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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교실 내 ‘권력의 재편’ 가져올 것”
“메타버스는 교실 내 ‘권력의 재편’ 가져올 것”
  • 강일구
  • 승인 2021.11.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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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양교육연구소협의회, ‘메타버스 시대와 융합적 교양’ 학술대회
‘메타버스시대와 융합적 교양’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ZOOM플랫폼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되었다.
사진=동의대 디그니타스교양교육연구소

“교수와 학생이 교실에서 동등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에서 외설적인 행위가 벌어질 수도 있다” 

동의대 디그니타스교양교육연구소(소장 윤혜경)와 대학교양교육연구소협의회(회장 황영미)가 ‘메타버스시대와 융합적 교양’이란 주제로 지난 20일 연 학술대회에서는, 메타버스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교차됐다. 메타버시티(메타버스+유니버시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도 관심이 높은 가운데, 그 가능성과 한계를 짚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기조 강연을 맡은 김상균 강원대 교수(산업공학과)는 메타버스가 가져올 대학수업의 변화를 ‘권력의 재편’이라고 봤다. 그는 “메타버스는 기존 세상의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짜여진 틀을 관리하던 사람들의 권력이 흔들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교실에서 교수가 갖고 있던 수업 주도권은 메타버스에 의해 약화 되고, 학생이 교수와 동등한 권력을 갖게 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메타버스에서는 시각적으로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권력을 가진 상태가 되기에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더 풀어내며 학습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메타버스시대 교양교육의 역할은, 학생들이 ‘각자의 원에 중심에 서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 각자가 좋아하는 원을 구축하고, 이를 중심으로 사회의 필요성과 어떤 부분에서 맞닿는지 탐색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재편돼야 한다”라고 했다. 메타버스가 학생들에게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기에 이러한 조건을 학생들이 잘 활용하도록 교양교육이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메타버스를 통해 교실 내 권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교양교육이 코로나 이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라며 “어디에나 존재하며, 어디에도 좋재하지 않는 교양교육이 돼야 한다”라고 했다. 교양교육이 메타버스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학생·교수간 위계 해체할 것”

정연재 인하대 교수(프런티어학부)는 메타버스가 교양교육만이 아니라 고등교육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교수와 학생 간 위계가 부분적으로 해체됐다면, 메타버스에서는 그 관계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은 메타버스가 촉발시킨 변화에 대응해 교육내용과 교육공간 모두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대학교육은 단선적이고 선형적인 학습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라며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대비하고 맞춤형 교육과정과 대안적 학습이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이어 정 교수는 메타버스의 기술적 측면만이 아니라, 메타버스 세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메타버스 세대는 TV보다는 유튜브와 틱톡을, 실제 놀이터보다는 마인크래프트를 하며 소통을 하는 세대”라며 “그들은 이미 가상세계에 적응했다”라고 했다.

메타버스를 융합교육의 차원에서 보는 시선도 있었다. 김상헌 상명대 교수(인문콘텐츠학부)는 “메타버스가 화두가 된 이유도 융합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융합교육은 교수 한 사람 혹은 학과 단위에서 하라는 식이다. 한계가 있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이면 융합의 문제도 해결된다. 학생이 자율적으로 융합 학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융합교육을 풀어나가는 방향이지 않나 싶다”라며 메타버스가 유도할 자연스런 융합교육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최연철 중앙대 교수(다빈치교양대학)는 메타버스가 불러올 교양교육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전통적인 교육과정이 선형적인 논리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 의해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라며 “미래의 대학에서는 1천 명의 학생을 위한 1천 개의 커리큘럼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했다.

 

“건전성 문제와 격차 문제에도 주목해야”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메타버스 적용의 필요성과 함께 주의해야 할 점도 논의됐다. 신용태 숭실대 교수(컴퓨터학부)는 교양교육 안에 메타버스를 적용시킬 때 어떤 규정이 필요한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가 이 같은 말을 꺼낸 이유는 메타버스와 유사한 가상세계 시뮬레이션 게임 ‘세컨드 라이프’의 선례 때문이다.

신 교수는 “미국의 우드버리대는 학생들이 ‘세컨드 라이프’안에서 수강신청도 하고 수업도 들을 수 있었지만, 이것이 오래가지 못했다”라며 “‘세컨드 라이프’에서 여러 외설적인 행위가 벌어졌다”라고 했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수업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괴롭힘·폭행·외설 같은 건전성 문제부터 학생이 사용하는데 있어 기술적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다는 염려도 나왔다. 김용하 동의대 교수(문학인문교양학부)는 “메타버스를 활용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를 타자화 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김상헌 교수도 동의했다. 그는 “현재도 민원서류를 온라인으로 내지 않고 동사무소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가상세계에 사람들이 얼마나 균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연재 교수는 “메타버스의 교육적 활용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도 제대로 된 체험학습을 경험할 수 있다. 기술에 의한 불평등 문제보다 혜택이 더 클 것이다”라고 했다.

최연철 교수도 “메타버스 시대가 되면 기술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윤리도 발전시켜야 한다. 한쪽에 치우쳐서 생기는 문제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라며 “우리의 인식이 넓어지면 그 기술 또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방향으로도 발전하리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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