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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없다…변화에 대응하는 힘은 ‘균형’
영원한 것은 없다…변화에 대응하는 힘은 ‘균형’
  • 이은석
  • 승인 2021.12.17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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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변화와 MZ세대

최근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를 대상으로 대학생의 취업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항상 10위권 내에 몇 개씩 이름을 올렸던 공기업들이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2020년도와 비교하면 순위의 변화는 물론 상위 10위권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기업은 3개사 정도이다. 그 대상 범위를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확대하면 그 변화의 모습은 더욱 새롭다.

 

인문사회과학과 혁신 기술이 함께 해야 인간을 감동시키는 SW와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사진=픽사베이

모 일간지 기획 기사의 타이틀은 “삼성보다 스타트업… MZ지원율 톱 5에 당근XX, 두XX”로 자극적이다. 실제 해당 신문사가 채용 스타트업 원티드와 함께 고객사 1만 곳 중 채용 규모가 50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지원 경쟁률 상위 20곳 기업 모두 스타트업이라 한다.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 또한 최근의 이런 트렌드에 대해 곤혹스러워 하는 것 같다.

‘네카라쿠배당토(7개 IT기업의 앞글자)’로 대변되는 MZ세대의 IT기업과 스타트업 선호에는 대기업과는 다른 조직문화나 자신만의 비전 실현 등의 이유도 크겠지만 대기업 이상의 연봉과 스톡옵션, 계약금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보상체계가 적지 않은 몫을 차지하는 듯하다. 큰 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이렇듯 사상을 넘는 물질적인 자극이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무엇이 동인이 되었건 시대와 함께 많은 것이 늘 변화하고 있고 어제 같은 오늘을 유지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 주름잡던 일본 기업은 왜 달라졌나

그 변화를 경험하는 과정에 단순히 팩트로 나열 하기에는 섬뜩한 것들도 있다. 필자가 유학하던 시절, 1980~90년대 글로벌 IT 기업 순위를 보면 상위 10개사 중에 8개가 일본기업이었다. 이후 1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일본 기업은 순위에서 사라졌고, 다시 그 자리로 복귀하는 일은 없었다. 2019년 자료를 보면, 매출액 기준 글로벌 IT기업 국적별 비율은 37%의 미국에 이어 여전히 2위에 있기는 하나 한때의 위상과는 그 차가 크다. 이 흐름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순위에도 나타나서 동 시기 상위 10개사 중에 6개가 일본기업이었고, 그 이후는 같은 흐름의 결과가 되었다. 기업이나 국가의 위상의 급전직하에는 변화와 혁신의 부조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때로는 조직의 의지나 노력과 관계없이 치명적인 결과와 조우하기도 한다. 최근 이 건과 관련하여 접한 기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AT&T의 벨랩에서 반도체가 처음 탄생하였고, 이후 서부지역으로 옮겨져 실리콘밸리를 형성하며 성장이 가속화했다. 이 시기 패전국인 일본에 이 반도체 기술이 제공됐다. 일본의 전후 복구와 재건 등에 미국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동북아시아에서의 중국, 소련 등 공산 세력의 확산에 대한 견제도 필요했었던 이유가 작용했었다. 기술적으로는 1951년 최초의 반도체 개발기업인 AT&T에 대한 미 공정경쟁당국의 독점규제로 인해 일본 기업들에 대한 반도체 특허 공개가 본격화했다. 이런 종합적인 혜택에 힘입어 이후 약 30년간 일본의 전성기는 유지됐다.

최초의 D램 업체인 인텔은 1984년 D램 산업을 포기하고, 관련 미국 기업들도 연이어 폐업하면서 1990년 당시 일본 기업들은 D램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과유불급. 이후 레이건 정부의 강력한 무역불균형 해소노력과 일본 정부의 민간기업 지원이라는 반도체 산업정책의 불공정성 등을 들어 대대적인 압박을 통해 일본 반도체 업체는 미국에 생산원가 공개와 자국 내 미국 반도체업체의 시장 점유율 20% 유지라는 조건의 협정이 진행되었다. 이후

10년간 미국의 환율 정책과 무역 보복 등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은 현재의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공교로우면서도 정확하게, 이 시기 가까이에서 이 상황들을 지켜볼 수 있었던 필자가 얻은 교훈은 “하드웨어 특히 반도체와 같은 한 섹터에 대한 국가 경제의 지나친 의존,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종속성 등 쏠림이 갖는 위험성”이다.

MZ세대라 통칭하는 젊은 사람들의 마음의 흐름에 관심이 많은 필자가 최근 관심있게 본 기사들의 단편을 여미듯 소개했다. 여기에는 언제나처럼 늘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관찰이 존재한다. 

 

급변하는 물결 속 쏠림에 대처하기

필자의 대학에서 최근 있었던 대학원생 모집에 AI대학원은 일반 SW관련 대학원 대비 5배 이상 높은 지원율과 경쟁률을 보였다. 쏠림이다. 거부하기 힘든, 그러나 조금은 염려스러운. 4차 산업혁명의 편향성과 이에 따른 전공 선택의 쏠림을 보면서 언제 있을지 모를 또 다른 급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균형을 생각하게 된다.

인문사회과학의 소양 없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SW를 위한 스토리텔링은 어렵고, 혁신적인 UI/UX 또한 쉽지 않다. 일반 SW의 발전없이 AI의 미래도 없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영원한 것은 언제나 없었고 늘 변화해 왔다. 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궁극의 힘은 균형에 기반한 지식과 담대한 태도, 그리고 현명한 리더의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은석
성균관대 SW융합대학장·SW중심대학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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