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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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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원
  • 승인 2021.12.03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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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쪽

다시 보기와 깊이 읽기를 위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17편의 영화 이야기

17편의 영화에 대한 글들은 저자의 의도에 따라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한 편의 영화에 대한 사유는 다음 영화를 사유하기 위한 복선이자 연료가 된다. 그렇게 영화에서 영화로, 하나의 주제에서 주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하며, 책 전체를 꿰뚫는 일관성을 부여한다. 이를테면, 영화 ⌜한나 아렌트⌟에 관한 첫 글은 전두환의 재판 출석 장면 스케치로 시작되는데, 저자는 이 장면을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 장면으로 오버랩시킨다. 이는 〈더 리더〉의 주인공과 아이히만을 무법자와 범법자로 구분해 비교하는 내용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출현한 속죄라는 화두는 〈어톤먼트〉에 대한 글에서 더 깊이 다루어진다. 이는 다시 계급의 문제로, 계급의 문제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향한 비판으로, 이는 다시 이상적 공동체에 대한 상상으로,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숙고로 이어지는 식이다.

형식주의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의 미장센을 분석하는 부분이나 〈지옥의 묵시록〉의 살해 장면을 부친 살해 신화에 포개어 읽는 등의 미학적 분석도 흥미롭다. 나아가 이 책은 푸코의 생명권력, 라캉의 실재와의 조우, 헤겔의 노예와 주인의 변증법 같은 여러 철학적 개념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여러 이슈를 다양한 차원에서 고민해보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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