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3:40 (토)
지나친 지난날
지나친 지난날
  • 이지원
  • 승인 2021.12.03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한승 지음 | 필로소픽 | 328쪽

지난날 지나쳐 온 것들이 던지는 윤리적 물음

‘시간성’으로 고찰하는 윤리적 문제들

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데도 과거의 일을 후회할까? 용서는 어떤 윤리적 힘을 갖는가?《지나친 지난날》은 이렇게 우리가 지난날 남긴 크고 작은 허물을 둘러싼 물음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애써 지나쳐 버리고 싶었던 과거의 지나친 일들을 돌아보고, 나아가 돌볼 것을 권한다. 지나친 지난날은 우리가 되돌아가서 돌보아야만 비로소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가 ‘시간과 구원의 윤리학’인 이유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기존에 간과되었던 ‘윤리학의 시간성’에 주목한다. 전통적인 윤리학에서는 시간이 윤리학의 주제와 무관하다고 여겨왔다. 어떤 행위가 윤리적으로 좋은지 나쁜지를 따질 때 그 행위가 언제 일어났는지와 같은 요소는 윤리적으로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기존 윤리학에 맞서며 윤리학에서 시간적 고려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 곧바로 용서를 구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즉시 용서받기를 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시 말해서 그릇된 행위에 대해서 용서를 구하는 데에는 시간의 경과가 필요하다. 이렇게 ‘시간성’을 고려하기 시작할 때 윤리적 문제는 훨씬 풍부해지고 구체적이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윤리학의 주제들은 시간성을 고려할 때 훨씬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파편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윤리학의 현대적 주제들, 예컨대 삶과 죽음을 둘러싼 생명 윤리학의 주제,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에 관한 환경 윤리학의 주제, 생명의 탄생과 인구의 적절한 규모에 관한 인구 윤리학의 주제 등을 윤리학의 시간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