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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만에 업그레이드된 책”…기술·패러다임 변화를 읽다
“3개월만에 업그레이드된 책”…기술·패러다임 변화를 읽다
  • 김재호
  • 승인 2021.12.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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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 ④ 광문각

디지털과 온라인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통적인 출판사들 역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학술출판에 주력해온 출판사들은 어떤 도약을 꿈꾸고 있을지 ‘디지털 시대 출판사 현장을 가다’를 통해 알아본다. 과연 디지털 시대에 책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출판사들은 어떤 철학과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출판사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책들 중 대표적인 저서 세 권을 뽑아 다시 소개한다. 네 번째 출판사는 경기도 파주출판도시 자리한 광문각이다. 

인공지능·메타버스 등 기술 트렌드 파악하는 정보력이 중요
출판사끼리 경쟁 지양하고 턱없이 높은 라이선스비 낮춰야

“새로운 기술프로그램 등장으로 3개월만에 책을 업그레이드했다.” 지난달 26일, 파주 출판문화단지에 있는 광문각에서 박정태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수시로 바뀌는 ‘메타버스’ 기술과 패러다임을 따라가서 책을 출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5년이나 10년된 책을 계속 판매할 수 있었다. 그 주기가 1년으로 줄더니, 이젠 3개월만에 책의 내용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박정태 대표는 홍익대 현대미술대학원 과정과 북한대학원대학교 민족공동체 과정을 마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등 학구열이 대단하다. 정보력이 책을 만드는 기본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진=김재호

“급변하는 기술·출판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을 공부한다.” 그는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등 기술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렌드를 읽기 위해 박 대표는 중국에서 나오는 출판물들을 공부한다. 좋은 책을 내기 위해선 정보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예전에 미국·일본 출판물들을 많이 공부했는데, 이젠 우리나라가 더욱 좋은 책들을 많이 출판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을 신속하게 분석하거나 컬러로 인쇄하는 측면 등에서 더 낫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과 라이선스 계약 관련 일화도 들려줬다. 일본은 최대 5%밖에 라이선스료로 지불하지 않는데, 한국은 미국에 15%까지 비용을 지불했다. 출판사들끼리의 경쟁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새로운 판(에디션)이 나왔을 때 더 많은 계약금을 주는 출판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가운데 대형기업이 이득을 보기도 했다. 박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부회장으로 있을 때 이러한 불합리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박 대표는 남북교류 관련해서도 많은 기여를 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이름으로 북한에 있는 과학기술 대학들에 논문과 과학기술책들을 약 5천권을 지원했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 김일성종합대학 등에 한국의 우수한 출판물들을 기증한 것이다. 박 대표는 남북체육교류협회 수석부회장으로 일하며 평양을 8번이나 다녀왔다.   

 

교수들에게 PDF공유하고 전자책도 동시 출간

31년 동안 출판사를 운영해온 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좋은 책이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오늘까지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사명감을 끝까지 지키고 있는 셈이다. ‘광문각’의 의미도 “좋은 책을 만드는 큰 집”, “빛이 되는 책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도서출판 광문각은 이공분야-과학교육-실용분야 등에서 굉장히 깊이 있는 책들을 많이 출간하고 있다. 책과 논문을 합하면 약 2천 권이나 된다. 박 대표는 “좋은 책 양서를 만들지 않으면 독자가 찾지 않는다”라며 “책들이 교수들에 의해 대학 교재로 선택되면 그 책은 성공한 출판물”이라고 강조했다.   

 

도서출판 광문각은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과학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김재호 

디지털과 동영상 시대에 광문각의 출판 및 경영 전략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은 책들의 컬러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전자책과 동영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라며 “지금의 출판시장은 다변화 되고 있다. 이것은 시대적 요구이기에 독자들의 눈높이에 따라가야만 한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필요하면 교수들에게 출판사의 핵심 자산인 PDF파일도 제공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광문각 역사에서 최초로 종이책 출간과 동시에 전자책도 서비스를 시도한다. 그 책은 바로 다음달에 나오는 『크로스 e스포츠』이다.  

기억에 남는 필자가 있는지 물었다. 박 대표는 『제과·제빵사 시험』을 집필한 홍행홍 전 한국제과학교 이사장을 떠올렸다. 박 대표는 “이분과는 1992년부터 인연을 시작해 명절 때는 꼭 서로 인사를 나누는 등 지금까지 30년을 같이 생활해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전문지식과 인성교육을 함께 해야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의학 정보나 자기계발서 혹은 실용서 등이 주목 받고 있다. 학술출판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문화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물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많은 국민들이 전문가다운 전문서적과 학술·실용서적을 많이 읽어서 각자가 전문가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국민들이 1년에 책을 5권 정도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옛말에, 젊어서 책을 읽고 노후에는 읽었던 책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대학 혹은 교수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은 정말 훌륭하고 연구실적도 우수한 이들이 많다”라며 “그런데 학생들에게 너무나 관대하고 인성교육을 제대로 강의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시험과 성적만을 위해 강의하는 태도는 선진국을 향한 교수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광문각 1층에는 ‘나비나라’ 박물관이 있다. 출판사 건물에 독특하게 박물관을 만든 것이다. 임대를 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박물관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처음엔 파주시 지역주민들이 방문했는데, 입소문으로 많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제한이 많지만, 한창 인기가 있을 때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인터뷰 당일도 박물관엔 아이 2명과 어른 1명이 함께 나비나라 체험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진실로 행복해보였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올해 31주년을 맞은 광문각은... 

1991년 도서출판 광문각이 설립됐다. 그동안 광문각은 2천여 권의 책과 논문을 출판하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학술전문 출판사로서 자리매김했다. 2002년, 단행본 브랜드 북스타를 설립했다. 2006년에는 책의 날을 맞아,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2008년, 파주 사옥을 완공하고 나비나라 박물관을 개관했다. 2014년에는 어린이들이 과학책을 즐기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이언스 주니어를 설립했다. 2020년, 과학의 날에는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과학자나 연구자가 아닌 출판사가 대통령 표창을 받은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다시 주목하는 책책책

1. 『제과·제빵사 시험』(홍행홍 외 3인 지음, 2007) 

 

 

우리나라 의식주 문제에서 제과 제빵을 만드는 데 기여한 책이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과 함께 우리나라 제과제빵사 시험 제도을 만들기도 했다. 실기는 자세한 제조 공정과 요령을 통하여 기능성을 높였다. 컬러판으로 실기 품목을 소개하여 자율실습을 돕도록 했다. 

 

 

 

 

 

 

2. 『전자회로』(토마스 플로이드 지음, 장학신 외 2인 지음, 2012) 

 

 

이 책은 꾸준히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공과대학에서 전기·전자·통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필독서였다.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수식보다는 개념과 실무 위주로 내용을 담아냈다. 반도체의 기본부터 정전압 조정기까지 다룬다. 

 

 

 

 

 

3. 『식품위생법규 해설』(식품위생법규교재 편찬위원회 지음, 2021) 

 

 

이 책은 지금까지 32판이 출간됐다. 식품위생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년 법규가 바뀌고 있다. 그래서 매년 개정판을 내고 있다. 여러 교수들의 오랜 강의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책이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조항들을 동일면에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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