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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흐름: 알츠하이머병은 극복 가능한가
연구흐름: 알츠하이머병은 극복 가능한가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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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물질.원인 밝혀져...식물 이용한 약제개발 활발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단백질 플라크가 발생해 신경을 손상시켜 발생한다. ©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의 원인 및 치료법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월 5일 독일과 덴마크, 미국의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연구프로젝트 팀이 알츠하이머병 억제 물질을 발견해 미국의 저명한 학술지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수년에 걸쳐 뇌에 단백질 플라크(protein plaque)가 형성된다는 것. 이 플라크는 아밀로이드 전구 단백질(APP)로부터 유래하는데, 이것이 아밀로이드 베타 펩티드(amyloid beta peptide) 같은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면서 플라크 형성 과정이 진행된다. 이번 연구 결과의 요지는 신경세포에서 생산되는 ‘sorLA(sorting protein-related receptor)’라는 물질이 APP와 결합해 아밀로이드 베타 펩티드의 형성을 억제해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생쥐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sorLA를 형성시키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변화를 조사했는데, APP의 파괴 속도가 증가하면서 아밀로이드 베타 펩티드의 양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의 신경세포에서 sorLA가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내 신빙성을 더했다.

뇌에 플라크가 형성되면 환자의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 결과 치매(dementia)가 발달하는 것. 따라서 플라크 형성을 차단하거나 줄이게 되면 알츠하이머병의 발달을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가 하면 9월 1일에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구리의 농도가 증가할 경우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커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作用機作(mechanism)’이 미국과 호주의 과학자들에 최근 밝혀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구 결과는 미국임상연구학회의 ‘임상연구지(J. of Clinical Investigation)’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콜레스테롤 농도가 커지는 현상이 알츠하이머병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제기된 내용.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기작을 통해 콜레스테롤 증가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이는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형편이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특징인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에서 콜레스테롤 산화효소의 활성이 감지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효소 활성이 과도해지는 것을 관찰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베타-아밀로이드 펩티드가 구리 이온과 복합체를 형성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형성된 복합체는 산소를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며 이로 인해 종국에는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결과를 빚고 만다. 그리고 이 같은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뇌와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풍부한 콜레스테롤이 일종의 기질(substrate)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베타-아밀로이드와 구리의 복합체는 콜레스테롤을 변환시켜 세포 사멸을 야기하는 독성물질로 만들어 버린다. 그 결과 혈중의 독성물질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 같은 독성물질 증가 현상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나 생쥐 모델에서는 나타나지만 같은 신경 질환이라도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환자의 뇌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콜레스테롤 증가가 알츠하이머병을 야기하는 기작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리고 구리와 결합하는 성질의 약물이나 스타틴(statin) 약물을 복용하면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도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연구관심은 지난 2000년 이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박사학위논문만 7편이 나왔으며, 그 가운데 5편이 최근 2년간 씌어진 것이다. 주성수 중앙대 박사(약학)는 “현재 국내에서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약제 개발이 한창”이라고 전한다. 알츠하이머는 FAD(가족성)과 SAD(산발성)으로로 나뉜다. FAD는 유전으로 대개 40대 후반에 초기 증세가 나타난다. SAD는 65세 이상에서 발병해 80세 넘으면 80%가 치매현상을 나타낼 정도로 알츠하이머병은 고령화사회의 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8:2 정도로 여자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주는 것이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된다.

최근 인삼이나 천연물질 등 식물을 이용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유헌 서울대 교수(약리학)가 가장 권위자로 꼽히며, 묵인희 서울대 교수, 고재영 울산의대 교수, 김용규 식약청 실험자원동물팀장 등이 활발한 연구자이며, 그 외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황대연 독성연구소 연구원, 이동석 한국생명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양승필 포항공대 박사, 이강우 이화여대 연구원 등이 알츠하이머병 관련 연구자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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