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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단체 "강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현실을 잘 보시라"
교수단체 "강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현실을 잘 보시라"
  • 윤정민
  • 승인 2021.12.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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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조·비정규교수노조·민교협, 16일 긴급 성명...윤 후보의 시간강사 관련 발언, 공개 사과 요구
사진=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왼쪽부터)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한교조)은 “윤석열 후보님, 대학 시간 강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서를 16일 발표했다. 이어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이하 민교협)도 “현실을 좀 잘 보시라”는 제목의 긴급 논평을 발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 제기에 대해 “시간 강사를 어떻게 뽑는지 현실을 잘 보시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시간 강사라고 하는 것은 전공 이런 것을 봐서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다”, “어디 석사 과정에 있다, 박사 과정에 있다 그러면 그냥 얘기(시간 강사 지원)하는 것”이라며 “공채가 아니다. 무슨 채용 비리 이러는데 (정식 교수를 뽑을 때처럼)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수노조와 한교조는 김건희 씨가 2007년 수원여대 겸임교수에 지원했기 때문에 시간 강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두 단체는 “겸임교수는 시간 강사와 달리 순수 학술 이론 과목이 아닌 ‘실무, 실험, 실기 등 산업체 등의 현장실무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소속기관에서 상시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근무경력이 3년 이상인 사람 중에서 채용”한다며, “겸임교수는 저러한 자격조건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두 단체는 이 때문에 김 씨도 그에 적합한, 그리고 동시에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돋보일 경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단체는 김 씨가 지난 14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다며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해명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는 “겸임교수는 무슨 자료도 보지 않고 그냥 뽑는 게 아니다. 수원여대에서 그랬다면 심각한 채용 비리가 있었던 것”이고, “수원여대에서 무슨 ‘자료’를 보고 뽑았는데 그 자료에 ‘허위’가 있다면 심각한 문서 위조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김 씨가 수원여대에 제출한 재직증명서 허위 여부도 주요 검증 대상이지만, 윤 후보의 “시간 강사라고 하는 것은 전공 이런 것을 봐서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다” 발언이 전국 대학 강사들에게 심한 모멸감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대학이 전공을 보고 강사를 뽑는 건 당연하며, 2007년 당시와 달리 지금은 강사들도 공개 채용을 거쳐 선발하며, 정식 교수를 뽑을 때처럼 자료를 보고 뽑는다”라고 말했다.

민교협도 “2019년 개정강사법 이전에도 겸임교원은 법령의 별도 규정에 의해 활용돼 왔다”라며 “겸임교수가 시간 강사라는 건 관계 법령에 무지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교협은 김 씨의 허위 이력서 제출 행위 자체가 이미 대학과 학술사회를 기만·농단한 것으로 큰 잘못인데, 윤석열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간 망언으로 한국 대학교육 전체를 모독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부인의 잘못을 덮어보려다 고등교육 전반을 부정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사는 한국 고등교육의 절반을 지탱하고 있는 존재”라며 “열악한 처우와 부당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학문과 교육의 열정을 지닌 강사들이 강단을 지켜주고, 노력한 결과 한국 고등교육이 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노조와 한교조는 윤 후보가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 강사”라고 말한 데 대해 겸임교수가 사실상 시간 강사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음을 내비쳤다며, 대학이 진작에 겸임교수의 자격 조건과 사용 사유를 철저하게 준수해 채용했더라면 윤 후보의 발언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단체는 “윤석열 후보가 9수를 하셨다고 하니 시간 강사의 이러한 고통을 그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 후보는 대학 강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특히 대학 강사들의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한 대선공약을 수립하여 발표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성명서를 마쳤다.

민교협도 “윤 후보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국 사회가 고등교육 문제에 대해 무지하고 바로잡을 의사가 없는 사람이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서 ‘아무 말 잔치’를 해도 되는 현실을 좀 잘 보시라”며 “대선 후보든 누구든 특권층의 대학과 학술 농단은 이제 중단되어야 하며 농단의 책임이 있는 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논평을 마쳤다.

 

------(이하 성명서)------

윤석열 후보님, 대학 시간강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허위 경력 의혹 제기에 “시간 강사를 어떻게 뽑는지 현실을 잘 보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 후보가 말한 현실은 이러하다. “시간 강사라고 하는 것은 전공 이런 것을 봐서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다.”, “어디 석사 과정에 있다, 박사 과정에 있다 그러면 그냥 얘기(시간 강사 지원)를 하는 것”이라며 “공채가 아니다. 무슨 채용 비리 이러는데 (정식 교수를 뽑을 때처럼)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다.”<머니투데이, 2021. 12. 15.>

대학 시간강사의 현실을 좀 아는 우리가 한마디 해 볼까 한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는 시간강사로 뽑힌 게 아니다. 김건희 씨는 지난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 겸임교수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겸임교수는 시간강사와 달리 순수 학술 이론 과목이 아닌 “실무․ㆍ실험ㆍ실기 등 산업체 등의 현장실무 경험을 필요로 하는 교과를 교수하게 하기 위한 사람으로서 원소속기관에서 상시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근무경력이 3년 이상인 사람 중에서 채용”한다. 겸임교수는 저러한 자격조건을 갖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때문에 부인 김건희씨도 그에 적합한, 그리고 동시에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돋보일 경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김건희씨가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다며 “그것도 죄라면 죄”(YTN, 2021. 12. 14.)라고 해명했던 것도 이때문일 것이다. 즉, 겸임교수는 무슨 자료도 보지 않고 그냥 뽑는 게 아니다. 수원여대에서 그랬다면 심각한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이고, 수원여대에서 무슨 ‘자료’를 보고 뽑았는데 그 자료에 ‘허위’가 있다면 심각한 문서 위조가 된다.

