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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가해자가 ‘공감’마저 가져간다
남성 가해자가 ‘공감’마저 가져간다
  • 김수아
  • 승인 2021.11.25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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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틀어보기_『남성 특권 : 여성혐오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케이트 만 지음 | 하인혜 옮김 | 오월의봄 | 348쪽

이 책의 원제는 ‘Entitled:How Male Privilege Hurts Women’이다. 남성이 특정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혐오의 근간임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여성혐오의 작동 기제 및 인종차별주의, 트랜스여성에 대한 차별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가 정의하는 여성혐오는 남성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남성이 잘못된 특권 의식 즉 여성을 보상으로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 혹은 여성이 마땅히 남성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여성이 보상물로 격하되는 것을 거부하면 그 여성을 처벌하는 방식이 여성혐오이다. 그래서 여성혐오는 특정한 남성이 특정한 여성을 혐오한다는 방식으로 다루어질 것이 아니라, 여성이 가부장제가 허락한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적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케이트 만의 입장이다.

여성혐오의 작동 방식은 성폭력 범죄 사건을 다룰 때 가장 명징하게 드러난다.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 남성의 명성, 미래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가해자의 변명에 대한 공감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일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감의 구조를 케이트 만은 ‘힘패시(himpathy=he+sympathy)’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공감의 구조는 마땅히 주어져야 할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남성 가해자가 가져가는 것이다. 이는 단지 가해자에 대한 공감이 더 많다는 것을 넘어, 여성의 실질적인 고통을 무시하는 데 이르게 된다. 

사회적으로 당연시되는 남성특권

케이트 만의 남성특권 논증이 개별 남성들이 어떤 경우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케이트 만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적 경향성으로 우리 사회에 남성특권을 당연시할뿐더러 지지하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사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남성의 인식은 어떠한가? 남성은 가사 노동은 여성의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에게 가사 노동에 대해서 요구하는 것이 또 하나의 노동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케이트 만은 이러한 방식으로 여성의 일이 자연화되고 남성의 특권이 유지된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인식의 효과는 개인과 가정 내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경제 활동이나 정치 영역에 진출할 때에도 작동하여 여성을 차별하는 구조를 생성한다. 남성에게 요구되지 않는 친절하고 연대적인 모습은 여성 정치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자질로 인식된다는 점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특권은 어떤 일은 몰라도 되고, 어떤 일은 하지 않아도 되고, 어떤 요구는 받지 않는 것으로부터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곤란 속에서도 저자는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실행하는  미래, 백인 여성으로서 특권적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사회의 취약성에 대해 연대하고 대응하는 책무를 감당하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위치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로 마무리한다. 이를 위해 특권의 문제를 사고하고 꾸준히 싸워 나갈 것을 요청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조금이나마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통령 후보가 성범죄 처벌이 남성에게 가혹하고, 무고를 일삼는 거짓말쟁이 여성이 있어 남성이 불리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현재 상황에 비추어 읽을 수 있다. 남성 특권은 여성을 의심하는 것에서, 젠더 기반 폭력 저지른 범죄자에게 공감하는 마음으로 왜 이러한 범죄가 일어났는지를 끊임없이 설명하려는 시도에서, 피해자가 그때 무슨 일을 했는지 다시 말해 어떤 잘못을 했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이는 쉽게 피해자 비난으로 이어지고 이 경향이 한국의 경우 무고죄 강화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근저에 있는 것이 케이트 만이 말하는 힘패시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그 공감의 방향을 마땅히 받아야 하는 자, 즉 피해자에게로 돌리는 것이다.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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