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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문제 집착한 ‘사립학교법’, 사립대학 살리기 어렵다
소유권 문제 집착한 ‘사립학교법’, 사립대학 살리기 어렵다
  • 박순준
  • 승인 2022.01.04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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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④ 사립학교법과 사립대학법, 무엇이 다른가

사립학교법은 대학이 수십 개에 불과하던 최빈국 시절에 제정됐다. 
이 법이 선진국으로 진입한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학을 통제하고 있는 건 비극이다. 
더구나 규모와 이해관계가 상이한 사립대학을 유치원, 초중등학교와 동일한 울타리에 묶어 놓고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에 기민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까운 억지다.

‘교육받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다(헌법 제31조). 국가는 각급 학교를 설치하고 ’공교육’을 구현한다. 이를 위하여 「교육기본법」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교육에 관한 자율성 및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학교의 공공성(제9조 제2항)을 천명한다. 「교육기본법」에 근거하여 각급 학교의 정규교육 과정을 규율하는 「유아교육법」, 「초ㆍ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이 제정되어 있다. 

이렇듯 비교적 정연한 교육법 체계에 예외적으로 포괄적인 규율의 형식으로 존재하는 독특한 법이 바로「사립학교법」이다. 「사립학교법」은 각급의 모든 학교에 대한 특별법이자, 실질적으로는 「교육기본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국가 공교육 체제의 예외를 보장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교육계 인사들까지 사학 교육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유재산처럼 운영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잘못 인식하는 이면에는 이런 법체계의 왜곡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1963년 제정되었다. 군사쿠데타 이후 박정희는 분규가 끊이지 않는 사학을 정비하는 한편, 한일협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강력한 저항을 사학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사립학교법」을 제정했다. 그래서 「사립학교법」은 제1조(목적)에서 사립학교 설립의 특수성과 자주성 확보를 전제로 공공성을 지향한다는 명분 아래 학교법인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면서 사학에 대한 국가 통제의 강화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사립학교법은 사실상 ‘사학법인법’

제정 이래 「사립학교법」은 모두 74차례나 개정(타법개정 포함)되었다. 단일 법률 가운데 이처럼 빈번하게 개정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는 교육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교육을 가장 가시적인 개혁 분야로 여긴 정권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이자, 한편으로는 교육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극심하였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단일 법률 가운데 사립학교법처럼 빈번하게 개정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전체 6장 74개 조로 구성된 「사립학교법」의 핵심은 사학의 자주성 표명이다. 그래서 학교법인(제2장)과 학교경영자(제3장)에 관한 사항을 가장 앞에 두는 반면, 교육의 주체인 교원(제4장)은 법인의 부속물처럼 붙여 놓는다. 이는 사학법인의 소유권을 우선시하고 교육의 자율성을 부차적인 가치로 두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립학교법」은 사실상 ‘사학법인법’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고, 앞선 연재에서 제시된 독일 대학법이 교원과 학생을 규정의 중심에 놓는 것과 결정적으로 차이가 난다. 

한편 사립대학 교수의 교권은 현실적으로 사학법인의 관용과 시혜에 의존한다. 법률은 국공립과 사립 교원을 구분하지 않고, 「사립학교법」조차 “국공립학교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교원에 관한 사학법인의 절대적 권한이 「사립학교법」으로 인정되는 한, 사립대학 교원은 마치 사기업에 고용된 일반회사원처럼 취급되고 있다. 헌법이 ‘교원의 지위’를 명시하든(제31조), 「교육기본법」이 ‘교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우대하고 그 신분을 보장’하라고 하든(제14조 제1항), 「교원지위법」이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라고 하든(제3조 제1항) 사립대학 교원 신분과 관련한 분쟁에서 「사립학교법」은 독보적인 금과옥조이다. 교원이 ‘을’의 입장에서 고통스럽게 싸울 수밖에 없는 주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적 소유권과 공공성’ 재정립 필요

최근 사립대학 교원의 정년에 관해 교육부는 “대학교원의 정년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무기간, 급여, 근무조건, 업적 및 상여약정 등 계약조건을 정하여 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고등교육정책과 15692, 2021년 11월 25일)이라고 답함으로써 사립재단과 한통속임을 증명했다. 이런 모순과 차별은 대학의 총장 선출에도 드러난다. 법률에 따라 국립대학 교원은 대학의 장을 선출할 권리를 행사한다. 반면에 사립대학 교원은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 대학의 장을 선출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사립학교법」의 영향 아래 「교육공무원법」 해당 조항의 준용이 원천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거버넌스에 관한 한 법인은 한 치도 양보할 여지를 보이지 않고, 교육부는 조금도 개선할 의지를 드러내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보편적이고 숭고한 가치로서 ‘대학자치’는 대학 소유자 혹은 경영자의 사적 소유권 앞에서 멈춘다. 

「사립학교법」은 대학이 수십 개에 불과하던 최빈국 시절에 제정되었다. 이 법이 선진국으로 진입한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학을 통제하고 있는 건 비극이다. 더구나 규모와 이해관계가 상이한 사립대학을 유치원, 초중등학교와 동일한 울타리에 묶어 놓고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에 기민하게 대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코미디에 가까운 억지다. 사립대학의 호시절은 막을 내렸고, 전례 없이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재정위기에 봉착한 사립대학들은 정부에 인건비를 포함한 일반재정지원을 요청해야만 살아날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사립학교의 모든 재산은 학교법인의 사유재산”이라는 주장은 이제 부메랑이 되었다. 자주성을 내세워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다수의 사립대학을 향한 국가와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대학의 질적 향상을 도외시한 채 소유권 문제에만 집착한 「사립학교법」의 입법적 특성 때문에 「사립학교법」은 결코 정상적인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사립대학을 회생할 수 없음을 직시하자. 사학법인의 사적 소유권과 사립대학의 공공성 사이에 놓인 모호한 관계는 근본적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급변하는 미래 교육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는 합리적인 「사립대학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나아가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으로서 대학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고등교육법」을 넘어, 대학교원이 대학 교육의 주체라는 동질성과 국-사립의 교원신분 차이를 합리적으로 규정하는 차원에서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대학법」 제정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순준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고등교육연구원장
현재 동의대 역사인문교양학부 교수로 있다. 서울대에서 서양근세사로 박사를 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과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을 지냈다. 편서로 『유럽바로알기』가 있으며, 역서로 『절대주의 국가의 계보』 『서양근세사: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 『옥스퍼드 영국사』등이 있다. 

 

 

 

 

‘대학법과 대학의 미래’ 기획연재는 ‘삼각지 연구팀’의 집단지성으로 마련이 되었고, 연재 필진으로 참여합니다.

다음은 ‘삼각지 연구팀’ 참여 교수입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교양학부 △김유경 전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사무총장·전 경북대 사학과 △박순준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고등교육연구원장·동의대 역사인문교양학부 △방효원 한국교수노동조합연맹 위원장·중앙대 의대 생리학교실 △안상준 국가중심 국공립대 교수회연합회장·안동대 사학과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전 광주대 환경공학과&간호학과 △유원준 한국교수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경희대 사학과 △임상혁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법무위원장·숭실대 법과대학 △장민수 전 선문대 국제경제통상학과

이번 기획연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습니다. 반론이나 또 다른 제안도 좋습니다. editor@kyosu.net 로 보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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