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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만연하는 사회 집단 따돌림도 확산
외로움 만연하는 사회 집단 따돌림도 확산
  • 유무수
  • 승인 2021.12.10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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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지음 |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492쪽

소셜미디어로 온종일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만
인간은 깊은 외로움과 고립감에 빠져들고 있다

19세에 런던대를 졸업한 경제학자인 노리나 허츠는 현대를 ‘고립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저자는 대학원생을 지도하면서 젊은 세대가 ‘외로움과 고립감’을 호소하는 경향을 자주 느꼈다. 거의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고 다수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왜 이토록 외로움이 깊어지고 있는 것일까. 외로움의 기류를 방치해도 괜찮은 것일까.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면대면으로 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효과적이고 공감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축소시켰다. 지난 몇십 년  정치와 경제를 지배한 신자유주의는 승자 사회, 각자도생, 초경쟁과 이기심을 부추겼으며, 탐욕은 좋은 것으로 연대와 돌봄은 무가치한 것으로 격하시켰으며, 결국 외로움과 고립감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세상이 이런 식으로 굴러가도 괜찮은 걸까.

요시모토 유키오는 『왜 나를 미워해』에서 학급 아이들로부터 이지메를 당하는 ‘칭 요징’이라는 아이의 공책에서 놀라운 구절을 발견한다. 남을 해코지 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외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초등학생의 맑은 직관은 노리나 허츠가 인용한 한나 아렌트의 성찰과 상통한다. 한나 아렌트에 의하면 평범한 독일인들이 나치의 전체주의 주술에 지배되어 유대인 학살에 동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었다. 고립감, 정상적 사회관계의 결여, 사회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에 개인적인 자아를 투항하여 목적의식과 자긍심을 찾으려고 했다. 외로움이 퍼지는 사회에서 폭력에 대한 민감성은 마비되며 국민을 기만하고 삶을 더욱 뒤틀리게 만들 포퓰리즘의 속삭임이 달콤하게 들릴 수 있다. 

저자는 주장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강요된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상처받은 사회를 재건해야 할 도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동체를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며 그 길잡이는 오직 ‘친절과 배려’여야 한다. 경제학 전공자의 인문학적 성찰이 신선하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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