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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에게 시대에 맞는 교육과 노동조건 보장해야”
“대학원생에게 시대에 맞는 교육과 노동조건 보장해야”
  • 강일구
  • 승인 2021.12.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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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한국연구재단, ‘대학원 발전 방향’ 주제로 지난 20일 토론회 개최
최해천 서울대 연구부총장, “대학원생 위해 RA·TA·장학금 제도 정착해야
최해천 서울대 연구부총장. 사진=유튜브 캡처
최해천 서울대 연구부총장. 사진=BK21 유튜브 캡처

“양적 평가는 연구자로 하여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보다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연구를 지향하게 했다”, “우수 대학원생 확보를 위해서는 대학원생에 대한 안정적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최해천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BK21사업이 학문후속세대 양성과 연구역량의 양적 성장을 견인했다면서도, 그 한계를 이같이 짚었다. 최 연구부총장의 이 같은 의견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한 ‘대학원 혁신 공개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4단계 두뇌한국(BK)21 사업과 대학원 발전 방향’을 주제로 지난 20일 연세대에서 열렸다.

토론회 기조 강연을 맡은 최 연구부총장은 양적 성과 중심의 연구업적 평가 외에도, 고급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안정적 교육 시스템 부재, 연구중심대학 육성 한계를 짚었다. 그는 “BK21 사업에서 대학원생 교육 개선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라며 “대학원 교육과 연구지도에 대한 낮은 만족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학이 학부 중심으로 여전히 운영돼, 대학원 중심 학사구조 정착이 힘들다고도 밝혔다.

그는 대학원 발전 방향으로 연구·교육역량을 모두 강화해야한다고 했다.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정량적인 승진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먼저 제안했다. 조교수들이 승진에 필요한 논문 수를 채우기 위해 게재 문턱이 높지 않은 저널에 논문을 쓰기도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구에 대한 인센티브 개선과 안정적 대학원생 확보를 위해 RA·TA·장학금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원생 수보다 과제 수를 적게 해 대학원생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젊은 학자들의 부담은 줄이고 지원을 늘려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방향이다.

교육역량 향상을 위해 그는 세계 저명 대학의 교육과정과 학사관리를 밴치마킹해야 한다고도 했다. 교차 전공 인정 과목(cross listing), 학과·단과대 차원의 공통교과목 개발, 다양한 비교과 과목 개발 등을 제시했다. 대학원생이 유연하게 소속과 지도교수를 교체할 수 있게 하고, 석박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학위제도 제안했다. 그는 “졸업 전 SCIE 논문 몇 편을 게재라하는 요건은 대학원생들이 약탈적 저널에 논문을 내게끔 하는 요인이 된다”라며 양적 졸업 요건을 탈피해야 하다고 했다.

패널로 참여한 이관영 고려대 연구부총장은 최 연구부총장의 의견에 목소리를 보탰다. 그는 대학원 혁신지원비가 이번 4단계 BK21 사업에 도입된 배경에는, 연구만 신경 쓰느라 소외됐던 대학원생에 대한 교육과 노동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에 맞는 교육을 대학원생에게 해줘야 예를 들었다. 이번에 데이터 과학원을 만들어 대학원생들에게 오픈했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다”라고 했다. 대학이 대학원에 별도로 쏟을 여유가 없는 시점에 혁신비가 지원이 돼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홍원 부산대 교육부총장도 대학원생들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수한 대학원생 확보를 위해서는, 대학원생을 잠재적 동료로서 대해야 한다”라며 “TA·RA라는 직책을 대학원생들에게 맡기면서 그들에게 허드렛일을 시키면 안 된다. 대학원생들이 그 일을 하면서 동료로 대우를 받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 것이다”라고 했다. 박선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부총장은 “학생이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학문 영역에서의 여러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라며 “지도교수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했다.

 

“대학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 필요하다”

왼쪽에서부터 이관영 고려대 연구부총장, 최해천 서울대 연구부총장, 김우택 연세대 연구부총장(사회),
박홍원 부산대 교육부총장, 박선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부총장. 사진=BK21 유튜브 캡처

토론회에서는 대학원 혁신의 한계 문제도 논의됐다. 이관영 고려대 연구부총장은 제도변화에 따른 대학 대응의 한계를 발표했다. 이 연구부총장은 “비정년교수에게 월급의 50~70%만 드리고 부족한 금액은 본인의 R&D 연구비에서 책정하라고 했다. 작년에는 이것이 잘 됐는데, 올해 시행된 혁신법에 의해 모든 전임교수들은 R&D에서 인건비 책정이 안 돼, 대학이 이를 물어야 했다”라고 했다. 덧붙여 계약제·연봉제와 같이 대학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박홍원 부산대 교육부총장도 제도의 한계를 언급했다. 그는 “TA·RA를 임명하려면 BK21 연구단(팀)의 장학금을 받지 않는 학생에게 줘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라며 “대학원 혁신비를 통한 대학원생 처우 개선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박선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부총장은 “대학이 대학원을 혁신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라며 “학·석박 통합과정 운영, 석사과정에 나노 디그리 학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박홍원 교육부총장은 지방대 대학원의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방대의 경우 학생들이 주로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만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대학원의 국제 경쟁력 제고도 좋지만, 대학원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문 토착화를 통해 대학이 스스로 학문후속 세대를 재생산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라고 했다. 박선규 부총장은 BK21 2단계와 3단계 사업에서 변하지 않았던 대학원의 수를 언급하며 현재 발전하지 못한 대학원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이날 공개토론회에서는 ‘대학원 혁신 우수성과 사례 발표’도 함께 있었다. 이시철 경북대 교학부총장은 ‘대학원생 거버넌스, 소통, 권익 증대’, 황선엽 서울대 연구부처장은 ‘교육·연구·국제화 혁신과 대학원 중심의 체제 혁신’, 김광재 포스텍 부총장은 ‘대학원 혁신을 위한 교육·연구·경영혁신 프로그램 운영’, 김지훈 부산대 대학원 부원장은 ‘대학원 비교과 프로그램&핵심역량 관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종철 교육부차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4단계 BK21 사업을 통해 대학원 혁신 모형을 개발·확산하고, 대학과 연구자들의 소통과 협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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