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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마다 BK21 同床異夢…10월중 시안 나올듯
대학마다 BK21 同床異夢…10월중 시안 나올듯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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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2단계 BK21 사업 어떻게 되나

2단계 BK21 사업만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부산 ㄷ대학의 한 교수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7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대학 BK21 사업이 있어 그나마 협력대학으로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그리 쉽지만은 않으리라는 예감 때문이다. 비단 이 교수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자칫 사업 신청 분야가 누락되면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교수들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BK21사업에 대한 모든 것이 가감 없이 논의된 ‘대학관계자 포럼’ 현장을 담아보았다.

“사실 서울대의 제도개혁을 위해 2천억원을 통째로 주려고 고안한 것이 BK21사업이었고, 당시 서울대의 무시험 입학전형을 80%까지 늘리고자 했다.”

“의도는 교수들의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고자 만들어진 것인데, 지나치게 SCI 논문을 강조하다보니 산·학협력 활성화 부분이 도중에 흐지부지됐다. 결과적으로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지난 23일 숙명여대 삼성 컨벤션센터에서는 대학 관계자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장 11시간 동안 'BK21 사업 종합평가를 위한 대학 관계자 포럼'이 열렸다. © 교수신문

11시간 동안 토론 이어져

한 정부 관계자가 ‘BK21 사업 종합평가를 위한 대학 관계자 포럼(이하 포럼)’에 나와 발언한 내용이다. 지난 23일 숙명여대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의 BK21기획단 주최로, 1999년 1단계 BK21 사업의 기획·배경 등 이 사업에 대한 모든 것을 가감 없이 토론하는 포럼이 열렸다. 오전 9시부터 밤 8시까지 쉼 없이 이어진 유례없는 토론의 장이 열린 것.

2단계 BK21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기획처장 등 참석한 대학 관계자만해도 3백여명에 이르렀다. 토론자의 발표보다 자유토론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기 때문에 참석한 교수들의 자발적인 의견 개진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포럼에서 다뤄진 내용은 BK21사업의 뜨거운 감자인 △사업 신청분야 △신청 단위 및 사업단의 적정규모(최소 교수수 등) △대학에 대한 제도 개혁 요구사항 등이었다.

□ 2단계 BK21 사업, 뚜껑 열리나 = 참석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과연 2단계 BK21 사업에 자신이 소속된 대학이 참여할 수 있을까에 맞춰져 있었다. 때문에 교육부 관계자들이 애초에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1단계 BK21 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나 비판 보다 2단계 BK21 사업에 대한 제언이 주류를 이뤘다. 무엇보다 2단계 BK21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알고 싶어했다. 이미 대학가에는 2단계 BK21 사업에 대한 무수한 소문들이 떠돌고 있기 때문.

이날 포럼에 참석한 고용 국무총리실 R&D/HRD 기획단장은 “아직 시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라면서 “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여름에 대학에 제시됐던 안들은 최종안도 아니고 공식적인 것도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대학가에서는 2단계 BK21사업이 특화분야 없이 과학기술분야와 인문사회분야로 나뉘어 대형사업단과 중·소형사업단을 선정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 과학기술분야의 경우는 기초·응용·융합으로 구분돼 응용 및 융합 분야의 경우 산·학 협력을 강조한다는 게 대략적인 윤곽이다.

□ “신청 분야 확대해 달라” = 교수들은 교육부가 사업 신청공고를 내면, 그때 2단계 BK21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확연히 갈리기 때문에 신청 분야에 대한 제언을 많이 내놓았다. 토론자로 나선 방재욱 충남대 산학협력단장은 “선택과 집중식 지원을 잘 하면 좋지만, 잘못 집중하면 망하는 길”이라면서 “분야를 너무 많이 확대해서도 안 되지만 응용분야에 지나치게 예산을 많이 배정하면 7년 후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라고 직언했다.

응용분야의 경우 정보기술, 화공, 재료, 기계, 생명공학, 의생명 등이 거론되고 있는 분야들이지만, 의생명을 농생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등 이해 관계에 따른 제언들이 잇따랐다.

기초분야 예산 많이 배정해야

□ 사업단 참여교수수 異見 첨예 = 신청단위 및 사업단의 적정규모에 대해서는 교수들마다 천차만별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특히 대형 사업단 참여교수의 최소규모, 즉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에 대한 논의는 끝없이 이어졌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정보기술은 30명 이상, 기계·생명공학·의생명은 20명, 재료는 15명, 수학·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은 10명 등으로 최소교수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대해, 이로 인해 사업에 응모조차 불가능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서부터, 지금보다 낮춰져야 한다거나 현행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뤘다. 탁월한 연구능력을 지닌 소수집단이 2단계 BK21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요건을 낮춰야 한다거나, 사업기간 내에 교수 충원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경우 응모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는 “교수 수를 제한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많은 이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능력이 있어도 규모로 인해 신청조차도 못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 지역대학 BK21은 없어질까 = 지방대 교수들은 현재 누리사업과 중복논란이 일고 있는 ‘지역대학 BK21사업’이 계속 존속되는지의 여부에 대해 궁금증이 컸다.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 2단계에서는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오고가고 있기 때문. 포럼에 참석한 박성호 경일대 기획처장은 “지역 BK21과 누리사업은 예산 집행이 엄연히 다른데도, 인력양성사업이라는 성격으로 인해 중복 취급을 받는다”라면서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지역 BK21사업이 폐기돼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기획조정실장은 “누리사업과 중복되기 때문에 그 예산을 핵심분야에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업에 참여했던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자연과학분야 교수들과 인문사회분야 교수, 대규모 대학과 소규모 대학 등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첨에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 사업 공고는 언제 나나 = 한편, 이날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각종 평가회의 등을 통해 ‘2단계 BK21사업의 기획 원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획 원칙으로는 △‘선택과 집중’ 원칙 등 제 1단계 사업의 기조 유지 및 인력양성사업으로서의 성격 강화 △1단계 사업에 대한 엄정 평가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2단계 사업 기획 △대학특성화, 산학협력 강화 등 BK21 사업을 21세기 대학 혁신의 지렛대로 활용 △사업평가관리체제 강화 및 사업계획 수립·집행의 공개 등을 통한 투명성 및 수요자 대응성 강화 등이 제시됐다.

사업 투명성에 무게 둘 듯

엄상현 BK21기획단장은 “포럼 토론내용을 2단계 BK21 사업 기획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교육부는 포럼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주요쟁점 사항들에 관해서 별도로 대학별로 서면 의견 제출을 요청했으며, 향후 2단계 사업 추진의 전 과정을 공개할 방침을 밝혔다.

또 BK21사업 홈페이지(블로그)를 통해 대학, 연구소, 산업계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계속 접수할 예정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단계 BK21사업은 국내·외 학계권위자, 산업계 지도자 등으로 구성된 부총리자문 기획자문위원회 및 산하 프로그램구성소위원회를 통해 금년 10월 중에 제 2단계 사업공고안 시안이 작성되며, 이후 대학 공청회 등 2단계 사업 기획에 대한 본격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밟게 된다. 연내에 사업공고를 내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사업단 선정을 마칠 예정이다.

그간 교육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단계 BK21 사업 기획회의’를 11차례 개최한 바 있으며, 그간 ‘BK21 사업 성과분석을 위한 국제심포지엄’(4월), ‘BK21 참여·미참여 인력 간담회’(5월), ‘2단계 사업기획을 위한 분야별 전문가회의’(5~7월) 등을 거쳤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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