로스쿨을 인가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로스쿨 인가를 위한 평가는 기존의 사법시험위주의 교육방식보다는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교육프로그램의 개발·도입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평가를 담당할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도 지역안배 등 공정성을 제고해야 하고 민주주의 이념에도 충실하도록 시민대표의 수를 현재 2명에서 대폭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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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 2005-11-12 01:07:56
문외한 이지만,이치에 적합 합니다. 비전임 대학강사 (박사학위 소지 이상자 1만2천여명)의 방치 및 교수확보율 미달 문제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