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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인간’을 위한 노력이다
탄소중립은 ‘인간’을 위한 노력이다
  • 이덕환
  • 승인 2021.11.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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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덕환 논설위원(서강대 명예교수 /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논설위원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실망스럽게 막을 내렸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시점은 ‘2050년’에서 ‘금세기 중반’으로 후퇴했고, 탄소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 발전의 단계적 ‘폐지’(phase out)도 ‘감축’(phase down)으로 완화시켰다. 마지막 단계에서 극렬한 반대 의사를 밝힌 인도·중국·러시아를 설득하지 못한 결과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깊은 유감을 표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견디기 어려운 극한 기상 현상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수단이라고 믿었던 태양광·풍력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호주·스페인·영국이 모두 풍력·태양광의 발전량 감소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요소수 대란도 중국의 태양광·풍력·석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발생한 전력난 때문이었다. (요소를 석탄에서 생산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고등학교 화학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엉터리 가짜 뉴스였다.)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인류의 온실가스 과다 배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도 이제는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기후학자들의 연구가 바로 지구 온난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었다. 일본 출신의 마나베 슈크로는 적외선에 의한 복사(輻射)가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독일의 클라우스 하셀만은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에 분명하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유럽의 선진국들이 절박하게 외치고 있는 탄소중립과 석탄 폐지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 만만치 않다. 아무리 당위적인 일이라도 기술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COP26에서 러시아·인도·중국이 거세게 반발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당위적 목표이기 때문에 탄소중립에 필요한 비용은 고려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우리 정부의 인식은 위험한 것이다.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을 외면한 무모하고, 분별없고, 비현실적인 오기(傲氣)일 수 있다.

물론 국제 사회의 요구를 무작정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기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국민과 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안을 만들어야만 한다. 원전은 위험하고, 석탄은 더러워서 포기하겠다는 주장은 비겁하고 패배주의적인 것이다. 위험할 수 있고, 더러울 수 있는 기술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활용하는 기술력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노력으로 화려하게 꽃핀 항공 산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모름지기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가능한 법이다.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우리의 노력으로 구해내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기후 위기에 떨고 있는 것은 지구가 아니다. 지구의 표면에서 어렵사리 생존하고 있는 인간이 위협받고 있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21세를 살아가는 우리가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당위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국제 사회가 탄소중립을 위해 화려한 잔치판을 벌이고 있다고 착각하고 앞장서서 막춤을 춰야 할 이유는 없다.

이덕환 논설위원
서강대 명예교수 /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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