물론 윤석열 후보는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 강사”라며 “현실을 좀 잘 보고 관행이라든가 이런 것에 비추어 어떤 것인지를 좀 먼저 보시라.”고 함으로써 겸임교수가 사실상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노조는 그동안 시간강사와 다를 바 없는데 겸임교수로 채용하는 대학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대학이 진작에 겸임교수의 자격조건과 사용사유를 철저하게 준수하여 채용해 왔더라면 윤석열 후보의 오늘과 같은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의 부인으로서 이제 공인이 된 김건희 씨가 수원여대에 제출한 재직증명서가 가짜냐 아니냐의 문제도 중요한 검증 대상이지만 우리 대학 강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시간 강사라고 하는 것은 전공 이런 것을 봐서 공개 채용하는 게 아니다.”라는 윤석열 후보의 발언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 발언을 들은 전국의 대학 강사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분명히 하자. 대학에서 강사를 뽑을 때에는 당연히 전공을 보고 뽑는다.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며,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바로 그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 강의한다. 그런데 대학의 시간강사들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하게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학이 아무리 엉망진창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2007년 당시와 달리 지금은 강사들도 공개 채용을 거쳐 선발하며, 정식 교수를 뽑을 때처럼 자료를 보고 뽑는다. 대학에서 그 하찮은(?) 시간강사라도 해볼라치면 실질적으로 5년 이상의 연구경력이 있어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연구업적도 있어야 한다. 그러고도 연 수입이 2천만 원도 넘기지 못하는 1년짜리 비정규직에 불과하여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고, 다음 공채를 위해 배를 곯아가면서 학술연구에 몰두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2007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후보는 9수를 하셨다고 하니 시간강사의 이러한 고통을 그 누구보다 잘 아실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 후보는 대학강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시기 바란다.

물론 한국의 대학은 많이 망가져 있는 곳이기는 하다. 교직원들의 비리로 점철되어 있고, 채용 비리 역시 숱한 곳이기도 하다. 윤석열 후보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특히 대학 강사들의 고용 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한 대선공약을 수립하여 발표해 주시기 바란다.

2021년 12월 16일

전국교수노동조합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김건희 씨 의혹과 윤석열 후보의 망언에 대한 민교협의 긴급 논평>
"현실을 좀 잘 보시라"

어제 12월 1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그의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을 덮기 위해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다. 현실을 좀 잘 보시라”고 말했다 한다. 김건희 씨는 2007년 겸임교수직에 채용될 때 허위 이력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건희 씨의 행위 자체가 이미 대학과 학술사회를 기만ㆍ농단한 것으로 큰 잘못인데, 윤석열 후보는 한발 더 나간 망언으로 한국 대학교육 전체를 모독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부인의 잘못을 덮어보려다 고등교육 전반을 부정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시간강사, 겸임교수, 초빙교수, 강의교수, 외래교수, 대우교수 등 매우 다양한 명칭의 비정규교수직을 양산하여 교육에 활용해왔으며, 이들의 열악한 처우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9년 개정강사법 시행 이후 시간강사라는 관행적 명칭 대신 강사라는 법률적 명칭이 사용되고 있고, 강사와 겸임교원과 초빙교원의 처우와 지위는 법령에 근거하여 각기 다르게 규정되고 있다. 사실 개정강사법 이전에도 겸임교원은 법령의 별도 규정에 의해 활용돼 왔다. 겸임교수가 시간강사라는 건 관계 법령에 무지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일 뿐이다.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할 말은 아니다. 

윤석열 후보처럼 열악한 처우를 감내하는 사회의 모든 약자들을 차별과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은 강사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강사는 한국 고등교육의 절반을 지탱하고 있는 존재이다. 열악한 처우와 부당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학문과 교육의 열정을 지닌 강사들이 강단을 지켜주고, 노력한 결과 한국 고등교육이 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생각처럼 전공과 경력을 무시하고 아무나 강사로 채용하고, 강사들이 아무렇게나 강의해 왔다면 고등교육은 이미 붕괴되었을 것이다. 시간강사는 전공 같은 것을 보고 뽑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교육 현실에 완전히 무지한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일 뿐이다.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할 말은 아니다. 

윤석열 후보가 어제 오후, 국민 눈높이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후보야말로 우리가 이것을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하는 현실을 좀 잘 보시라.

법령도 모르고 현실도 몰라서,  강사에게 모욕감을 주고 고등교육 종사자 일반에게 모욕감을 주었던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라면,  특히 강사를 비롯한 고등교육 종사자를 정확히 언급했어야 했다. 정확히 사과하지 않는 것은 고등교육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며, 열악한 처우와 부당한 제도로 억지로 굴러가는 고등교육을 개선할 의사도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현실을 좀 잘 보시라. 

그리고 윤후보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한국사회가 고등교육 문제에 대해 무지하고 바로잡을 의사가 없는 사람이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서 ‘아무말잔치’를 해도 되는 현실을 좀 잘 보시라. 그리고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도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현실을 잘 좀 보시라. 

윤석열 후보와 그 부인은 대통령과 영부인의 자격이 있는가? 대선 후보든 누구든 특권층의 대학과 학술 농단은 이제 중단되어야 하며 농단의 책임이 있는 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 

2021.12.16.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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