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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거짓말
지도와 거짓말
  • 이지원
  • 승인 2021.12.2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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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몬모니어 지음 | 이상일, 손일 옮김 | 푸른길 | 300쪽

 

실세계를 나타낸 지도,

지도는 과연 진실만을 말할까?

길을 찾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스마트폰의 지도 앱을 켜는 일일 것이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입력하면 다양한 경로는 물론 예상 도착 시간까지 알려 주는데, 이 도착 시간은 꽤나 정확한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하고 정확한 지도는 사실 그 자체로 거짓말이다. 3차원의 지구를 2차원의 평면에 나타내는 것부터 왜곡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 커다란 지구를 작은 종이에 옮기기 위해서는 거리를 상당히 줄여야 하고(지도 용어로 축척이라고 한다), 다양한 기호를 이용해 땅의 모습을 단순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왜곡은 필연적이다. 

지도학의 대가인 『지도와 거짓말』의 저자 마크 몬모니어는 지도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다소 역설적으로 보이는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다. 여기서 말하는 거짓말은 지도에 포함된 모든 종류의 ‘사실과 다른’ 혹은 ‘잘못된’ 것들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도의 거짓말은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고, 미묘하다. 지도의 거짓말은 의도적 거짓말과 비의도적 거짓말로 나뉜다. 의도적 거짓말은 다시 선의의 거짓말과 악의의 거짓말로 나뉘고, 비의도적 거짓말은 실수에 의한 것과 무지에 의한 것으로 나뉜다. 앞서 말한 지도의 거짓말들은 선의의 거짓말이다. 어떤 지도 왜곡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진실된 지도이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먼저 지도의 요소(축척, 투영법, 기호)와 일반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지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는 왜곡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지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 준다. 그다음 광고 지도, 정치 선전 지도, 데이터 지도 등이 사람들을 어떻게 속이는지 살펴본다. 특별히 이번 3판에서는 영상 지도, 대화형 지도, 모바일 지도 등에 관한 내용이 추가되어 기술 발달에 따른 지도의 변화도 다루었다. 별도로 제시한 컬러 도판은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한편 저자는 이 책의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지도를 성실한 회의주의 시각으로 볼 것을 강조한다. 지도가 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잘 이해하고, 실수, 무지, 악의에 의한 거짓말에는 넘어가지 않도록 지도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라고 당부한다.

지도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막상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지도학의 대가가 들려주는 지도에 관한 친절하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 보기를 바란다. 어느새 지도와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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