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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화제_미술문화 '中國畵派총서' 첫번째로 ‘海上畵派’(이만재 지음, 유미경 옮김) 펴내
출판화제_미술문화 '中國畵派총서' 첫번째로 ‘海上畵派’(이만재 지음, 유미경 옮김) 펴내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10.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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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초기 해안도시 '상해'의 미의식 담아

중국미술에 관한 저서들이 많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화파 시리즈 번역물을 내놓는 팀이 있어 눈길을 끈다. 흔히 회화의 유파를 ‘畵派’라 하는데, 역사발전단계에서 사상·예술적 견해·심미정취·회화풍격과 창작방법 등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화가들로 구성된 집단을 일컫는다.

화파 번역팀이 다루는 건 중국회화사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15개 派로, 황전학파, 서희화파, 북방산수화파, 남방산수화파, 호주죽파, 절강화파, 오문화파, 송강화파, 파신화파, 신안화파, 우산화파, 상주화파, 누동화파, 해상화파, 영남화파가 이에 속한다.

중국의 화파가 특이한 건 서양화파가 고전주의, 낭만주의, 초현실주의 등 자신들의 주장이나 강령을 공개적으로 내세우며 일련의 창작 대오를 만들고 작품을 만들어 화파를 형성한 것과 달리, 특정조직이나 강령·선언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형성됐다. 즉 자신이 창시자이거나 전파자임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대표적인 화가들을 필두로 서로의 직간접적 영향아래 예술풍격·미학사상·심미정취 및 표현방법에서 유사함을 보여주어, 이들을 총체적으로 ‘화파’라 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속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우선 풍격을 빼놓고 화파를 거론할 순 없다. 예술풍격은 예술가의 독특한 표지이며, 예술작품이 내용과 형식, 사상과 예술의 통일 속에서 드러내는 특색이자 예술가 창작개성의 외재적 표현이기도 하다. 이런 풍격은 곧 유파발생의 전제라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나가는 저자들은 화파의 발생에서부터 자리매김을 짚고, 창시자 및 주요 구성원들의 계보도를 그린다. 나아가 그들의 미학사상, 풍격, 특징, 그리고 영향과 폐단까지도 짚고 있다.

첫 번째로 출간된 분은 제 14권에 해당하는 ‘海上畵派’(이만재 지음, 유미경 옮김)이다. 해상화파는 아편전쟁 이후 봉건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 경제의 도입, 국제도시 상해의 경제발전과 서양문화의 전래로 탄생했다. 기존 화법에서 과감한 변혁을 시도하고 서양회화기법을 대담하게 수용한 해상화파는 중국 근대회화사에서 한 폭의 깃발을 꽂은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이들은 그간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한 감이 있는데, 20여년 전만 해도 ‘해상화파’ 하면 곧 경멸의 대상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차츰 개혁·개방이 이뤄지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전환돼 근래에 와서 비로소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이들의 시초는 조지겸부터이다. 이 책속에서 조지겸은 “깊고 돈독한 전통문화의 소양과 대응에 능숙하고 민첩한 지혜로써 상품경제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해상화파의 새로운 모식을 열어주었다”라고 평가, 자리매김 된다. 조지겸의 출생과 어린시절 나아가 왕성한 화업활동 등 한 화가의 전모가 모두 밝혀져 있다. 이어서 계보도가 그려지는데, 전기의 지도자 임백년과 후기의 지도자 오창석이 그 중심에 있다. 나아가 해상화파의 대표화가인 임웅, 허곡, 포화, 임훈, 왕일정의 작업활동이 다뤄진다. 즉 한 화파의 계보도를 통해 미술사를 다시 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중국화파총서 시리즈는 미술사가 장정란, 안영길 씨가 중심이 되어 총 5명의 역자들이 이뤄낸 산물이다. 이번 달내 1권 황전화파와 15권 영남화파가 뒤따라 나올 것이다. 그리고 2007년이면 이들 총서의 완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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