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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와당'을 집중 조명한다
'신라와당'을 집중 조명한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10.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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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박물관, '은일의 수려한 꿈, 신라 와당'展(10.6~31)

10월 ‘문화의 달’을 맞아 영남대 박물관(관장 여중철)이 특별전을 개최한다. 6일 개막하는 '隱逸의 수려한 꿈, 신라 瓦當'전이 그것.

이번 특별전은 문화재청의 2005년 복권기금 지원사업의 하나로서 1970년대부터 영남대 박물관이 수집 소장하고 있는 한국 기와 1천4백여 점 가운데 신라 와당만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전시한다. 신라 기와가 지닌 문양의 아름다움과 그 문양 속에 깃든 의미를 집중 조명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시들과 차이가 있다.

귀면와. 최근 들어 신라시대에 출토된 '귀면와'의 형상이 귀신이 아니라 '용'이라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강우방 교수가 대표적. 아래는 강 교수가 쓴 글의 일부이다.

"1997년 여름, 세계에서 가장 힘차고 아름다운 용의 위용에 탄복하며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을 구석구석 살핀 적이 있었다. 그 순간, 용의 모습이 월지(안압지)에서 출토된 녹유귀면의 모습과 흡사함에 놀랐다. 아, 우리가 지금까지 불러왔던 귀면은 도깨비가 아니고 용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용은 길어서 눈이 측면에 있으므로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용 얼굴의 측면을 펼쳐서 한꺼번에 표현해야 한다. 이처럼 긴 용의 얼굴을 정면에서 본 모습을 사다리꼴 모양의 기와의 제한된 공간에 압축하여 생생하게 나타낸 것이 바로 추녀마루기와인 용면와다. 기와 속 용의 입에서 분출되는 영기(기염)의 구도를 분석한 개념도.

용이 용이게끔 되는 여건은 첫째로 입에 물거나 앞발로 받쳐 들거나 이마 위에 둔 여의주가 있어야 되고, 둘째로 입에서 발산되는 구름모양 혹은 덩굴식물무늬의 靈氣 표현이 있어야 되고, 셋째로 두 뿔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안압지에서 출토된 녹유 용 얼굴은 이 모든 것을 온전히 갖추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의 것은 이 여러 여건 가운데 하나도 갖춘 것이 없다. 용면와가 일본으로 전해졌으되 일본인은 잘 이해하지 못하여 여의주와 영기무늬, 두 뿔 등을 모두 빼버려 정체불명의 동물을 만들었기 때문에 훗날 鬼面이라 불렸다. 다만 무서운 얼굴의 인상만 같을 뿐이다. 귀면은 일본의 독특한 귀신 개념이요, 도깨비는 한 번도 조형화되어 본 적이 없는 우리 민족설화에만 나오는 여러 모습의 상상적 존재일 뿐이다." ©영남대박물관 


 
전시회에서는 고구려와 백제의 영향 속에서 제작됐던 초기의 신라 기와들이 점차 독자적으로 창안된 무늬를 갖게 되고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동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기와문화를 꽃피우게 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연화문이 새겨진 수막새는 그 문양의 형태가 매우 다양하고 화려해 신라 공예술의 절정기를 보여준다.

연화문 수막새, 즉 연꽃무늬를 지닌 처마 끝에 달린 기와이다.삼국시대에 많이 사용했는데 통일신라 때부터 보상화문수막새와 귀면문수막새 등 여러 종류가 생겼다. ©영남대박물관.

이와 더불어 사자, 용, 기린, 새 등 와당에 시문된 동물문양들은 다양한 형태로 매우 화려하게 표현돼 있는데, 이는 신라 와당이 단순히 건물을 치장하는 용도로만 제작된 것이 아니라 ‘길상과 벽사’라는 상징체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비천이나 당초문을 시문한 와당문양들 역시 길상이나 영원한 영속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唐草紋 암막새. 신라시대 암막새의 특징은 막새부가 직사각형이 弧形으로 휘어진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그 막새면에는 당초문과 함께 인동 보상화문양이 새겨진 것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봉황·용·기린·비천·구름·꽃 등의 문양이 첨가되기도 한다. 테두리부분에는 연이어진 구슬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때로는 덩굴문양을 새겨 넣기도 하였다. ©영남대박물관.

이처럼 단순히 와당문양을 비교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감추어진 다양한 상징성과 의미를 캐내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한 점이 이번 특별전의 큰 특징이다.
 
한편 영남대 박물관은 특별전 개막행사에 앞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특별강연을 6일 오후 2시부터 개최한다. 연사로는 우리나라 기와연구의 선구자이자 한국기와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구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초청돼 ‘신라 와전의 변천’이라는 제목으로 공개강연을 할 예정이다.  

전시기간은 10월 31일까지며,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4시 30분까지 입장). 전시기간 중 휴무일 없이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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