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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 윤정민
  • 승인 2021.12.12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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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
전국 대학교수 880명 설문조사
교수신문 2021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猫鼠同處)’ 휘호. 정상옥 전 동방문화대학원대 총장(문학박사)이 직접 썼다. 서체는 ‘행서(行書)’다. 정 전 총장은 중국 산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한민국 서예문인화 원로총연합회 공동회장을 지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심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교수들이 정의한 2021년 한국 사회는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교수신문>이 주관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묘서동처는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라는 뜻으로,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된 걸 말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6개의 사자성어 중 2개씩 선정해 진행됐다. 묘서동처는 총 1천760표 가운데 514표(29.2%)를 받았다.

묘서동처는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추천위원단 중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가 추천한 사자성어다. 최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라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묘서동처를 지지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다양했으나, 여야 가릴 것 없이 “권력자들이 한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60대·사회)”와 같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 70대 인문학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이노행(狸奴行)」을 인용하며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겉모습만 다를 뿐, 공리보다는 사욕에 치우쳤다(60대·인문)”, “현 난국은 여야, 진보와 보수 구별 없이 기득권층의 야합으로 나타난 것(50대·사회)”, “범죄자를 잡아야 할 사람들이 범죄자를 두둔하고 옹호·변호하니 통탄할 노릇(60대·의약)”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 묘서동처를 선택한 교수들도 있었다. 이들은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40대·기타)”라거나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60대·사회)”이라고 평했다.

올해의 사자성어 본 설문조사는 온라인 조사 기관 '엠브레인'에서 진행했다.

※ ‘묘서동처’는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舊唐書)』에 처음 등장한다. 한 지방 군인이 자신의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빠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의 상관은 그 쥐와 고양이를 임금에게 바쳤다.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지만, 한 관리만 “이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다”라며 한탄했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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