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공립대 교수 1천여명은 24일 국립대 법인화를 반대하며 서울 종묘공원에서 명동성당까지 거리 행진을 가졌다. © 김봉억 기자 |
“국립대 법인화로 대학교육 다 망친다”
“공교육 말살하는 국립대 법인화를 중단하라”
1천 명이 넘는 국·공립대 교수들이 국립대 법인화를 반대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회장 김송희 강원대 교수평의회 의장)는 24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묘시민공원에서 1천 명이 넘는 국·공립대 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대 법인화 추진 반대를 위한 ‘전국국·공립대학 교수대회’를 열고, 명동성당까지 거리 행진을 가졌다.
▲전국 국공립대 교수 1천여명은 서울종묘시민공원에서 국립대 법인화 추진 반대를 위한 '전국국공립대학 교수대회'를 가졌다. 본 행사 시작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김봉억 기자 |
지난 1999년 BK21 반대 시위에 국·사립대 교수 1천여명이 나서기도 했으나 이번엔 국·공립대 교수들만 1천여명이 참석해 교수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케 했다. 해방이후 교수들의 단일 집회로는 최대 규모다.
이날 교수대회는 참여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고 성급하게 추진되는 교육정책과 총체적인 교육의 위기를 대학과 교수 등 대학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현 정부의 태도에 강한 반감을 보였다.
▲교수대회가 열리는 곳곳에 교육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플랭카드가 걸렸다. © 김봉억 기자 |
대회장 주변 곳곳에는 ‘파행적 대학행정 일삼는 교육부는 해체하라’ ‘국립대를 교육부 마음대로 장악하려는 국립대 법인화를 결사 반대한다’는 플랭카드가 붙었고, ‘비전문가 대학운영 절대 반대’ ‘대학교육 다 망치는 탁상공론 교육정책 물러가라’ ‘공교육 포기하는 노정권은 각성하라’는 구호가 크게 울렸다.
▲김송희 국교련 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김봉억 기자 |
김송희 국교련 회장은 “우리와는 다른 일부 선진국의 사례를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잘못된 정책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면서 “여러 언론을 통해 교수들의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정부는 추진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교수대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이날 교수대회에 참석한 국·공립대 교수들은 결의문을 통해 △대학 자율성과 민주성을 훼손 △국민들의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 침해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심화 △민주적 대학운영 빙자한 외부 비전문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 통해 대학 통제 △독립채산제로 전환해 등록금 인상 등을 이유로 국립대 법인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교수대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파란색 모자를 쓰고, 서울 종묘시민공원을 꽉 채웠다. © 김봉억 기자 |
▲교수대회가 열리는 동안 대회장 곳곳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김봉억 기자 |
▲집회 중간에 몸을 풀고 있는 교수들. © 김봉억 기자 |
▲"투쟁은 즐겁게" 노래에 맞춰 간단한 율동으로 흥을 돋기도 했다. © 김봉억 기자 |
교수들은 이어 “교육부는 탁상공론식 정책추진을 중단하고 계속된 정책실패를 더 이상 대학에게 전가시키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국립대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에 대한 고뇌에 찬 결단들을 외면한다면 대학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더욱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의 목포대 교수평의회 의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김봉억 기자 |
이날 교수대회에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을 비롯해 전국교수노조, 민교협, 전교협 등 교수단체와 대학노조 공무원노조 교육기관본부,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단체의 대표도 참석해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국립대 법인화 추진 중단을 위해 연대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이렇게 많은 교수들이 거리에서 농성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을 느낀다”며 “민노당은 이번 정기국회에 서울대 설치령 폐지안과 국립대 지원법을 제출할 예정인데 여러 교수님들이 힘을 보태달라”고 전했다.
▲김상곤 전국교수노조 위원장이 연대사를 하고 있다. © 김봉억 기자 |
김상곤 교수노조 위원장(한신대 경상광고학부)은 “학문연구와 교육활동에 바쁜 지금, 상상할 수도 없는 1천5백명의 교수들이 모인 것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법인화를 저지하고 진정한 대학발전을 다짐하는 자리”라고 이날 교수대회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지금은 총체적인 대학교육의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노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경복 민교협 공동회장(건국대 어문학부)은 “웃옷을 벗어 젖히고 같이 호흡한다는 자체가 안타깝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하다”며 “법인화가 된다고 해서 당장 눈앞의 문제는 크지 않겠지만 신자유주의적 정책방향이 잘못됐다. 함께 싸울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태기 전국공무원노조 교육기관본부장(경북대)은 “교육철학이 부재한 관료가 문제”라면서 “비전문가가 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나름의 소신을 갖고 일하는 게 더 큰 문제다.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과감히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천여명의 교수들은 서울 종묘시민공원에서 출발해 명동성당까지 거리 행진을 가졌다. 500m가 넘는 길이의 행진 대열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 김봉억 기자 |
▲거리 행진에 나선 한 교수가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 김봉억 기자 |
▲명동성당까지 거리 행진을 마치고 해단식을 갖고 있다. © 김봉억 기자 |
한편, 이날 종묘시민공원에서 명동성당까지 가진 거리 행진에서 5백m가 넘는 길이의 행진 대열을 만들어 주위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거리 행진에 참석한 이중호 전북대 교수회장은 “얼마나 모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렇게 1천 명이 넘는 교수들이 참석해 깜짝 놀랐다”며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그동안 누적돼 온 대학의 위상과 권위 추락에 따른 교수들의 위기 의식, 통제위주의 교육부 정책에 대한 울분이 터져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먼저,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대학을 국립과 사립으로 구분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과거에는 국가 및 사회발전을 위해 고등교육기관을 국가에서 설립하고, 육성해야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이 너무 많아서, 대학생들이 넘쳐나서 오히려 국가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다른 분야에 배분되어야 할 자원을 대학에서 과잉소비하고, 현장에서 일한 노동력이 부족해 장기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질 우려가 있는 외국 인력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기에 국민이 낸 세금으로 대학교수와 학생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세금의 지원을 받은 교수나 학생이 그렇지 않은 자들 보다 국가 및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은가? 국립대 교수가 사립대 교수보다 특별히 사회에 도움이 될만한 연구업적을 많이 내는가? 국립대 출신 학생들이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정도가 높은가? 그러한 차별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립대와 사립을 구분해야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받아온 고마움은 표시하지 못하면서, 그냥 누려온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무리를 모아 거리까지 나서고 있다. 이건 사립대에 근무하거나, 사립대학에 학생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낸 세금까지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투쟁하겠다는 논리로 비약할 수 있다.
과거 일제시대나 해방직후에는 관리나 교사 등을 양성하기 위해, 세금으로 대학을 만들고, 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해야 하는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전혀 아니다. 세금으로 지원받은 결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교수건, 학생이건. 이러한 상황에서 세금을 계속 지원받겠다는 것은 납세자로서도 보고 있기 어렵다.
교수들이 거리에 나가는 것(학생들이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은 혈세로 지원받은 것만큼 국가를 위해 또는 세금낸 자들을 위해 일하지 않으면서, 받아왔던 혜택만 계속 누리겠다는 이기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지식인(용어가 적합한지도 따져봐야 할 상황이다. 내가 보기에 대학교수가 지식인이던 시기는 이미 지나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지식인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교수들이 너무나 많다.) 아니 상식을 가진 시민으로서도 결코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들과 학생들이 배울까 두렵지는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