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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화학의 시대
화려한 화학의 시대
  • 이지원
  • 승인 2021.12.20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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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A. 폰 히펠 지음 | 이덕환 옮김 | 까치 | 424쪽

 

인류를 굶주림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켜서

화려한 화학의 시대를 연 위대한 화학자들과

의도치 않은 재앙으로 이어진

그들의 업적의 이면을 선명하게 포착하다!

현대적인 쾌적한 삶을 가능하게 한 것은 과학, 그중에서도 화학이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화학제품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그 혜택을 당연하게 누리며 살고 있다. 우리는 아프면 손쉽게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고,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용 제품을 이용해서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화학의 힘이다.

전 세계 20개국에서 환경을 주제로 강의를 해온 저자 프랭크 A. 폰 히펠은 기원전 2700년부터 이어져온 화학의 역사를 살펴본다. 특히 저자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에서부터 기적의 제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광범위하게 대량으로 사용된 DDT를 소개하며 더불어 그것의 위험성을 경고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까지의 기간을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인간의 어리석음, 편견, 노예제도, 학살, 인종 집단의 해체와 자연의 파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기근과 질병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담아낸다. 과학자들의 노력은 엄청난 성과를 올렸지만 때로는 그들이 의도하지도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했던 재앙을 불러오기도 했다.

화학적 성공의 양면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독일이 개발한 독가스인 치클론이다. 사이안산 계열인 치클론 B는 이(louse)는 물론이고 이의 알까지도 한꺼번에 없애주었으므로 해충 방제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해충을 없애주던 치클론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유대인을 학살하는 가스실의 가스로 악명을 떨쳤다. 한편 DDT는 기적의 살충제로서, 백화점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인류를 괴롭히고, 농작물을 망치는 해충들을 곧 박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간의 기대와 달리, 곤충들은 곧 DDT에 대한 내성을 진화시켰고, 야생에 마구 뿌린 DDT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엄청난 역효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이 책은 화학의 역사와 20세기를 화학의 시대로 만든 위대한 화학자들의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또한 감염성 질병의 매개체와 메커니즘을 밝혀낸 과학자들의 연구실과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을 없애는 농약 살포 현장, 그리고 양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전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 장소들은 화학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통합되어 화학이 가진 모순적이면서도 다층적인 실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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