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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수는 줄고 격차 확대될 것…기초학문은 정부가 육성해야”
“교수 수는 줄고 격차 확대될 것…기초학문은 정부가 육성해야”
  • 강일구
  • 승인 2021.12.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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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내일을 말한다 ⑦ 『대학 살아남기』 쓴 이현청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 소장
이현청 소장은 여러 나라의 대학이 어떻게 특성화를 하는지 알기 위해 『대학 살아남기』를 집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국가의 대학’이란 관점보다, 개별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혁신을 진행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발간된 『대학 살아남기』는 미국에서 이집트까지 세계 여러 대학의 혁신을 포괄적으로 다룬 책이다.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과 이현청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장이 함께 썼다. 혁신의 목소리를 하나 더하기보다, 이를 묶어 정리함으로써 역동적인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정리했다. 세계 23개 대학의 혁신을 위한 실험과 그 배경이 짧고 굵게 정리돼 있다.

이 소장은 부산대 교수로 재직했고 호남대·상명대에서는 총장을 역임했다. 또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과 OECD 고등교육 집행이사, 아태지역 고등교육 협력기구(UMAP) 의장으로 활동한, 대학운영 경험과 실무, 지식을 겸비한 고등교육 전문가다. <교수신문>은 지난달 29일 이 소장을 만나 대학 위기의 현주소와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에서 진행됐다.

 

△ 대학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우리도 학위가 필요없는 사회(Degreeless society)에 들어서 있다. 대학에서의 경험 없이 온라인에서 학습을 하고 이 능력을 개발해 취업하는 현상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도전정신, 창의성, 협동심 등을 갖췄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미국 주요 IT기업과 실리콘밸리에서는 대학이 이를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대학 살아남기』란 책을 냈다. 대학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가.
“대학의 위기는 보편적 현상이다. 동남아 국가와 중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또한, 대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산업 생태계의 변화와 이에 적응하기 위한 학습방법과 내용에 변화가 생기면서, 세계 많은 대학들은 내외적 위기를 겪고 있다.”

 

△ 위기 극복을 위한 대학의 노력을 책에서는 어떻게 분류했나.
“대학 혁신의 유형은 5가지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연계가 있고 두 번째는 산학연 연계, 세 번째는 지역 상생형, 네 번째는 공유대학 혁신, 다섯 번째가 국가전략형 혁신이다. ‘공유대학 혁신’의 경우 미국은 주단위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국가전략형 혁신은 사우디와 중국, 일본이 대표적이다.”

 

△ 우리와 대학구조가 비슷한 미국·일본은 어떤가.
“우리나라 주요 대학은 미국을 따르지만, 국립대나 법인이 있는 대학은 일본 사례를 참고한다. 일본은 「2040 대학 그랜드 디자인」이라 하여 문부성이 대학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하나의 국립대학 법인이 복수대학을 경영할 수 있도록 인가하고 있으며 사립대학 간 학부를 교환·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외국 유학생 유입을 위해 적극 개방하고 있다. 산업체와 기업 인재를 대학의 교원으로 임용하는 경우도 있다. 전반적인 방향은 교육·연구자원을 다양화하고 효과적으로 공유할 방안을 통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국공립·사립의 틀을 넘는 연계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 대학 개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학 개혁의 본질은 학사개혁이다. 학사개혁은 교과과정의 개혁이고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경영의 개혁이며 사람의 개혁까지 따른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른바 사람의 혁명, 대학 구성원들의 의식혁명이 병행돼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 해외 대학은 혁신을 추진하는 데 어떤 진통이 있었나.
“외국은 테뉴어가 형식은 있지만 가치나 의미가 없어지는 추세다. 미국은 능력주의 교수체제로 변하고 있기에 교수 재배치도 수월하다. 교수로 들어가면 실적과 연봉에 묶여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 게 선진국 교수제도의 풍토이기에, 혁신이 수월하다. 또한, 외국에서는 한 대학에서 교수가 테뉴어를 받지 못하면 다른 대학으로 쉽게 옮겨간다. 그러나 우리는 정년트랙 교수가 됐을 때 정년까지 가는 풍토가 있고 한 곳에서 테뉴어를 못 받으면 낙인이 찍혀 다른 곳으로 가기도 힘들다. 혁신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수사회 풍토가 다르다.”

 

△ 대략적인 학사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기초학문은 시대를 불문하고 중요하다. 인문사회를 비롯한 기초학문 분야 교수들은 신분보장을 해줘야 한다. 다만, 신분보장은 하더라도 기초학문 분야를 학문연구와 콘텐츠 학문으로 이원화 해야 한다. 콘텐츠 학문으로서의 기초학문은 AI, 빅데이터, IoT, 메타버스 영역과 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한, 기초학문 분야에는 융합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야 한다. 반대로 응용 산업 분야는 빠르게 변해 생명력이 짧다. 직업 생태계의 진화가 빠르기에 이분들은 오히려 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이와는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미래 교수의 역할과 처우는 어떻게 전망하나. 
“미래의 교수는 연구·교육·봉사를 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교수 수는 감소하면서 그 안에서의 교수간 격차는 심화된다. 테뉴어 시스템은 계속 약화 될것이다. 또한, 현재는 연차가 쌓이면 봉급이 올라가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추세가 줄어든다. 일종의 파트타임 교수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들은 능력에 따라 봉급이 정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첨단분야 같은 사회적·산업적 수요가 있는 분야의 교수는 천문학적 봉급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교수는 상당히 적게 받을 것이다. 그래서 인문사회분야 교수들은 시장에서 수요가 있든 없든 정부가 나서 육성해야 한다.”

 

△ 국가가 대학 혁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2017년 기준 고등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부담은 36위지만 민간이 부담하는 공교육비 수준은 6위이다. 이는 정부의 사립학교 지원이 상당히 낮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일본은 사립대학의 경상비를 보전해주고, 선지원 후평가 한다. 영국의 고등교육기금위원회도 대학에 선지원을 하고 5년 후에 효과를 본 뒤 지원 여부를 평가한다. 국가 차원에서 사립대학을 지원하는 방식과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

 

△ 어떤 방향으로 대학혁신을 추진해야 하나.
“대학은 지식의 산실이고 지혜를 축적하는 곳이며 나아가 가치와 사상을 창출하는 곳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서 대학의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게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반응적 대학(Responsive university)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위기 극복을 위해 학생 수 충원만으로는 안 된다. 대학은 재정확보 대책을 다양화하고 특성화돼야 하며 지역과 상생해야 한다. 그것은 오직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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